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가을 감성을 부추기는 노래
쓸쓸한 가을 감성을 부추기는 노래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11.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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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에게> OST

화려한 그래픽과 현란한 액션으로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면, 시나브로 감동을 주는 영화도 있다. 기자에게는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Hable con Ella)가 그렇다. 다소 파격적인 내러티브를 무던하게 풀어가는 화법도 그렇지만 강렬한 원색의 이미지가 가득한 미장센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감동의 절정에 카에타누 벨로주의 ‘꾸꾸루꾸꾸 팔로마(Cucurrucucu Paloma)’가 있다.

영화는 두 남자 베니그노와 마르코의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다. 봄 햇살처럼 생기 넘치는 발레리나 알리샤를 사랑한 베니그노와 아름다운 투우사 리디아를 사랑한 마르코. 알리샤와 리디아가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면서 두 남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식물인간이 된 리디아와 소통하지 못해 상심하던 마르코는 그녀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회상한다. 도심 외곽에 위치한 아름다운 저택,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사랑을 읊조리는 백발의 신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때 등장하는 신사가 브라질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카에타누 벨로주다. 초로에 접어든 백발의 신사가 한 여인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모습에 마르코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사람들은 말하네. 밤이 되면 그는 단지 울기만 한다고. (중락) 그녀 때문에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그는 죽으면서도 그녀를 불렀다네. 아, 노래하네. 아, 신음하네. 아, 노래하네. 치명적인 열병에 걸려 죽어가네. (중략)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네. 불쌍한 여인이 돌아오기만을. 꾸꾸루꾸꾸 비둘기야. 꾸꾸루꾸꾸 울지 마라.’
노래의 원곡자는 멕시코 작곡가 토마스 멘데스 소사다.

한 여인을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가 비둘기가 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멕시코 민요로 카에타누 벨로주 외에도 수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했을 만큼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가 일품이다. 여러 뮤지션들의 ‘꾸꾸루꾸꾸 팔로마’를 들어봤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베스트는 카에타누 벨로주다. 40년 넘게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면서 월드 뮤직의 거장으로 우뚝 선 벨로주의 달관한 듯한 사랑 고백이 가슴을 파고든다.

가을, 이 쓸쓸한 계절은 혼자 떠나는 여행과 닮았다. 혼자만의 여행이 사무치게 외로울 때, 혼자만의 사색이 필요할 때 카에타누 벨로주의 ‘꾸꾸루꾸꾸 팔로마’를 들어보자. 풍요와 소멸이 공존하는 가을과 꼭 어울리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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