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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 신세를 면하게 해준 향기로운 음식
노총각 신세를 면하게 해준 향기로운 음식
  • 글 사진·한형석 기자
  • 승인 2011.12.01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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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용 코코뱅 개발…와인 향과 맛 농축

▲ 한국식 캠핑용으로 개발한 코코뱅. 부드럽고 깔끔하며 자극적이지 않다.
2002년 1월부터 우리나라 최초로 아웃도어 잡지에 캠핑요리를 연재하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나는 캠핑 요리에는 자신 있었지만 그것을 사진에 담고 예쁘게 꾸미는 데는 문외한이었다. 잡지사에 요리를 예쁘게 꾸미는 푸드스타일리스트 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달부터는 그 푸드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굉장한 정성을 들인 작업이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우리는 싸웠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요리를 제대로 보이길 원했고, 나는 원작에 가감을 통해 캠핑 요리로 적합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것을 어떻게 캠핑장에서 해먹어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요리가 안 된단 말예요.”
“암튼 안 돼요. 이렇게 하면 야외에서 해먹을 수가 없어요.”

우리의 실랑이는 끊이지 않았다. 당시 나는 닭매운탕이나 삼계탕, 비어캔 같은 식상한 닭요리 외에 새로운 닭요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된 요리가 프랑스 국민요리 코코뱅(Coq au vin)이다. 오리지널 코코뱅은 야외에서 해먹기가 좀 불편한 게 사실이다. 거기다 당시만 해도 소주와 맥주, 막걸리가 전부인 캠핑장에서 와인을 요리의 주재료로 활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 프랑스 국민요리 오리지널 코코뱅. 사진 culinspiration.wordpress.com
그래서 담당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엄청 실랑이를 했다. 그녀는 오리지널 코코뱅을 고집했고, 나는 여러 가지 과정을 생략하고 간편한 코코뱅을 만들기 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코코뱅 요리를 직접 맛보는 등 연구를 시작했고, 드디어 한 달 만에 한국식 캠핑용 코코뱅 레시피를 개발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 기사는 대히트를 쳤고 잡지사 데스크와 여러 사람들한테 칭찬을 받았다.

그 후 우리는 새로운 캠핑 요리를 만드는데 열을 올려 7년 동안 한 잡지에 매월 캠핑 요리를 연재하게 되었다. 개발된 모든 레시피는 2007년 우리나라 최초의 캠핑가이드북으로 엮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때 나와 실랑이 하며 싸웠던 그 스타일리스트와 요즘 매일 아침을 함께 하고 있다. 만일 내가 그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실랑이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지금도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1인용 텐트와 함께 전국의 캠핑장을 전전하고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나에게 코코뱅은 참 낭만적이고 뜻 깊은 요리다.

▲ 야외에서 캠핑 요리를 만들고 있는 필자(왼쪽).
코코뱅은 샤브리, 보졸레, 코트도르 등 이름난 포도주가 생산되는 부르고뉴 지방이 원조다. 옛날에 백성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본 왕이 일요일엔 반드시 닭고기를 먹으라고 명령하면서 등장했다는 유례도 전한다. 코코뱅은 향기로운 음식이다. 포도주의 향기와 감칠맛을 농축한 것이니 그럴 수밖에. 끓여도 포도주의 향은 은근히 남아 있는 듯하다. 눈, 코, 입술, 혀, 이, 목구멍 모두를 만족시키는 요리다. 오감만족이랄까.

코코뱅은 영어로 콕 인 와인(cock in wine) 즉 ‘와인 속의 수탉’이란 뜻이다. 부르기뇽과도 매우 유사한데 모두 스튜의 일종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르기뇽은 스위스식 부르기뇽(기름을 끓이면서 고기 등을 익혀 먹는 퐁듀의 일종)이 아닌 프랑스식 부르기뇽을 말한다. 코코뱅과 부르기뇽은 모두 스튜의 일종이며, 파스타나 익힌 감자 등과 곁들여 겨울에 즐겨 먹는 프랑스 요리다. 치킨 부르기뇽은 뼈가 없이 조리하지만 코코뱅은 뼈째 조리하는 점이 다르다.

코코뱅은 조리 과정 중 브랜디나 코냑을 사 용해 불을 붙여 나쁜 냄새를 없애고 요리를 더욱 향긋하게 만드는 플램베 과정이 꼭 들어가는 복잡한 요리이지만, 야외에서 하는 조리이니만큼 안전상 플램베와 기타 복잡한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허브 대신 간장으로 향을 더하는 등 우리 실정에 맞게 가감했다.

언뜻 보면 재료에서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흡사 우리의 닭도리탕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요리는 맵고 짜고 뒤처리(설거지)가 힘든 닭도리탕에 비해 부드럽고 깔끔하며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어도 별미다.

혹 국물이나 찌꺼기가 남는다면 잠시 놓아두면 된다. 닭 특유의 기름과 콜라겐 성분 때문에 찌꺼기가 묵처럼 뭉쳐지는데, 이것을 코펠째로 쓰레기봉투에 탁 털어 버리면 내용물이 쏙 빠져 나와 휴지를 댈 것도 없이 깨끗이 설거지를 해결할 수 있다.

Tip 코코뱅 레시피
3,704kcal · 3인분 기준 · 조리시간 약 30분
닭다리 6개, 닭날개 6개, 조림감자 12알, 당근 반 개, 양파 큰 것 1개, 마늘 12알, 와인 300cc(대략 반 병), 버터 3큰술(70g가량), 진간장 5큰술, 소금, 후추, 생강즙 약간.

전날 준비해 놓기
1. 닭다리와 날개는 양념이 고루 배도록 칼집을 내놓는다.
2. 칼집 낸 다리와 날개를 약간의 소금, 후추, 생강즙에 재워 지퍼백에 담은 후 얼린다.
3. 조림감자는 깨끗이 씻고 당근과 양파는 큼직하게 깍뚝썰기하여 준비한다.
4. 와인병의 무게가 부담스럽다면 냄새가 배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에 와인을 담아 준비한다.

당일 만들기
1. 코펠에 버터를 녹인 후 마늘, 닭다리와 날개를 넣고 닭고기 표면을 노릇노릇하게 익힌다.
2. 노릇해진 닭고기에 감자, 양파, 당근을 넣고 뒤적여 준 후 와인과 간장을 넣는다.
3. 중간 불에서 서서히 익히다가 감자를 찔러보아 익었으면 불을 세게 해서 국물을 졸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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