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다 마늘·사과향기 그윽한 고을
걸음마다 마늘·사과향기 그윽한 고을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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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l 의성 팸투어

▲ 의성은 마늘뿐 아니라 맛좋은 사과로도 국내에서 유명한 고장이다.

금성산 고분군~산운마을~빙계계곡~옥빛골 마을~고운사…1박2일간 진행

경상북도 의성은 마늘로 유명한 고장이다. 우리 음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재료이기도 한 마늘은 그냥 먹기도 하지만 음식의 간을 낼 때, 맛의 좋고 나쁨을 책임질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음식에 좋은 재료로 쓰이면서도 유일한 향을 가진 마늘처럼 경상북도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고유한 문화유산과 정서를 지니고 있는 의성을 찾았다.

협찬·의성군청 전화번호054-830-6114

팸투어(Fam Tour)는 ‘친숙한 여행(Familiarization Tour)’이라는 말을 줄여서 만든 단어다. 하지만 본래의 뜻과는 달리 항공사·여행업체·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자신의 관광 상품이나 특정 관광지를 홍보하기 위해 여행작가, 기자, 여행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실시하는 일종의 사전답사여행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한다. 

경상북도 의성으로 팸투어를 떠나기 위해 버스에 오르면서 이번 팸투어에 궁금증이 생겼다. ‘무엇을 보여주려고 준비한 여행일까?’ 이런 궁금증을 마음에 담아둔 채 서울에서 4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의성으로 향했다.

▲ 금성산을 병풍삼아 산과 구름의 조화 속에 마을을 이루었다는 선운마을은 유명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영천이씨의 집성촌이다.

삼한시대 고대국가 조문국
의성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금성면에 위치한 조문국 유적지인 금성산 고분군(경북기념물 제128호)이다. 조문국은 지금의 상주, 문경, 단양, 울진, 영덕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며 넓은 영토를 가졌던 고대 읍성국가로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 전까지 21대왕, 369년을 존속한 북부지역 최대의 고대국가이기도 하다. 
경상북도 지도를 놓고 보면 의성은 경상북도의 정 가운데 위치해 있다. 이런 지리적 이점을 살려 삼한시대 부족국가였던 조문국은 현재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도읍지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 의성의 경덕왕릉은 높이 8m에 둘레 74m로 왕의 위엄이 느껴지는 듯 크다. 
넓은 대지엔 고분이 여기저기 높이 솟아있다. 이런 고분이 주변에 260여기나 분포돼 있다 하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고분 사이로 산책길이 잘 닦여 있어 역사를 되새기며 걷기에도 좋다. 여러 고분 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문국의 왕이었던 경덕왕의 무덤이다. 

경주에 있는 신라 경덕왕릉에 비해 고분 테두리의 치장이 적긴 하지만, 6m 높이인 신라 경덕왕릉에 비해 2m 더 높은 8m의 높이로 눈앞에서 보니 왕의 위엄이 느껴진다. 둘레도 74m나 된다하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다음은 조선시대 전통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산운마을로 이동했다. 산운마을은 조선 선조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李光俊, 1531~1609)이 정착해 이룬 마을로 광해군 때 승지를 지낸 경정 이민성(李民宬, 1570~1629), 현종 때 형조판서를 지낸 운곡 이희발(李羲發, 1768~1849) 등을 배출한 곳이다. 이곳은 배출한 인물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두 본관이 영천(永川)인 영천이씨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금성산(531m)을 병풍삼아 산과 구름의 조화 속에 마을을 이루었다 하여 산운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조선시대 기풍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학록정사(지방유형문화재 제242호), 소우당(중요민속자료 제237호), 운곡당(문화재자료 제374호), 점우당(문화재자료 제375호)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인 자료로만 남은 건물이 아니라 지금도 자손이 거주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건물이라 집안의 안팎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묘하다. 갓을 쓴 어르신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게 누구신가?” 하고 말을 건넬 것만 같다. 

▲ 선운마을의 가옥은 지금도 자손이 거주하거나 관리하고 있어 마치 사극 드라마 세트장에 와 있는 기분이다.

▲ 의성의 유명한 관광코스인 풍혈(風穴)과 빙혈(氷穴)은 한여름 더위에도 얼음이 언다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산운마을을 벗어나 빙계계곡에 다다르니 이름 탓인지 몸이 오싹하다. 늦가을 계곡바람만 불어도 을씨년스러운데 한여름 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는 빙계계곡에 오르니 등짝이 더 시리다. 

1987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경치가 아름다워 경북8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유명 관광코스인 풍혈(風穴)과 빙혈(氷穴)은 빙계리 입구에 있는 바위틈으로, 여름에는 섭씨 영하 4도를 유지해 얼음이 얼고 겨울에는 섭씨 영상 3도를 유지해 추위를 녹이는 바람이 불어 나온다고 한다. 

빙계계곡에서 10여 분 걸어 내려오니 오토캠핑장에 캠핑광고라도 촬영하는 듯 커다란 텐트와 잘 꾸며놓은 캠핑도구들이 눈에 띈다. 모닥불을 펴 놓은 캠핑공간이 어둑어둑해지는 가을 산의 주변 풍광과 어울려 제법 근사하다. 

▲ 빙계계곡 캠핑장은 빙계계곡을 둘러보고 오붓한 시간을 즐기며 캠핑까지 겸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옥빛골 사과향기 담아 고운사로 향한 발걸음
다음날 동이 트기가 무섭게 옥빛골 마을로 향했다. 마늘과 함께 의성의 소문난 특산물인 사과 맛을 보기 위해서다.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 불린다. 아침에 사과를 먹으면 심신을 상쾌하게 하고 위의 활동을 촉진시켜 소화 흡수를 돕는 하루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생각만으로 군침이 돈다. 

사과밭에 도착하니 낮은 언덕을 따라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사과밭을 따라가다가 과수원 주인이 건넨 사과 하나를 입에 베어 물어보니 ‘그래, 이 맛이야!’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대부분 외국으로 수출될 만큼 크기도 크고 당도 또한 높다고 한다. 사과가 어찌나 큰지 고작 한 개를 먹었는데 배가 부르다. 입안에서 남아있는 사과향도 어떤 과일향보다 자연스럽고 은은하다. 

버스에 올라 사과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사이 팸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고운사(孤雲寺)에 닿았다. 고운사는 681년(신문왕 1) 신라시대 고승인 의상이 창건한 절로 이후 최치원이 여지·여사 두 승려와 함께 가허루와 우화루를 짓고 고운사로 개칭했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로 일대 60여 개 말사를 관할하고 있다.

▲ 고운사는 유명 사찰임에도 3km 근방에 상점은 고사하고 민가조차 없어 진입로의 풍광이 일품이다.

일주문을 지나 안쪽으로 걸어들어 갈수록 고즈넉한 기운이 진하게 감돈다. 유명 사찰임에도 3km 근방에 상점은 고사하고 민가조차 없는 순수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는 가운루 기둥의 붉은 빛이 늦은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누군가 의성을 여행한다고 하면 맨 처음 코스로 고운사를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깊이가 있고 돋보이는 절이다.

▲ 국내에서도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루 기둥의 붉은 빛이 늦은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진하지만 질리지 않고, 오래됐지만 늘 새로울 수 있는 우리의 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 고운사를 나오면서 팸투어 출발과 함께 가졌던 궁금증에 답을 내렸다.

의성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하는 여행지다. 다른 유명한 고을에 비해 풍성한 볼거리는 적지만 차분히 여행하면서 생각하고, 경험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지. 의성은 그런 곳이었다. 

향이 오래가는 마늘과 사과처럼 여행 후 마음에서 즐거운 추억을 기대한다면 가족과 함께 의성을 찾아보자. 

발길이 닿는 곳곳에서 잔잔하지만 오랫동안 변함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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