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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철인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역시, 철인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 글·김성중 기자 | 사진·염동우 기자
  • 승인 2011.06.2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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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체험기 - 트라이애슬론대회 참가기(1)

3개월의 훈련은 끝났다. 대회를 준비하며 힘들 때는 포기하고 싶은 심정도 들었지만 훈련의 성과가 조금씩 보일 때는 자신감도 생겼다. 너무 큰 벽이라 느꼈을 때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것뿐. 도망갈 수 없다면 당당히 맞서야 한다. 장비를 차에 싣고 통영으로 향했다.

참가번호 143번!

▲ 제16회 통영아시아트라이애슬론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이빙하고 있다.

6월2일. 16회 통영아시아트라이애슬론대회를 하루 앞두고 걱정되는 마음에 밤새 잠을 설쳤다.

일산 철인클럽회원들은 엘리트부의 경기를 관람한다며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기자가 통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이미 엘리트부 경기는 끝나 있었다. 이날 동호인부는 다음날 있을 대회를 위해 선수등록과 사이클 검차를 해야 하고, 저녁 7시에는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위해 경기설명회가 있다.

오후 3시부터는 등번호를 나눠주기 때문에 서둘러 등록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동호인부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빼곡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한다니 놀랍기만 했다.

143번. 내일 대회에서 이 번호를 달고 참가해야 한다. 티셔츠와 챔피언칩(기록을 표시하는 밴드), 그리고 수영모와 스티커 등이 담긴 가방을 받고 있는데 일산철인클럽회원들이 인사를 건넸다.

참가하는 인원은 6명. 기자와 함께 처음 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하는 김은파 씨도 보였다. 동변상련이라 했던가. 반가운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기자처럼 긴장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동안 훈련을 열심히 한 자신감 때문이리라.

검차실에 도착하니 검사를 기다리는 사이클로 가득 찼다. 통영대회는 MTB를 가지고 참가할 수 없다. 반드시 사이클로 타야하며, 헬멧도 공식규격에 맞고 검증받은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 진행요원이 꼼꼼히 사이클을 살펴보았다.

▲ 참가 선수들은 대회 전날 등록 및 검차를 해야 한다. 김은파 씨와 배번을 확인하고 물품을 수령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이클 코스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나기 때문에 장비에 이상이 없어야 했다.

검차까지 무사히 마치고 경기설명회를 듣기 전에 시간이 남아 대회 코스를 미리 살피러 갔다.

수영장에는 이미 많은 동호인들이 내일 대회를 위해 몸을 풀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동호인들이 기록에 연연하기보다 대회 자체를 하나의 축제라 생각하는 듯 보였다. 가족과 혹은 연인들과 함께 웃으며 즐기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바꿈터(한 종목을 마치고 다음 종목을 준비하기 위해 설치된 장소)쪽에서는 엘리트 대회를 마친 국가대표 선수들의 시상식이 열렸다.

남자 일반부에서는 1시간52분59초로 들어온 카자흐스탄의 사푸노브 다닐 선수가, 여자 일반부에서는 2시간4분20초로 들어온 일본의 아키코 세키아 선수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진정한 철인은 그들을 말하는 것인가. 수영1.5km, 사이클40km, 그리고 마라톤10km를 2시간도 안 걸려 들어오다니 정말 대단했다.

대회 전 코스 파악은 필수!

수영장코스는 한 바퀴 당 750m로 부표가 5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출발 지점부터 역삼각형의 모양으로 코스가 형성됐다.
 
즉 완주하려면 역삼각형 바깥쪽으로 두 바퀴를 돌아야한다. 또 부표마다 안전요원이 두 명씩 배치된다. 역삼각형 안쪽에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빠르게 후송할 수 있도록 2대의 보트가 대기하고 있다.

수영장을 점검하고 사이클 코스로 향했다.

▲ 검차실에서 사이클을 꼼꼼하게 검사하는 진행요원. 세 가지 종목 중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종목이 사이클이기 때문에 바퀴 상태나 브레이크 등 반드시 체크한다.
우리처럼 미리 코스를 답사하는 일행들이 많았다. 충무교를 지나 통영시청까지 간 후 통영대교쪽으로 돌아오는 10km의 구간은 오르막이 거의 없고 평지다. 여기까지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통영대교를 지나자마자 계속되는 업다운 구간이 나타났다. 코스지도를 봤을 때는 해안도로를 일주하기 때문에 크게 오르막길은 없을 거로 보였는데, 완전히 생각과 달랐다.

짧게는 100~200m, 길게는 500m가 넘는 오르막길이 중간중간 계속해서 이어졌다. 미리 답사를 하지 않았다면 페이스 조절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오르막이 심한만큼 내리막길도 가파르기 때문에 라이딩할 때 반드시 유의해야 했다.

사이클 코스를 답사하고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마라톤 코스. 바꿈터에서 출발해서 오른쪽에 위치한 마리나리조트와 요트클럽 사이로 난 길로 가면 해안을 따라 도로가 나있는데, 이 곳을 따라 5km 지점에 가면 반환점이 나온다.

그곳을 돌아 3.5km정도 가면 왼쪽으로 언덕이 이어지는데, 마라톤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500m 정도 올라가면 결승점까지 1km 정도 남게 된다. 사이클 코스와 겹치는 구간이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비하며 달려야 하는 곳이다.

내일 있을 대회를 상상해 보았다. 저 끝에 보이는 결승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아니면 중간에 포기하고 완주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까.

온갖 생각에 머릿속이 어지럽다. 코스를 답사하고 일찌감치 숙소로 향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대 장관을 연출하는 선수들

▲ 수영의 실패로 완주는 하지 못했지만, 다음 통영대회에서는 반드시 메달과 기록증 둘 다 받을 것이다.
아침 5시. 자는 둥 마는 둥 밤새 잠을 설쳤다.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일산철인클럽회원들도 경기장에 나와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아뿔사’

여기저기 둘러보니 다를 팔뚝에 검은색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자신의 배번을 알리는 스티커로 양쪽 팔뚝과 오른쪽 다리에 반드시 붙여야 한다. 판박이 형식이라 붙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또 경기를 하기 전 피부를 보호하는 크림도 준비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장비점검을 한다고 했지만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

준비가 미비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게 되어 마음만 급해졌다. 수영에 참가하기 전 워밍업도 해야 하고 바꿈터에 장비도 설치해야 했다.

시간은 3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부지런히 바꿈터로 가서 슈트로 갈아입었다. 참가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응원하러 온 사람들로 경기장이 붐볐다. 1,200여명이 참가했다고 하니 국제적인 대회라는 명성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속히 수영장으로 나오세요.”

▲ 수많은 선수들이 수영을 마치고 사이클 출발을 하고 있다.
시작 10분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 속에 잠시 들어가 워밍업을 하고 출발선에 섰다. ‘두근두근’ 가슴이 콩닥거렸다. 기다리는 시간 내내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와’ 하며 함성소리가 들렸다.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에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몽’ 송일국 씨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송일국 씨는 해마다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한다. ‘주몽’을 찍는 바쁜 와중에서도 대회에 참가했다고 하니 그 열정이 대단했다. 또 드라마에서 주몽패밀리였던 ‘협보’ 임대호 씨도 얼굴을 드러냈다.

또 눈에 들어 온 사람은 바로 옆에서 의족을 벗고 슈트로 갈아입던 이준하 씨의 모습이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고 한다. 두 다리 멀쩡한 사람도 힘들다는 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한 그의 의지는 정말 높이 살만했다.

“시작 5분전입니다. 120명 단위로 줄을 서주세요!”

진행요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정각 8시에 시작을 해야 하는데 선수들이 많다보니 통솔하기가 쉽지 않은 듯 했다.

“시작 1분전! 준비되셨나요?”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약간 흥분되었다. 아마도 선수뿐만 아니라 응원하러 온 관객들과 진행요원들 모두 긴장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언맨~!”

아나운서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출발 신호가 울렸다.
“풍덩, 풍덩, 풍덩…”

1라인에 선 120명의 선수가 동시에 다이빙을 했다. 라인별로 1분의 간격이 주어졌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또 다시 출발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43번인 기자는 두 번째 라인이기 때문에 바로 출발을 해야 했다. 겨우 3개월의 훈련으로 저들처럼 헤엄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앞서 나간 선수들은 마치 수많은 물고기가 물위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유영하는 듯 했다.

100m 정도 전진했을까. 뒤에서 출발한 선수들이 벌써부터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긴장한 탓인지 자세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부표에서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 이 대회의 싸이클 코스는 업다운이 상당히 심하다.
뒤쪽을 보니 아직 출발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보였다. 조금 후면 모두 바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반대쪽에는 이미 450m 지점을 돌아 출발점을 향해 가는 선수들이 보였다. 다리에 모터라도 달았는지 정말 빠르다.

부표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하는데 몸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할 수 있겠어요?”
부표 위에서 진행요원이 기자에게 물어봤다.

“조금 더 힘내세요. 누구든지 출발하고 200m 정도는 힘들어합니다. 그 고비를 넘기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어요. 조금 더 힘내보세요.”

응원에 힘입어 다시 물속으로 팔을 뻗었다.

일단 목표는 두 번째 부표. 열심히 스트로크를 하고 발을 차지만 쉽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두 번째 부표에 어떻게 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쁜 호흡만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부표까지 오는 중에 선수들과 부딪히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자세를 바르게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돌발 상황이 왔을 때 대처를 하기엔 아직 실력이 부족했다.

훈련을 게을리 한 것이 뒤늦게 후회됐다. 저 멀리 출발점이 보였지만 두 바퀴를 완주할 자신이 없었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힘을 내어보지만 마음처럼 몸이 움직여주질 않았다.

일산철인클럽회원 중에 누군가 수영이 가장 쉽다고 했었다. 분명 거짓말이다. 아니, 그 말이 사실일지라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기자에겐 너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젖 먹던 힘을 짜내어 결국 한 바퀴를 돌았다. 물속에서 나오니 찬 곳에서 갑자기 나와서 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미 두 바퀴를 마치고 사이클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 송일국씨와 임대호 씨도 무사히 결승점을 통과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문제는 몸에 힘이 쭉 빠져 도저히 한 바퀴를 더 돌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포기해야하는지 망설임이 짧은 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죽기 살기로 하면 수영을 완주할 수 있겠지만 남은 종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목에 찬 챔피언칩을 반납하고 바꿈터로 향했다. 챔피언칩은 경기 중간중간 기록을 체크하는 밴드인데, 이것이 없으면 완주 기록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챔피언칩이 없어도 나머지 종목은 자신이 원하면 완주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할 수 있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슈트를 벗고 서둘러 사이클 준비를 했다.

사이클은 3가지 종목 중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다. 빠르게 페달을 굴려 전진했다.

뜨거운 햇빛이 온몸을 불태워버릴 듯 강렬하게 내리쬐었다.

업다운이 계속되는 사이클 코스

충무교를 지나 통영시청으로 향했다. 큰 경사는 없기 때문에 처음에 페이스 조절은 쉬웠다. 통영시청에서 다시 통영대교 방향으로 향했다. 통영 주민들의 호응은 정말 대단했다.

이 대회는 통영에서 이제 하나의 축제가 된 것 같다. 많은 주민들이 마치 자신의 가족이 뛰는 것처럼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스포츠는 사람의 마음을 하나 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들의 응원소리가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통영대교를 지나 풍화교로 향했다. 이제부터 난코스의 시작이다. 어제 답사해 본 결과 업다운이 계속되는 코스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를 하면 안됐다.

▲ 대회를 무사히 마친 일산철인클럽회원과 가족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트라이애슬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점점 많은 동호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어디에서 힘이 솟아나는지 하나 둘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한 것일까.

그나마 자신 있는 종목이 사이클인데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섬을 일주하며 라이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영은 굳이 대회가 아니더라도 다시 한번 꼭 와서 여유롭게 바다를 감상하며 라이딩하고 싶다.

풍화분교를 지나 산양초등학교로 향했다. 남은 거리는 10km. 코스 곳곳에는 진행요원이 있어서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특히 내리막길이 심한 곳에서는 경찰들도 배치되어 최대한 안전사고에 대비를 했다. 라이딩하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넘어져서 상처가 난 선수부터 더운 날씨 때문에 쇼크를 입은 선수, 그리고 사이클 자체가 부서져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눈앞에 이정표가 보였다. 남은 거리는 5km. 아직 마라톤이 남았기 때문에 기존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라이딩을 했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소화해야 하는 트라이애슬론은 체력 안배와 페이스 유지가 관건이다. 마지막 2km 구간. 사이클 코스 중 최고의 오르막길이 있는 곳이다.

여기선 사이클에서 내려 걸어서가는 선수들도 많았다. 오르막길에 올라서니, 진행요원들이 힘찬 응원과 함께 1km가 남았음을 알렸다. 사이클의 마지막 부분은 마라톤 코스의 마지막 1km 구간과 겹치는데, 벌써 사이클을 마치고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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