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먹으며 동료애 키웠어요”
“한솥밥 먹으며 동료애 키웠어요”
  • 글·이재위 기자ㅣ사진·엄재백 기자
  • 승인 2011.10.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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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홈쇼핑 상품사업부 임직원 50명 지리산 종주

▲ GS홈쇼핑 상품사업부 임직원들이 노고단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9월 15일 밤 10시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GS홈쇼핑 본사 3층 회의실로 등산복 차림의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상품사업부 김상덕 사업부장을 포함해 50명의 임직원들이 1박3일간의 지리산 종주 일정을 다시 한 번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조별로 취사도구와 비상식량을 분배하느라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회의실이 부산스러웠다.

17일 비 소식이 있었지만 출발 하루 전날 기상 예보가 우천에서 흐림으로 변경됐다. 궂은 날씨를 걱정하던 중 기쁜 소식이었다. 등산대장을 맡은 김상덕 사업부장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약 10만보를 걸으면 천왕봉에 서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산행의 결의를 다졌다. 동료애를 다지고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계획된 지리산 종주의 첫걸음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초보 산꾼들 1박3일 종주 도전

▲ 쉬는 시간에 서로 다리를 주물러주고 간식을 나누어 먹는 직원들.
회의를 마치고 밤 11시 GS홈쇼핑 본사를 출발했다. 새벽길을 달려 버스가 섬삼재에 도착할 때쯤엔 고갯마루의 뒤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성삼재를 기점으로 동쪽에 지리산의 주봉우리들이 연결돼 있다.
 
준비 운동으로 몸을 푼 뒤 천왕봉·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인 노고단으로 향했다. ‘늙은 시어머니 제사터’라는 뜻의 노고단은 국모신인 서술성모를 모시는 곳으로 지금도 해마다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할 때쯤 헤드랜턴을 벗어도 될 정도로 동이 밝았다. 능선과 능선 사이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금세 산자락이 환해졌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가을 날씨에 깨끗하게 바라보는 일출이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GS홈쇼핑 임직원들은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GS홈쇼핑에서 지리산 종주 계획을 공지한 건 지난 7월이지만 매년 1월 태백산과 금단산 등 우리나라의 명산을 찾아 일출을 감상했다. 사무직 위주의 업무여서 자칫 놓칠 수 있는 건강을 돌보게 한 회사의 방침이다. 하지만 첫날 산행은 세석대피소까지 약 20km 코스로 초보자에게는 다소 무리가 될 수 있다.

▲ 지리산의 넉넉한 산자락은 어머니의 품을 닮았다.

날씨가 선선하고 울창한 수목이 그대로 차양막이 돼 첫걸음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우리가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조별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었다. 환자가 속출했다. 가구팀 한상훈씨는 이번 지리산 종주를 앞두고 등산장비와 옷을 새로 구입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지만 그만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결국 한상훈씨를 비롯해 8명의 직원이 연하천대피소에서 하산했다.

지리산은 엄중했다. 한번 입산하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산중 생활이다. 서두른다고 빨리 갈 수 없고 양껏 물을 마실 수도 없다. 짐을 나눠서 멜 수는 있어도 결국 발을 내딛는 건 본인의 몫이었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말이 있다.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뜻이다. GS홈쇼핑의 젊은 일꾼들이 지리산에서 인내를 배우고 있었다.

▲ 목마른 직원들이 연하천대피소에 들러 샘물을 마시고 있다.

▲ 천왕봉 직전의 장터목대피소를 지나는 직원들.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로 가는 길도 고난이 이어졌다. 오랜 산행으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고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물어 야간산행을 피할 수 없었다. 마침내 김상덕 사업부장이 벽소령대피소에 환자들을 머무르게 했다. 교육팀 김낙호씨를 비롯해 8명이 이곳에 남아 다음날 하산하기로 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 산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야 하기 때문이다.

▲ 세석대피소에서 보낸 하룻밤 동안 끈끈한 정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벽소령대피소부터 뒤처진 직원들은 해가 완전히 저문 이후에도 산행을 해야만 했다. 레포츠팀 이정용·이광준씨, 토털패션팀 허경식씨 등 3명은 오후 5시에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해 밤 11시가 돼서야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다리 부상으로 빨리 걸을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정용씨의 헤드랜턴이 망가졌다. 서로 불빛을 모아 길을 비춰주며 밤길을 걸어온 것. 6시간의 사투 끝에 세석대피소를 찾아온 이들은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며 돈독해진 동료애를 과시했다.

대피소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뒤늦게 오는 동료들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삼겹살을 구웠다. 고산에서 부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대피소 한편에서 모락모락 인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정치화 본부장은 “첫 지리산 산행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중간에 하산한 직원들은 아쉽지만 각자 최선을 다했다는데 만족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지막 날 아침 세석대피소에서 천왕봉으로 갈 인원을 추렸다. 조그만 부상도 과감히 열외 시켰다. 홍일점인 토탈패션팀 이소영씨를 포함해 총 9명의 임직원이 천왕봉으로 출발했다. 천왕봉의 마지막 경유지인 장터목대피소는 물건을 사고팔던 장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해발 1653m 고지에 장이 설 수 있었다는 게 놀라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터였음에 틀림없었다.

▲ 드디어 천왕봉 정상. 50명 가운데 9명이 종주를 마쳤다.

마침내 천왕봉(1915m)에 섰을 때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천왕봉 비문에 쓰인 말처럼 한국인의 기상이 시작된 곳이다. 레포츠팀 박우현씨는 세석대피소부터 아파오기 시작한 오른쪽 무릎을 끌고 정상에 섰다. 그는 “레포츠팀은 경험을 통해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소영씨는 “동료들과 업무를 떠나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종주 소감을 말했다.

초가을 10만보를 걸으며 이들은 서로의 맨살을 보았다. 이불을 나누어 덮고 서로의 발등에 불을 밝혀주고 배낭을 고쳐 메준 1박3일의 지리산 종주는 천왕봉이 목표가 아니었다. 산은 우리 모두에게 서로 다른 가르침을 줬다. GS홈쇼핑 상품사업부 임직원 50명이 중산리에 모두 모였을 때 그들은 더 행복해보였다.

▲ 김상덕 GS홈쇼핑 상품사업부장
MINI INTERVIEW
김상덕 GS홈쇼핑 상품사업부장

“진정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겠습니다”

지리산에서 만난 김상덕 사업부장은 산꾼의 여유가 느껴졌다. 여섯 번째 지리산을 오른다는 그가 아웃도어 시장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현재 GS홈쇼핑의 스포츠·아웃도어 매출 규모는 1500억 정도. 김상덕 사업부장은 3년 안에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GS홈쇼핑의 장점인 진정성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웃도어를 포함해 모든 제품군을 이해하고 경험해야 소비자에게 팔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소유자와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좋은 품질과 적절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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