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는 나그네 영혼을 붉게 물들인다
사하라는 나그네 영혼을 붉게 물들인다
  • 글 사진·박예원 기자
  • 승인 2011.05.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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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 Africa : 모로코

▲ 붉은 사막의 최고봉이며 사구의 모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로코 사하라.

사하라, 지구상에서 남극과 북극 다음으로 넓은 사막. 사하라는 북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모래사막이다. 사하라는 세계 최대 크기인 만큼 어느 나라에서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른 색과 매력을 가지는 묘한 곳이다. 북부 사하라는 모로코ㆍ알제리ㆍ튀니지ㆍ리비아ㆍ이집트 등을 지나는데, 특히 모로코의 사하라는 붉은 사막으로 유명하다.

사하라 사막은 모로코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모로코 어느 지역에서나 사하라로 들어갈 수 있다. 단, 생각해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어디서 출발해서 어떤 경치를 보며 사하라로 향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이다. 

사하라 투어 출발지, 마라케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투어는 마라케시(Marrakesh)에서 출발하는 코스이다.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교통 요충지여서 사막뿐 아니라 아틀라스 산맥을 포함한 여러 투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컬버스를 잘못 타서 일정과 다르게 새벽 3시에 떨어져 버린 마라케시. 어디에서 동이 트기를 기다릴까 고민하다가 터미널 안에 24시간 열려 있는 찻집을 발견했다. 워낙 마실 것을 좋아하는 모로코 사람들이기에 어디를 가도 10디람이면 에스프레소와 설탕 가득한 민트차를 만날 수 있다. 2월은 모로코도 겨울이다.
우리나라처럼 춥지는 않지만 일교차가 커서 새벽녘이면 늦가을처럼 온몸이 더 으슬으슬 떨려온다. 혹시 모로코를 여행하다가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새벽에 잠시 쉴 곳이 필요하다면, 터미널 근처 찻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침 7시가 넘으니 동이 튼다. 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을 바라보고 성벽 안쪽을 따라 10분 정도만 걸어가니 올드 메디나가 나온다. 모로코의 도시에는 대부분 광장이 하나씩 있는데, 마라케시 광장은 유난히 크다. 이곳의 이름은 제마 엘프나(DJEMAA EL-FNA), 야시장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단체 관광객을 포함한 여러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관광지로 발달한 만큼 쉽게 사람들을 믿기는 어려운 지역이다.

길을 가르쳐 주는 척 도움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걸은 후 돈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행 가이드 책으로 유명한 외국 서적에는 이 상인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들을 믿지 마라. 그들이 보여주는 모든 것은 드라마이다.’ 개인적으로는 사기를 당한 적은 없지만 사람을 잘 구분하는 눈썰미가 필요한 지역이다.

▲ 강원도 산골짜기를 온 듯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가는 꼬불꼬불한 길이 이어진다.

산맥과 사막 둘러보는 마르조가 투어

사하라 사막 투어는 매우 인기가 좋다. 2박3일 단기 투어는 물론 장기 트레킹을 하기 위해 여행 온 사람들도 많다. 보통 배낭여행객들은 1박2일 자고라 혹은 2박3일 마르조가 코스를 선택한다. 코스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가격과 시간이다. 자고라행 1박2일 코스는 거리가 짧은 만큼 협곡이나 아틀라스 산맥보다는 사막과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보기에 알맞다. 하지만 아틀라스 산맥과 협곡을 포함한 여러 경관을 자세하게 보고 싶다면 마르조가 2박3일 코스를 추천한다

아침 7시, 투어회사 앞에서 여러 외국인 친구들이 모였다. 여유 있게 경치를 보기 위해 2박3일 마르조가 코스를 선택했다. 여러 명이 함께 출발하는 만큼 창가의 명당을 차지하고 싶다면 아침 일찍 나가는 것이 좋다. 마라케시를 조금만 벗어나니 마치 강원도 산골짜기를 온 듯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가는 꼬불꼬불한 길이 이어진다. 눈앞에 보이는 산은 나무 하나 없지만 그 뒤로 눈 쌓인 산이 겹쳐진다.

▲ 에잇 벤하두는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카스바이다. 방어하기 쉽게 언덕 꼭대기에 지은 경우가 많다.

유명한 카스바, 에잇 벤하두

에잇 벤하두는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카스바(Kasbah)이다. 카스바는 메디나, 즉 이슬람 도시의 한 종류로 요새와도 같다. 창이 거의 없는 높은 벽이 특징이다. 방어하기 쉽게 언덕 꼭대기에 지은 경우가 많은데, 에잇 벤하두 역시 올라가는 길이 꽤 가파르다. 여느 카스바에 비해 카스바의 특징들이 도드라지는 곳이다.

마라케시에서 보았던 현대화된 모로코가 아닌 원래 그들이 살아왔던 문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곳이다. 가이드가 말하길 카스바는 눈이나 빗물에 약해서 많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때문에 건너편에 새로 마을을 꾸며서 살고 있다고 한다. 아틀라스 산맥과 흙으로 된 성벽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과 협곡 등 경치가 빼어나 영화 촬영도 많이 했다고 한다.

영화 촬영 장소로 유명한 와르자잣(Ouarzazate)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가던 길을 멈췄다. 역시 영화 촬영 때 쓰였던 세트장이 지금은 기념관으로 바뀌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순수하게 사하라만 보고 가고 싶은 경우에는 사막 투어를 와르자잣에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처에 공항도 있어서 유럽인들이 사하라 여행을 위해 찾는 남부 교통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나는 레스토랑으로 가지 않고 미리 챙겨온 빵을 꺼내 들었다. 그런 모습이 이해가 안 되었는지 스페인 할머니가 질문을 하나 던진다. “다이어트 중이야? 왜 여행까지 와서 살을 빼?”

▲ 카스바는 메디나, 즉 이슬람 도시의 한 종류로 요새와도 같다. 창이 거의 없는 높은 벽이 특징이다.

협곡과 오아시스 마을 구경

가이드가 갑자기 언덕배기에서 멈춰 세웠다. 협곡 사이사이에 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장엄한 바위산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이 바로 오아시스와 카스바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라고 한다.

실제 바위 모양도 가지각색이라 바위만 사진에 담기도 바쁘다. 첫 날은 다데스 협곡 사이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호텔에서 하루 머물렀다. 저녁식사는 모로코의 대표 음식 하리라(Harira), 타진(Tajine) 그리고 꾸스꾸스(Couscous)이다. 

아침을 먹고 빨리 움직이자던 가이드가 우리를 세워준 곳은 한 마을 앞. 어제 협곡 위에서 봤던 마을 중 하나를 방문한 것이다. 아틀라스 산맥 꼭대기에서 녹아내린 눈이 자연스레 흐르도록 물길을 만들어 형성된 오아시스 마을이다.

▲ 빨랫줄에 걸린 형형색색의 히잡. 이슬람 여성들이 외출할 때 착용하는 베일의 한 종류다.

2월이라 농작물을 볼 수는 없었지만 논밭의 물길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논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면 카스바로 들어간다. 가이드는 마을을 구경 시켜주고 어느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모로코가 모직으로 유명한 만큼 양탄자를 만드는 집이라고 한다. 직접 양탄자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고 민트차도 마시고 원하면 양탄자도 구입할 수 있다.

2시간쯤 달렸을까. 거대한 토드라 협곡(Todra Gorge)이 보인다. 산맥 사이에 난 찻길 양쪽으로 맑은 물이 흐른다. 가이드가 내려준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더 깊은 협곡을 만날 수 있다. 협곡 사이로 흐르는 물가에서 현지 여성들이 빨래를 하고 아이들은 옆에서 염소를 치고 있다. 사진을 찍으려면 마구 달려와서 “노 포토!”를 외친다.

중동지역 여행 한 달째에 접어드니 이제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도 당황하며 가만히 서있지 않는다. 오히려 찍지 않았다며 손짓하고 활짝 웃어주면 그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일출은 붉은 사막이 진가를 발휘하는 시간이다. 떠오르는 태양이 사구에 독특한 그림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잊지 못할 사하라 사막의 캠핑  

협곡에서 마을을 하나 지나니까 황량한 길이 나온다. 그리고 손이라도 뻗으면 한 번에 잡힐 듯 눈앞에 모래 언덕이 나타났다. 꿈에 그리던 모로코 사하라 사막이다. 붉은 사막의 최고봉이며 사구의 모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로코 사하라.

분명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것 같았는데 한창을 달린다. 그리고 건물 앞에 세워 주더니 간단한 캠핑에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낙타에 타자고 한다. 이 건물이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막의 밤은 추우니 침낭을 하나씩 챙겼다. 하지만 모로코 사하라는 이집트 사막보다 사구의 크기가 오밀조밀하기 때문인지 다른 사막에 비해 추운 편은 아니다.

사막에 온 기념으로 터번을 두르고 낙타에 올랐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우리가 하루 머물 캠핑장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 메뉴도 역시 타진과 꾸스꾸스. 그리고 사막의 별. 온통 어둠이 퍼진 사막 위로 수없이 별똥별이 떨어진다. 내 눈앞으로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은 별자리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처럼 크고 선명했다.  
일출은 붉은 사막이 진가를 발휘하는 시간이다. 떠오르는 태양이 사구에 독특한 그림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햇살에 사막이 더욱더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 붉은 사막 위로 기다란 낙타 그림자가 드리우면 내가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걷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페즈와 마라케시로 각각 흩어지는 일행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박예원 | 가톨릭대학교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2008년 인도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필리핀 바로탁비에호학교 봉사팀 한국어교육팀장,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 배낭여행, 제주도 올레길 국토대장정을 거쳐 올해 53일 동안 모로코와 이집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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