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 자극하는 가을 호수의 낭만
감수성 자극하는 가을 호수의 낭만
  • 글 사진·강민규 기자
  • 승인 2011.10.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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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원남지… 캠핑과 카누·낚시 가능

▲ 호숫가 옆에 마련한 캠프사이트. 단풍이 곱게 물든 곳이라면 어디든 훌륭한 보금자리가 된다.

가을이다.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공기가 수줍게 물든 새댁의 볼처럼 붉은 단풍을 얼른 가서 보라고 등을 떠민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때문에 발길을 내딛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찬란한 볕이 부서지는 가을 호수의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른 새벽, 물안개가 어둠을 뚫고 하늘하늘 올라오는 신비로운 호숫가에 물오리들의 자맥질이 분주하다. 이 모든 것은 가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을 떠나 카누를 자동차에 싣고 길을 나선다. 나도 모르게 가을이면 발걸음은 자연으로 향한다.

▲ 물안대 핀 호수에거 즐기는 카누잉. 가을 카누잉은 이른 새벽에 해야 제 맛이 난다.

낚시 애호가라면 충북 음성의 원남지를 모두 알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지명일 수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고 있지 않은 충북 내륙의 담수호다. 가을이면 복잡한 유명한 국립공원을 마다하고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카누 캠핑과 더불어 낚시까지 1석3조를 즐기며 알찬 하룻밤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푹신한 낙엽 위에 마련한 캠프사이트. 제법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지만 화롯불을 펴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이면 모든게 완벽하다.
굽이굽이 호수 옆길을 따라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다 유독 단풍이 곱게 물든 곳이 눈에 띄면 차를 세운다. 그곳이 목적지다. 정해진 것이 없기에 한층 더 설레는 게 여행 아닌가.

푹신한 낙엽 위에 살포시 캠프 사이트를 마련한다. 텐트 위로 따사로운 햇살마저 한적하게 쉬어 간다. 급하게 무엇을 하기보다 여유롭게 책이라도 읽으며, 사색에 잠기노라면 어느새 어둠이 낮게 드리운다. 제법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때 화롯불을 펴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이면 모든 게 완벽하다. 가을 카누잉은 이른 새벽에 해야 제 맛이다. 새들의 지저귐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물안개 핀 호수에 살짝 카누를 얹고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간다. 천천히 자연은 자신을 열어 숨겨둔 비밀스러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내 가슴은 벅찬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눈을 가리고 있던 물안개도 황금색 햇살이 비추자 슬금슬금 물러난다. 울긋불긋한 가을의 정취를 맑은 얼굴로 아침 인사를 건넨다. 조용한 호수에서 떠다니는 것은 나와 물오리들뿐이다.

홍시같이 붉은 해가 산위를 지나 하늘 가운데로 옮겨가면 아쉬움을 뒤로하고 뱃머리를 돌린다. 단풍을 배경으로 선 텐트 위에 이슬을 머금은 낙엽이 내려앉아 있다. 아침 카누잉을 반찬 삼아 식사를 해본다. 신기하게도 배는 불러오지만 낭만적인 카누잉에 대한 허기는 더 느껴졌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카누를 띄워야겠다.

▲ 충북 내륙의 담수호 음성 원남지. 카누 캠핑과 더불어 낚시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 울긋불긋한 단풍진 가을 호수의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수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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