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 글,사진 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6.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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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마을에 있는 벽탄초등학교(교장 박원의) 운동회 날입니다.

▲ 2학년 언니와 함께 경기를 하고 있는 선우양.
대개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가 그렇듯이 우리 마을 운동회도 온 동네가 떠들썩한 잔치인지라 저도 처음으로 초등학교 운동회에 참가하는 행복한 경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오전 10시 뒷집 사시는 어르신들과 학교에 도착하니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벌써 여기저기에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어린이들이 응원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응원준비를 하고 있던 청군 어린이들 틈에서 올해 홀로 입학한 1학년 최선우 어린이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동안 청강생으로 함께 했던 선우양의 남동생 보현군과 또 다른 청강생인 임종현군은 모두 두 달만에 유치원으로 함께 내려갔더군요.

그래서 동급생 친구가 없는 선우양은 주로 2학년 언니들과 어울려 운동회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우야,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지 않니?”
▲ 1~3학년 종합 장기자랑을 위해 예쁜 한복으로 갈아입고 순서를 기다리는 선우와 언니 오빠들.
“아니에요. 언니들이 너무 너무 잘해줘서 매일 재미나게 놀고 있어요.”

동급생이 없어 운동회에서 혼자 외로우려니 걱정했지만 선우양은 다행히도 상급생 언니 오빠들 틈에서 열심히 운동회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선우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치원 학생 중에 부모님이 안 오신 어린이가 있어 저더러 부모님 노릇을 해달라는 유치원 선생님의 부탁에 신이 나서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경기에 한 여자 어린이 손을 잡고 참가해 보았습니다.

유치원 어린이들 게임이 끝나고 초등학교 1~2학년 달리기가 있었습니다. 선우도 2학년 언니와 달리기 솜씨를 겨뤘는데 훌쩍 자란 선우가 2학년 언니를 이기고 골인 점에 먼저 들어오더군요.

▲ 점심시간에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 주신 정선읍 용탄리 주민들.
장기자랑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신나는 점심시간. 운동회에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도시락을 먹는 점심시간이지요.

오늘 운동회에는 동네 용탄리 주민 자치회에서 어린이들에게는 맛있는 돈가스를 제공하시고 운동회를 보러 오신 동네 어르신들께는 갈비탕과 떡과 나물 등의 잔칫상을 차려 주셔서 정말 신나는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도시락을 못 싸올 몇몇 어린이들 걱정이 앞서던 차에 마을에서 차려주시는 맛있는 잔칫상은 정말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들이라는 생각에 참으로 맛나게 밥알 한 톨 안 남기고 말끔히 먹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에는 학교 어린이 전체와 학부모들이 참가한 운동회의 백미인 줄다리기와 이어달리기가 경기가 있어 운동회에 참가한 모든 인원들이 최고로 흥분하는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 운동회의 하이라이트 줄다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선우양과 청군 언니 오빠들.
양쪽의 힘을 겨루는 줄다리기 시간에는 선우양이 애를 썼지만 반대팀인 백군이 이겨 선우양이 울상이 되기도 했답니다.

그러나 이어진 이어달리기에서는 선우양이 속한 청군이 이겨서 어두웠던 선우양의 표정이 금방 환해졌습니다.

청군과 백군이 이어달리기를 할 때는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들도 모두 운동장 한가운데로 모이셔서 달리는 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 해주시는 정말 흥겨운 관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어달리기를 끝으로 오늘 운동회는 백군의 승리~! 청군에 소속된 선우양은 폐회식 내내 울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후후~.

하늘도 푸르고 온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즐겼던 이 산골의 운동회 날에 저도 잊고 있던 추억의 한 자락을 끄집어 낼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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