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뜨거운 열정을 통해 한해를 기약하고 소망한다
태양의 뜨거운 열정을 통해 한해를 기약하고 소망한다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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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신년캠핑①_망상오토캠핑리조트

▲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 맞은 동해의 일출. 뜨거운 태양의 열기에 언 몸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카라반과 캠핑 카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동해의 캠핑 명소

새해의 첫 해를 보기 위해 정동진이나 대청봉을 찾는 사람들처럼 캠퍼들도 신년의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너도나도 동해안으로 캠핑을 떠난다. 동해안의 캠프장 중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는 바닷가 앞에 자리한 망상오토캠핑장을 비롯해 경남 고성의 상족암캠프장, 영덕의 해맞이캠핑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캠프장은 가족들과 화롯불 앞에 마주앉아 한해를 정리하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수 있는 곳이다.


▲ 연평도 사건이 있은 탓에 동해안에도 비행기가 수시로 날아다녔다.
12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영동고속도로는 해맞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해 매년 교통체증을 겪곤 한다. 이는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멋진 한해를 계획하기 위함이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캠퍼들 역시 매년 1월 1일을 맞아 일출 캠핑을 떠나곤 한다. 동해안에 자리한 대표적인 일출 캠핑지인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캠핑 카라반을 이용한 1박은 물론이고 텐트를 이용한 캠핑도 가능한 곳이다.

더욱이 캠프장 앞 모래사장에 앉아 검은 바다를 뚫고 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어부지리가 아니라 일출의 장관이 캠핑의 보너스인 셈이다. 리조트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자 소나무향과 더불어 바다에서 밀려오는 비린 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오감으로 느끼는 첫 번째 동해의 느낌이다.

서해나 남해와 달리 동해는 갯벌이 없고 섬이 거의 없다. 때문에 동해는 서해에 비해 조수간만의 차가 덜하다. 캠프장에 차를 세우고 캠퍼의 본능을 살려 트렁크에 담아온 텐트와 카고 백, 랜턴, 테이블 등의 장비를 꺼냈다. 겨울철 주말을 피해 캠핑을 떠난 캠퍼의 즐거움은 캠프장이 지닌 한적함과 편안함 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유자적(悠悠自適)이란 바로 이런 즐거움을 뜻하는 것이리라.  

데크 위에 텐트를 펼치고 테이블 위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해바라기를 하는 즐거움이란 세상의 모든 여유로움을 갖은 기분이다. 여기에 해송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은 삼림욕을 위한 보너스일 뿐이다. 캠핑의 미학은 사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기계와 전기에 의존하며 살아가던 우리의 생활을 버리고 다소의 불편함 속에 자신을 던지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에는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이 소리를 내지 못하듯 짐을 싸고 떠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는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전하는 바다의 향기와 육지의 소나무 숲이 주는 향, 여기에 뜨거운 태양을 감상하며 즐기는 감동은 동해안에 자리한 캠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식도락이다.

▲ 화이어로그에 불을 붙이고 텐트 안의 냉기를 다스려본다.

때문에 해마다 12월의 마지막 날이면 동해안에 자리한 캠프장은 자리 잡기조차 힘들 때가 많다. 그나마 평일을 택한 덕에 리조트는 한 동의 텐트와 트레일러를 이용하는 한 두 가족들이 있을 뿐 조용했다. 이 때문일까? 동지애를 느낀 이웃 텐트에서 전달해준 육포와 맥주 한 병도 맛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집도 마찬가지지만 캠핑은 더더욱 이웃사촌이 중요하다. 하룻밤을 캠프장에서 보내야 하는데다 위험한 화기들이 많은 만큼 이웃을 잘 만나야 편안하고 즐거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케니지의 잔잔한 음악 소리에 취해 있다 보니 잠시 오침에 빠졌다.

▲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는 트레일러는 물론이고 텐트를 이용한 오토캠핑도 가능하다.

눈높이를 낮추면 소홀했던 세상이 보인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의 휴식은 짧은 시간이지만 효과는 엄청나다. 1주일간의 피로가 말끔하게 씻겨 내려간 것 같다. 캠핑은 직립보행의 눈높이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눈을 땅과 하늘의  위와 아래로 변화하게끔 한다. 이는 의자를 이용한 좌식문화가 주는 여유로움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땅의 눈높이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때문이다.

캠핑은 콘크리트와 전자파라는 이질적인 요소로 가득한 도심을 떠나 땅과 호흡하며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이는 인간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욕구인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꿈의 발로이며 작은 희망이다.

▲ 무릉계곡의 기암 중 하나인 학소대. 여름철이면 바위벽을 타고 제법 굵은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 나와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망상 주변에 자리한 첫 번째 볼거리는 리조트 맞은편에 자리한 동해고래화석박물관이다. 2층의 건물과 야외 전시실로 꾸며진 박물관은 고래의 화석은 물론이고 선사시대 조개와 물고기 화석, 공룡 화석 등을 전시한 곳이다. 이곳은 직접 화석을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어 방학기간 아이들과 찾기 좋은 곳이다. 동해시가 망상오토캠핑리조트와 연계한 관광문화권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약천 남구만 선생 시조비와 문화마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짖는다’라는 시조로 널리 알려진 약천 남구만 선생은 숙종 때 영의정까지 지낸 문인이다. 이 시조는 약천 선생이 강릉 유배 때 지은 것으로 망상동의 약천마을에는 시조와 관련된 지명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남구만 선생의 사당에 이르기 전 오른편으로 나 있는 ‘약천정’이란 이정표를 따라 돌계단을 오르니 한적한 숲 속에 자리한 아리따운 정자인 약천정이다.

▲ 무릉계곡에 자리한 고찰 삼화사

남구만 선생은 희빈 장 씨의 소생인 균에 대한 세자 책봉을 반대하다 결국 이곳으로 유배를 떠나게 됐다. 이에 그는 약천마을에 1년간을 머물며 젊은이들을 가르치곤 했다. 약천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은 전망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주변이 온통 오죽에 둘러싸여 제법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약천정과 약천 선생을 모신 사당을 둘러보고 동해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무릉계곡과 추암으로 향했다. 선조 때 삼척부사였던 김효원이 그 이름을 붙였다는 무릉계는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계곡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골짜기에 들어서자, 사나운 계곡의 주인이 찬바람으로 손님을 맞는다. 하지만 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기이한 바위와 뼝대들은 이곳이 진정 학을 타고 노닌다던 신선의 땅 같다.

하얀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물과 산자락을 가득 메운 숲의 아름다움은 사계절 관광객들의 발길이 끝이지 않는 이유다. 민낯을 드러낸 나무들과 수량이 줄어든 계곡이 싱그러움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경관이 지닌 우직한 맛은 여름에 비해 더욱더 웅장하다. 신라시대 세워졌다고 하는 고찰 삼화사와 학이 날아와 놀던 곳이라는 학소대를 거쳐, 두 개의 폭포가 서로 마주 보듯이 흘러내리는 쌍폭포까지 단숨에 올랐다. 쌍폭포에서 용추폭포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지만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햇살 탓에 다시금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 추암 해안가에 마련된 산책로. 바닷가 옆 솔숲 사이로 길이 이어져 풍경 또한 그만이다.

주차장에서 망상으로 가는 길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고깃배들의 밝힌 불빛이 눈길을 끌었다. 동해에 떠 있는 배들은 대부분 배 위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불을 밝히지만 오징어나 한치, 갈치 등을 잡는 배들은 형광등보다 훨씬 밝은 고압방전등을 이용해 불을 밝힌다. 이유는 이 불빛을 보고 플랑크톤이나 작은 고기들이 모여 들고 이 고기떼를 따라 오징어나 갈치 등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결국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이용한 인간의 아이디어인 셈이다.

동해 고깃배들의 이 불빛군은 워낙 밝아 인공위성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한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오징어들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이 불빛 아래 모이는 것이다. 리조트의 밤은 따뜻하다. 캠프장 내 곳곳을 밝힌 오색의 불빛의 따뜻함과 더불어 공동시설물에 켜 놓은 불빛이 환해 활동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 동해안 해안가에 자리한 마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인 오징어 말리는 모습.

태양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쫓아주길 바라며
하늘을 가득 메운 별빛을 기대하며 밤을 맞았지만 짙은 구름 탓에 금성의 불빛만이 환하게 비출 뿐이다. 캠프장의 이웃사촌이 선사한 육포와 맥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멋진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일찍 잠에 빠졌다.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캠프장 앞 망상 해변으로 나섰다. 헌데 수평선 위에 걸터앉은 짙은 구름이 떠오르는 태양을 억누르고 있는 형상이다. 이래서야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차디찬 대양을 딛고 일어서는 태양의 뜨거운 에너지에 이 구름마저 흩어지리라.

해는 7시가 넘어서야 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수평선 위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내게 뜨거운 열정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태양의 뜨거운 열정을 통해 새로운 한해를 기약하고 소망을 기원한다. 이 같은 해맞이 의식은 사실 태양족의 전통적인 의식 중에 하나다. 고대부터 태양을 숭배해온 우리의 전통이 그대로 몸속에 남아있는 셈이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동해의 일출을 보기 위해 강릉과 속초, 동해 등을 찾곤 한다. 때문에 캠프장 앞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망상오토캠핑리조트나 양양 바다캠프장 등은 비시즌임에도 12월의 모든 예약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캠프장 앞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작은 미련이 아닐까? 먼동이 트고 아침 해가 떠야 따뜻해지듯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햇살이 되길 바랄 뿐이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

망상해수욕장 옆에 자리한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동해시가 지난 2002년 제64회 세계캠핑카라바닝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가족단위의 국민관광 휴양시설이다.

리조트 내에는 캐빈하우스와 카라반, 오토캠프장 등이 조성돼 있으며 이용자들을 위한 공동 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장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각각의 사이트에는 전기 배전판은 물론이고 야영 데크도 갖춰져 있으며 클럽하우스와 매점, 놀이터, 전망대, 산책로 등이 갖춰져 있어 캠핑을 즐기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각종 스포츠용 도구들을 이용해 축구나 족구 등은 물론이고 다양한 레저도 즐길 수 있다. 캠프장은 자동차나 모터 카라반을 이용한 오토캠핑은 물론이고 캠핑 트레일러를 이용한 캠핑도 가능하며 가족들만의 휴가를 즐기고픈 사람들을 위한 가족형 롯지와 캐빈하우스도 마련돼 있다. 이용료는 자동차캠핑이 1박 2일에 2만7천원(성수기 3만3천원)이며 캐빈하우스와 훼밀리롯지는 4인용이 7만7천원(성수기 11만원)이다.

▶문의: 033-534-3110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3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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