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제2의 인생, 이미 시동은 걸렸다
“부릉부릉” 제2의 인생, 이미 시동은 걸렸다
  • 글·김경선 기자 | 사진·남영호 기자
  • 승인 2011.06.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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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sure Mania: 김종인

김종인 씨는 H.O.G의 아버지로 불린다. H.O.G는 Harley Owner Group의 약자로 전 세계에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라이더 중 동호회에 가입해 친목을 도모하는 무리를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100만 명 정도가 H.O.G에 가입해 있으며 국내에는 1,000여 명 정도가 활동한다. 그는 현재 국내 H.O.G의 회장. 〈할리데이비슨〉을 사랑하는 정도가 둘째 가라면 서럽다.

김종인 씨는 〈할리데이비슨〉을 ‘할리’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사실 그가 할리를 타기 시작한 것은 60세부터. 올해로 8년째다.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처럼 여겨져 젊은이들이 많이 타는 〈할리데이비슨〉을 60세부터 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할 수도 있지만 김종인 씨는 나이 60에 만난 〈할리데이비슨〉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던 중 IMF가 터져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스트레스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가 되면서 마음을 다스릴만한 취미생활을 찾게 됐어요. 그렇게 만난 게 할리죠.”

1999년부터 연습을 시작해 2000년에 모터사이클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할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우연인지 행운인지 할리를 타기 시작한 이후로 사업 재기에도 성공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H.O.G의 회장직을 맡기 시작하면서 다시 젊음의 활기를 느끼고 있다는 그는 2003년에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 H.O.G 회장직에만 전념하는 중이다.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죠.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할리를 얘기하고 함께 라이딩하면서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할리의 매력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브랜드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지만 한때 미국 젊은 남성들의 세 가지 꿈은 캐딜락을 타는 것, 하와이에 여행을 가는 것,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이었다고 한다.

▲ 2005년 속초 랠리에서 동호인들과 함께 얘기 중인 김종인 씨.

이렇게 뭇 남성들을 열광시키는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라이더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까.

“할리의 매력은 너무나 많지만 크게 세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첫째, 소리가 아주 근사합니다. 누구는 말발굽 소리라고도 하고, 누구는 심장 고동소리라고도 하죠.

둘째, 다른 모터사이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떨림이 있습니다. 그 느낌이 환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차처럼 막힌 공간이 아닌 오픈된 공간에서 느끼는 스피드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여름에도 40km 이상으로만 달리면 에어컨이 필요 없어요.” 김종인 회장은 “이 세 가지 매력을 맛보면 절대로 헤어나지 못한다”며 할리 예찬론을 펼친다.

〈할리데이비슨〉은 배기량과 스피드, 장소에 따라 차체에서 나는 소리가 달라져 여럿이 타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며 화음을 이룬다. 상상이 되는가. 앞에 가는 할리는 ‘도’ 음을 내고 뒤따라가는 할리는 ‘미’ 음을 내고, 또 다른 할리는 ‘솔’ 음을 내고. 대열을 지어가면서 연주를 하는 상황이. 이런 재미가 H.O.G를 탄탄하게 유지시키고 확장시켜나가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할리로 너와 내가 통한다

▲ 서울 한남동 H.O.G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김종인 씨.
H.O.G는 국내 동호인들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와 함께 라이딩하는 기회도 갖는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에서는 일 년에 두 번 ‘빅 랠리’를 개최하기 때문에 가까운 일본이나 할리의 본고장 미국에서 많은 동호인들이 참석한다. 오는 5월18일에는 동해 망상 해수욕장에서 2박3일간 내셔널 랠리를 개최해 일본에서 50명 정도의 회원이 참석한다고.

김종인 회장은 할리로 노년의 인생을 새롭게 맞이했다. 모터사이클의 정장인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멋지게 차려입고 길을 나서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본다.

“기자님도 한 번 타보세요. 여성이 할리를 타면 그 멋이 남달라서 지나가는 남자들이 다 쳐다 볼 정도죠. 남녀노소 누구나 최고로 멋지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할리가 매력 있는 이유 아니겠어요?”

많은 사람들은 모터사이클을 위험하다고 말한다. 물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터사이클은 오픈된 상태로 타기 때문에 스릴과 매력이 많지만 그만큼 사고가 났을 때의 피해는 심각하다. 김종인 회장은 “정해진 규칙을 잘 지켜 과속하지 않고 완벽하게 안정장비를 갖춰 탄다면 오히려 차보다도 안전하다”며 반드시 헬멧과 장갑, 부츠를 착용하라고 충고한다.

김종인 회장은 요즘 한창 바쁘다. 4월4일에 열리는 제4회 크로스컨트리 코리아 & 재팬 할리투어 준비로 회원들의 일정을 조율하고 행사 전반에 대한 계획을 짜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무 대가 없이 H.O.G를 운영하는 열정이 대단했다. 김종인 회장이 이렇게 모든 것을 H.O.G에 쏟아 붓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그라지지 않는 〈할리데이비슨〉을 향한 사랑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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