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의 아웃도어 의류 명가
40년 전통의 아웃도어 의류 명가
  • 글·김경선 기자l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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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브랜드여, 영원하라! ⑭ 스노우프렌드

유서 깊은 한국 1세대 브랜드…기능성과 활동성 뛰어난 의류 꾸준히 선보여

▲ 김지훈 설우상사 이사
대한민국 아웃도어 1세대 브랜드로 40여 년간 꾸준히 등산 의류를 제작해 온 설우상사. 오랜 세월동안 화려한 디자인보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우선한 <설우(스노우프렌드 SNOWFRIEND·雪友)>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만나봤다.


국내에 등산복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60년대 후반, 국내에서 유일하게 등산복다운 등산복을 만들어 낸 브랜드가 <스노우프렌드(설우)>다.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에서 시작해 등산복을 제작하던 김세경 사장은 1975년 <스노우프렌드>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등록한다. 

‘설우(雪友)’의 상표인 눈사람은 나이 지긋한 산꾼들에게는 추억의 상징이다. 1970~80년대까지 <스노우프렌드>하면 전문 등산복의 대명사로 통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노우프렌드> 옷을 입으면 ‘산에 좀 다니는 사람’으로 통할 정도였다.


산악인이 만든 실용적인 등산 의류
클라이머 출신인 김세경 사장은 젊은 시절 한국산악회 구조대 대원으로 활약할 만큼 산을 사랑했다. 당시 구조대 출신 산꾼들은 서로 서로 돕자는 의미에서 ‘서로회’를 만들었고, 산악회를 유난히 아낀 김 사장은 등산복 브랜드를 만들면서 ‘서로회’와 유사한 발음의 ‘설우’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동시대에 시작한 <코오롱스포츠>나 기타 브랜드들이 텐트나 소품 위주로 제품을 제작한 반면 <스노우프렌드>는 처음부터 등산복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껏 40년 동안 변치 않고 의류를 만들어 내고 있죠.”
설우상사의 김지훈 이사는 <스노우프렌드>의 중심이 의류라고 했다. 신축성 있는 스판덱스 소재의 사용이나 바지 주머니에 부착한 지퍼 등 많은 기술력들이 <스노우프렌드>에서 시작됐다.

“사장님께서 젊은 시절 양복점을 하셨어요. 그래서 옷 만드는 기술을 알고 계셨죠. 한참 산에 다니실 무렵 변변한 등산복이 없자 본인이 필요한 기능들을 적용해 등산복을 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이 <스노우프렌드>의 시작입니다.”

<스노우프렌드>는 런칭 이후 주문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객들의 사이즈를 일일이 시침질을 거쳐 등산복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제품 공급이 힘들어지자 시침질 과정을 생략해 맞춤 등산복을 제작했다.

“<스노우프렌드>가 전성기였던 1980~90년대 중반까지 종로구 창신동에 두 개의 공장을 운영했어요. 사장님께서 재고를 워낙 싫어하셔서 주문 물량을 그날그날 제작했죠. 하루에 200~300개씩 제품을 생산해도 당일이면 다 팔릴 정도였습니다.”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면서 기성복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자 <스노우프렌드>도 1990년대 말부터 기성복 위주로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매번 획기적인 제품을 제작했고,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등산 의류로 자리매김했다.

가족 경영으로 장인정신 고수
현재 설우상사는 창업자인 김세경 사장의 아들인 김지훈 이사가 실무 경영을 맡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산꾼 문화를 익혀 온 김지훈 이사는 20대 초반부터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 16년 간 설우상사를 안팎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군 제대하는 날부터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께서 가업을 잇기 원하셨죠. 10여 년 간은 아침 일찍 출근해 사무실 청소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제품을 납품하는 등 안 해본 일이 없네요.”

회사의 대소사를 책임져야하는 김지훈 이사는 요즘 한국보다 중국에서의 체류 기간이 길다. 11월 중순, 중국 웨이하이(威海)에 공장을 오픈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공장에서 제품을 제작하며 의사소통 등 불편함을 겪은 터라 이번 공장 오픈으로 보다 완성도 높은 제품 제작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국에 저희 공장을 설립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더불어 여러 브랜드들의 OEM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설우상사는 6년 전 중국 웨이하이 시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아웃도어에 박식한 중국 현지인들을 고용해 텅키방식으로 제품 생산을 도맡았다. 텅키방식이란 타 브랜드의 제품을 기획부터 디자인·소싱·납품까지 도맡아 진행해주는 방식으로 현재 중국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설우상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11년 웨이하이에 직영점을 오픈하는 등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스노우프렌드> 제품을 유통할 계획이다.

끊임없는 개발로 제품 선진화 기대

<스노우프렌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력을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70년대 중반 나일론 테이프를 어깨에서 가슴까지 둘러 카라비너를 걸 수 있게 제작한 범포(돛천)로 만든 재킷이나, 96년에 제작한 97% 무봉제 팬츠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캐주얼로 변화하는 아웃도어 트렌드에 발맞춰 활동성을 강조한 청바지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허리 부위에 터널 방식으로 고무 밴드를 적용해 청바지의 단점을 개선시켜 활동성과 편안함을 극대화시켰고, 무릎 부위에 캐블라 소재를 덧대 내구성을 향상시켰다. 

“오랜 세월 <스노우프렌드>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이 저희의 주 타깃층입니다. 아무래도 중장년층의 남성 고객이 많죠. 그래서 더 편안하고 활동적인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스노우프렌드>는 11월20일 종로 직영점을 새롭게 오픈했다. 전국에 걸쳐 있는 멀티숍과 본사 매장 등 두 개의 직영점을 통해 앞으로도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2008년 회사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큰 위기였죠. 어려운 시기를 지나 지금은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오픈한 중국 공장과 한국 내 직영점 역시 설우상사가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는 현재 전 세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과 미국의 브랜드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노우프렌드>는 아웃도어 의류가 화려한 외형에만 치중하는 것을 경계한다. 산에서 보다 활동적인 옷, 편안한 옷이 진정한 아웃도어 의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간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죠. 앞으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의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INTERVIEW

김지훈 설우상사 이사
“품질과 기능성으로 승부하겠습니다”

<스노우프렌드>는 런칭 이후 지금까지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왔습니다. 특히 산악인 출신인 창업자 김세경 사장님의 영향으로 등산인들이 가장 편안하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옷을 제작했습니다.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 <스노우프렌드>는 초심을 잃지 않고 소비자들이 가장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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