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찾으시나요?”
“무엇을 찾으시나요?”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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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살 톺아보기 | ⑪ 남대문시장

▲ 추위를 잊은 남대문시장의 밤풍경.

여성복·아동복·장비점·먹자골목…없는 게 없는 우리나라 초대형 시장 

춥다고 자꾸 따뜻한 곳을 향해 편하게만 있길 바라다간, 내년 봄바람과 함께 두툼한 뱃살을 선물 받을지도 모른다. 어디 멀리 가기에는 부담된다고 변명하지 말고, 지금 바로 문을 열고 산책을 겸한 시장 여행을 떠나보자. 찬바람에 번쩍, 사람들 구경에 번쩍, 신기한 물건에 번쩍! 정신이 번쩍 드는 깜짝 여행, 남대문시장으로 출발해보자. 


기억이 옳다면, 아마 덤블린과 달고나, 그리고 떡볶이 덕분이리라. 시장과 처음 마주하게 된 연유가. 초등학교에 막 들어갈 무렵이었다. 기자가 다니던 월계동의 그 초등학교 옆에는 월계아파트가 있었고,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석계역과 이어지는 공터에 당시 꼬마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방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덤블린’이 있었다. 200원만 들고 가면 100원으로는 덤블린을 타고, 50원으로는 국자에 설탕을 넣고 자글자글 태워가며 달고나를 손수 만들어 먹었다. 그리곤 남은 50원으로는 달고나를 하나 더 먹을까, 불량식품임에 틀림없을(물론 당시엔 몰랐다) 쫀쫀이를 먹을까 고민하곤 했다.

100원짜리 두 개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던 그 순수한(?) 시절을 지나 조금 더 자란 다음에는 덤블린이 있는 그 바로 옆 길가로 주욱 이어진 시장통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이름이 붙었는지 여전히 궁금한 ‘도깨비시장’. 어린 마음에 좁은 외줄 골목에 사람들이 하도 벅적거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도깨비라도 숨어 있는 건 아닌지 무서워하곤 했는데, 어느날인가 그 도깨비시장에 용감하게 발을 딛게 되었다. 바로 떡볶이 때문이다.

덤블린장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시장 초입 왼쪽으로는 화장품 가게가 있었는데, 도끼빗이며 참빗 같은 것과 머리핀, 그리고 색색의 매니큐어들을 내놓곤 했다. 그 화장품 가게 맞은편으로는 포장마차 같은 떡볶이집이 있었는데, 그걸 미처 못 봤던 거다. 처음 그 덤블린장 옆에 떡볶이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그 순간의 먹먹함과 (이제야 발견했다는)서러움, 그리고 반가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짝 친구의 손을 꼭 잡고 하교길에 꼭꼭 들르던 그 떡볶이집에서 시장을 만났고, 또 그를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항상 바쁘고 시끄럽고, 또 씩씩해 보였다. 또 시장 안쪽에는 떡볶이 뿐 아니라, 어묵 튀김 같은 새로운 군것질 거리들도 기다리고 있었으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신기한 것 투성이었을 그때. 시장은 최고의 놀이터이자 맛있는 것들로 가득한, 신기루 그 자체였다.

▲ 남대문시장에서는 공산품 뿐 아니라 야채와 과일, 생선 등이 모인 골목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최초의 근대시장을 아시나요?
자라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도깨비시장보다 훨씬 오래되고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들이 있다는 걸. 또 어느 고장을 가도 크고 작건 간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어떤 형태로든 ‘장’이 그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휴대폰으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지방에서는 2·7일장, 3·8일장 같은 오일장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인터넷 쇼핑몰이 판을 치고 있는 요즘에도 여전히 대형시장과 재래시장 등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시, 사람이 빠져서는 안 되는 걸까.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과학기술 그리고 문명이 발전한다 해도, 절대로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건 결국 사람이지 않을까. 시장이 여전히 유지되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시장을 찾는 이유는 어쩌면, 이곳에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자 주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어찌되었거나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아니 사람이 빠지고서는 시장은 열릴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소개한다. 서울의 대표 양대산맥 시장 중의 하나인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은 지난 여름 8월호에서 ‘야시장’으로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조선시대부터 서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남대문시장이다. 

▲ 남대문시장의 백미는 바로, 진짜 같은, 아니 덜 가짜 같은 ‘짝퉁’을 고르는 일이 아닐까.

남대문시장의 내력을 알려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은 초기부터 육의전과 시전상인에게 국역을 부담시키는 대신 그 보상으로 상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특권을 주었다. 육의전과 시전상가 외의 상행위는 ‘난전’이라며 금지시킨 금난전권이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17세기, 대동미나 포·전의 출납을 맡아보던 선혜청이 지금의 남창동 자리에 생기면서 지방의 특산물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현재 남대문시장의 전신이리라.

상품화폐경제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는 조선 후기,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성장을 ‘난전’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18세기 후반 금난전권은 폐지되고, 난전으로 시작한 남대문 시장은 친일파 송병준이 1911년 남창동 일대에 ‘조선농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정식 시장으로 개장한다. 

하지만 남대문시장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띤 것은 6·25전쟁 이후부터다. 당시 이북 피란민들이 생계를 위해 이곳에 터를 잡고 각종 물품과 미군의 군용 원조물자를 거래하면서 ‘생계형 시장’으로 본격적인 출발을 한다.

조선시대 난전의 흥겨움과 인정이 현대까지 이어져 

▲ 남대문 시장에서 빼놓은 수 없는 먹거리.
조선후기 남대문 밖 칠패시장은 흥청대던 난전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어떤 연유인지 지금의 남대문시장 위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둘의 뿌리가 같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내려서 5번 출구나 6번·7번 출구로 나오면 본격적인 남대문시장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가까이 패션의 메카로 불리는 명동이 닿아있어 관광객들도 빼놓지 않고 들르는데, 사실 알고 보면 남대문시장만큼 ‘패션’에 관한 전반적인 소품들을 다양하게 구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여성복부터 아동복, 남성복, 아웃도어 용품을 비롯해 액세서리, 안경, 문구, 그리고 칼국수, 야채호떡 같은 먹을거리까지 넘쳐나는 이곳에서는 정말 없는 것 빼고는 다 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 큰 시장을 제대로 돌아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도가 필요할 터다. 무작정, 무지하게 큰 시장이라는 이유로 덜렁,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운수대통이면 모를까, 같은 곳만 구경하다 여행을 마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우선 숙녀복을 보러 왔다면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로 나오는 것이 좋겠다. <유명레저>를 왼편에 두고 남대문시장 6번 게이트를 통과해서 직진하다 칼국수 골목을 등에 두고, 우회전하면 숙녀복들을 만날 수 있다. 숙녀복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마주한 작은 골목은 칼국수 골목으로 남대문시장의 별미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도 좋을 듯싶다. 주말이면 이 대로변으로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으니 시장구경을 마칠 즈음 들르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는 편의를 위해 남대문시장 6번 게이트와 2번 게이트를 잇는 일직선상의 길을 메인길이라고 부르자. 메인길로 다시 나와 칼국수 골목과 숙녀복 골목을 지나 직진하면 ‘유명액세서리’ 건물을 앞에 두고 사거리가 나온다. 출출하다면 이쯤에서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 맛보는 것도 좋겠다.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으면 왼편으로는 안경 골목이, 오른편으로는 액세서리 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골목이라 하기에는 좀 짧긴 하지만. 

▲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일상, 그리고 사람들. 외국인들에게도 필수 관광코스로 꼽히는 남대문시장.

다시 메인길로 올라 직진하면 대각선 방향으로 대도종합상가가 보인다. 그 앞의 우측골목이 바로 그 유명한 수선 골목이고 대도종합상가 뒤편은 이불과 침구 골목이 펼쳐진다. 대형 건물 안에도 층마다 다양하게 구색을 갖추고 있으니 필요한 물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준비성이 필요하다. 
대도종합상가를 우측에 둔 메인길의 좌측은 먹자골목이다. 남대문시장의 별미로 꼽히는 갈치조림과 닭개장, 족발 등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골목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두 유명한 맛집이니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다시 메인길을 향해 2번 게이트 가까이, 그러니까 메인길의 끝까지 가면 카메라 골목이 나온다. 우회전해서 3번 게이트에서 회현역 6번 출구 방향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아동복들을, <월간 아웃도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비점 골목은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와 6번 출구 사이와 소공동 한국은행과 신한은행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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