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물만 잘 맞추고 불 조절만 잘해도 밥이 맛있다
밥물만 잘 맞추고 불 조절만 잘해도 밥이 맛있다
  • 이철규 기자
  • 승인 2011.07.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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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로바와 함께하는 초보캠핑 교실

▲ 임진강이 바라다 보이는 평화강변수목원에 에코로바의 ‘에코 세피아 돔’ 텐트를 치고 의자를 펼쳐 사이트를 구축했다.

캠핑의 즐거움은 가족들을 위해 멋진 식사를 만드는 것

캠핑에서 밥은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지만 밥과 함께 준비하는 반찬과 먹을거리는 가족을 위한 사랑의 표시다. 아이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나누는 대화는 가뜩이나 머리를 맞댈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다.

캠프장을 찾는 캠퍼들의 식사시간을 둘러보면 밥과 찌개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물에 끓이기만 하면 되는 햇반이나 3분 카레, 봉지에 담긴 즉석 국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캠퍼들을 위한 전용 압력 밥솥까지 등장할 정도다. 잘하면 캠퍼들을 위한 전용 도시락이나 냉장고까지 등장할지 모르겠다.

예전 산에서 캠핑을 할 때의 기본은 밥과 찌개를 하는 일이었다. 특히 밥을 태우지 않고 얼마나 잘하는가에 따라 막내의 자질이 평가되기도 했다.

▲ 숭의전 맞은편에 자리한 평화강변수목원은 임진강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사실 코펠에 하는 밥은 캠퍼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캠핑의 달인이란 사람이 압력 밥솥이 없으면 밥을 못한다고 한다면 어디 고수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캠핑에 사용하는 코펠은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티타늄 소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알루미늄 제품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하드 아노다이징 코팅을 하거나 세라믹을 이용해 코팅을 한 제품도 있다.

알루미늄이 가진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대부분이 캠퍼들이 스테인리스 소재의 3중 바닥 코펠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3중 바닥 코펠은 스테인리스 바닥에 알루미늄을 입힌 후 다시 스테인리스를 입혀 3중으로 만든 것이다. 스테인리스 코펠은 충격에 강하고 부식의 염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가열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무겁다. 이에 비해 티타늄으로 만든 코펠은 가볍고 열전도율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다만 티타늄은 가볍고 바닥이 얇아 음식물이 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3중 바닥 코펠 즐겨 사용
버너는 사용하는 연료에 따라 가스버너와 가솔린(휘발유)버너, 석유버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석유버너는 알코올로 예열을 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이젠 거의 찾기가 힘들어졌다.

최근 캠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가스버너는 슈퍼나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쉽게 연료를 구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작동할 수 있어 가장 즐겨 쓰는 장비가 됐다.

6월 중순 렉스턴에 에코로바가 내놓은 신형 텐트인 ‘에코 세피아 돔’에 테이블과 의자, ECRB 트윈버너, 6인용 코펠, 화로대 등을 챙겨 임진강 강변에 자리한 평화강변수목원으로 캠핑을 떠났다.

▲ 캠핑의 시간은 친근한 사람들과 나누는 정겨운 대화에 있다.

올 여름부터 개장할 예정인 평화강변수목원은 임진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했으며, 5만평이 넘는 공간에 수목원은 물론이고 수영장, 운동장까지 갖추고 있다.

임진강과 수목원 맞은편에 자리한 숭의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코펠에 밥을 하기 위해 쌀을 씻어 버너 위에 올렸다. 에코로바의 6인용 코펠 세트 ‘뉴 에코피아’는 100%에 가까운 고순도 알루미늄을 사용했으며 가볍고 쉽게 찌그러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또한 열전도율도 높아 야외에서 밥이나 찌개를 끓이기에 적합하다.

손가락 첫 마디가 닿을 정도로 밥물을 맞춘 후 버너의 불을 올렸다. 이어 내부의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뚜껑을 닫았다. 보통 버너에 코펠을 올린 후 주변의 돌이나 무거운 물체를 코펠 뚜껑 위에 올려놓곤 하는데 이는 밥물이 넘치면서 뚜껑이 열리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 음식이 달라붙지 않도록 코팅 처리한 코펠 뚜껑에 돼지 갈비를 구웠다.
이어 투 버너 한쪽에 코펠을 얹어 물을 붓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사실 캠프장에서 설익은 밥이나 탄 밥을 먹지 않기 위해선 불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초기에는 밥에 강한 열을 가한 후 밥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어느 정도 밥알이 익은 뒤에는 약한 불로 뜸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설익은 밥이나 밥이 타는 것은 초기와 중반에 계속적으로 강한 열을 유지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바닥은 타고 맨 위층은 쌀이 설익은 것이다.

밥을 하는 데서 유래한 ‘뜸 들인다는 말’은 그만큼 밥을 하는데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김치에 두부와 돼지고기를 넣어 찌개를 끓여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캠핑에서 저녁시간은 대화의 시간이며 아이들과 벗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시간이다.

일부에선 주변에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아이들만 남겨둔 채 술자리에 빠져 지내는 캠퍼들도 있지만 캠핑은 가족이 함께하는 아웃도어인 만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장 즐겨 쓰는 가스버너
▲ 이너텐트 바닥에 스펀지로 만든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봄철 침낭을 펼쳤다.
화로에 모닥불을 피우고 익사이팅월드커뮤니케이션 정영훈 사장, 변창하 팀장, 김기호씨와 함께 캠핑의 즐거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은 낮과 달리 사람들을 랜턴 불빛 아래로 모이게 해 정감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모닥불 양쪽에 두 개의 랜턴을 밝히고 새벽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숲이 우거진 텐트 사이트는 아침의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 좋다. 아침이 되자 밤새 불빛으로만 알 수 있었던 숭의전과 임진강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설에 따르면 이곳의 벼랑은 모구 72개로 그곳에 고려의 마지막을 지키려했던 충신들이 숨어 살았다고 한다. 이후 세월이 지나 그곳에 철쭉꽃이 펴 뼝대를 붉게 물들이기에 72현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강 건너에 자리한 숭의전으로 인해 생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숭의전은 본래 고려 태조 왕건의 원찰이었던 앙암사가 있던 곳으로 1397년 이성계가 고려 유민들의 복원 운동을 무마시키기 위해 세운 것이다.

숭의전이 고려의 종묘가 된 것은 사실 1399년인 정종1년으로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혜종·성종·현종·공민왕 등 여덟 왕의 위패를 모시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이곳은 고려 유민들의 정신적인 성지가 됐던 셈이다.

빵과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캠프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가에 자리한 덕에 조망이 좋은 곳은 물론이고 숲이 우거져 기존의 그라운드 캠핑을 즐기던 캠퍼들에게는 색다른 장소가 될 듯하다.

더욱이 캠프장 앞에 놓인 계단을 이용해 바로 임진강 강변으로 나갈 수 있어 캠핑과 더불어 낚시는 물론이고 물놀이, 카약 등도 즐길 수 있다.

대운동장은 단체 캠핑의 장소로 생각한다면 강변 곳곳에 숨은 사이트들은 두 세 가족을 위한 소규모 캠핑 장소로 적격이다.

▲ 텐트 안에 설치한 랜턴의 불빛이 은은한 분위기가 느껴지게 한다.

한 차례 캠프장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시원한 냉수로 목을 축이고 나무에 해먹을 설치해 몸을 눕혔다. 서늘한 강바람을 맞으며 느림의 미학에 빠져본다. 모든 일을 속전속결에 끝내야 하는 세상에서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기분은 역시 남다르다.

잠도 자고 해먹에 기대 뒹굴뒹굴하다 오후가 다 돼 일어났다. 이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등산이 정상에 섰다가는 다시 속세로 돌아가야 하듯 캠핑 역시 자연에서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1박2일이란 시간이지만, 이런 시간마저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말 몰인정하고 메마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임진강의 강바람이 무더위에 더욱더 차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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