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락처럼, MTB는 포크송처럼”
“인생은 락처럼, MTB는 포크송처럼”
  • 글·김경선 기자 | 사진·남영호 기자
  • 승인 2011.06.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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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 :가수 김세환

일렉기타 소리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도 가끔 조용한 선율에 달콤한 음색이 어우러진 포크송을 듣다보면 가슴 속이 짠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1970년대 가요계를 휩쓸던 포크 바람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형태를 조금 달리한 포크송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 차안에서 듣던 유행가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것처럼 말이다.

포크송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름이 있다. 가수 김세환(59세) 씨. 감미로운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러울 것 같은 이미지는 인터뷰 후에 ‘외유내강’으로 진로를 조금 수정해야 했다. 시원시원한 의사 표현만큼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몰입이 확실한 김세환 씨는 국내에서 MTB 마니아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우면산을 자주 찾는다는 김세환 씨는 자전거를 항상 생활화한다.
MTB와의 설레는 첫 만남

“남산을 자전거로 오르는 미국인 친구를 보고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5단 기어 자전거만 보다가 기어가 18단인 자전거를 처음 봤는데 충격 안 받을 수가 있었겠어요?”

친구가 타는 것을 보고 MTB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김세환 씨는 미국 출장길에 시간을 내 산악자전거의 요람인 레이크 타호에 들렀다.

직접 타본 자전거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내친김에 한 대를 구입해 한국으로 가지고 왔다. 그때 산 자전거가 <스카트(Scott)>에서 나온 MTB. 국내 첫 세대 MTB로 인정받아 얼마 전 자전거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세환 씨가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진 데는 자전거의 편리성이 한 몫 했다.

스키는 장비를 챙기고 이동을 해야만 즐길 수 있는 반면 자전거는 집 밖으로 가지고만 나가면 바로 탈 수 있고 원하는 장소까지 교통 체증 없이 이동하고 무엇보다 주차 걱정 없다는 매력이 있다. 일석삼조다. 라디오 방송이 있는 날이나 동창회 모임 같은 편안한 약속에는 거의 자전거로 이동한다고.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간단해요.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는 거죠. 자전거는 이제 취미가 아니라 제 주치의에요.”

‘자전거 삼계명’을 지켜라

최근 MTB를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길에서 차들과 함께 달리는 위험한 자전거 라이더들이 쉽게 눈에 띈다. 김세환 씨는 MTB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지켜야할 몇 가지 사항을 당부한다.
 

첫째, 헬멧은 꼭 써야한다. 둘째, 산에서 MTB를 탈 때는 등산객들에게 절대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늘 등산객들이 먼저 지나가도록 배려한다. 셋째, 산을 훼손시키지 않게 최대한 조심한다.

사실 MTB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는 아니다. 아무리 싼 자전거라도 목돈이 드는데다 자전거의 종류도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무턱대고 대리점을 찾아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김세환 씨는 자전거를 살 때면 항상 전문가와 함께 가거나 조언을 듣고 충분히 공부한 후에 가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은 어딜 가나 불편하고 어색하듯이 자전거도 몸에 꼭 맞는 것을 장만해야 되요.”
자전거로 안 가본 곳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김세환 씨에게 최고의 코스를 묻자 양양의 미천골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왜 여기를 못 와봤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더라고요. 사람도 많지 않아서 같이 간 친구들과 옷 벗어던지고 신나게 놀았어요.”

자전거는 쉽고 신나기만 한 레포츠는 아니다. 끙끙거리며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겨운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하다.

김세환 씨는 극한의 고통 뒤에 오는 짜릿함이야 말로 MTB의 진짜 매력이라고 말한다.

자전거 전도사로 제2의 인생

김세환 씨는 오랜 세월 MTB를 타온 노련함으로 많은 연예인들에게 MTB 전도사를 자처한다.

박명수 김현철 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조언을 듣고 MTB를 시작해 지금은 준전문가만큼 탄다.

김세환 씨는 ‘한시반’이라는 동호회 활동도 열심인데 1990년대 초부터 한 두 사람씩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95년 11월19일 정식으로 동호회를 창립했을 때부터 초창기 멤버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30명가량 모여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자전거도 타고 한 달에 한 번씩은 시외로 나가 산을 찾으면서 친목을 다진다.

김세환 씨는 MTB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스키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1968년에 스키를 처음 탔으며 고등학교 때 승마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골프며 등산, 웬만한 레저활동은 다 해봤다.

잡기를 좋아하는 천성 때문이라는 김세환 씨는 그래도 MTB가 가장 좋단다.

“자전거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스키를 타러 알래스카에 한 번 가본 일이 있는데 그 아름다운 자연을 잊지 못하겠어요. 기회가 되면 알래스카를 자전거 타고 달려보고 싶어요.”

김세환 씨는 얼마 전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꼭 맞는 맞춤형 자전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자전거를 바꿔왔지만 이번처럼 몸에 꼭 맞는 자전거는 처음이다.
 
최고의 부품들로 조립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자전거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다는 김세환 씨는 “자전거처럼 나에게 잘 맞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가수로서의 마음을 표현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끊임없는 노력으로 젊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김세환 씨가 ‘외유내강’의 모습을 보이는 진짜 이유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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