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장작이 제 몸을 불살라가며 주변을 덮여주고 있다. 삶에서 우린 언제 이처럼 남을 위해 뜨겁게 타오를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밝혀주는 불빛, 모닥불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에 자리한 경기도우산청소년야영장은 서울에서 가깝고 야영장과 인공암벽장, 체육관, 각종 놀이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서울·경기권 캠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야영장 내에는 화장실과 취사장, 샤워장은 물론이고 전기 배전함까지 있어 각종 전열 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청정의 자연 속에 자리한 만큼 텐트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별빛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 좋다.
인류는 불은 발견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불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었고, 불을 이용해 짐승들을 쫓을 수 있었다. 더욱이 불은 어둠 속을 밝혀줘 활동 시간을 넓힐 수 있었으며 각종 물건을 만드는 근간이 되었다.
▲ 고기는 물론이고 과일까지 익혀 먹고 있는 캠퍼. 불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
주말 저녁을 이용해 한적한 캠핑을 즐기기 위해 경기도 퇴촌의 우산청소년야영장을 찾았다.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며 한국 성당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천진암(天眞庵) 옆에 자리한 야영장은 각종 놀이시설은 물론이고 수영장, 모험활동장 등의 체육활동 시설을 갖춘 곳이다. 또한 이를 이용한 모험활동은 물론이고 비누 만들기, 곤충 만들기 등의 체험활동, 인공암벽등반, 산악자전거 등의 레저 활동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영장 한편에 자리를 잡고 코베아의 아웃백 텐트를 설치했다. 단지 얇은 천이지만 텐트가 주는 포근함은 겨울이 되면 더더욱 실감난다. 이글루 같은 거실 공간의 중앙에 화로를 놓고 양쪽 측면에 키친테이블과 장비들을 세팅했다. 여름철이라면 야영장 곳곳에 자리한 모험놀이 시설이나 수영장 등을 이용해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지만 겨울이라 아이들이 놀거리가 만만치 않다.
가족과의 대화 공간을 마련해주는 화로대 ▲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이용해 사람들은 고기를 굽기도 하고 때론 그 속에 감자나 고구마를 넣어 구워먹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그 환경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수북이 쌓인 눈을 이용해 눈썰매를 즐기기 시작하더니 아빠가 모아 놓은 눈을 이용해 신나게 눈싸움을 시작한다. 장갑이 다 젖어 손이 얼 때까지 계속되는 눈 장난은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언 몸도 녹이고 텐트 안의 온기를 위해 화로에 모닥불을 피웠다.
우리가 텐트 안에 모닥불을 피우듯 옛 어른들은 방안에 화로를 피워 놓고 찬 국이나 찌개 등을 데우곤 했으며 때론 군밤이나 고구마 등을 구워 먹기도 했다. 놋으로 만든 화로가 우리에게 멀어진 것은 석탄난로와 석유난로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사실 화로의 모닥불은 우리에게 생소한 문화가 아니다. 캠프장에서 모닥불에 의지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독서나 음악을 들으며 쉬는 시간은 집에서 달콤한 잠을 잔 것과 마찬가지로 편안하다. 숲이 주는 편안함과 모닥불이 주는 따스함이 캠핑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셈이다.
텐트 앞에 불을 피우고 의자에 앉아 야영장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영장을 감싸 안고 있는 듬직한 산자락과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시작한 별빛이 야영장을 수놓는다. 별이 반짝이는 하늘은 늘 새로운 그림을 선사하는 공간이며 세상의 이불이다. 가로등 불빛에 젖는 텐트에서는 새록새록 모닥불에 꼬치와 고기를 굽는 냄새가 풍긴다.
▲ 캠프장 앞 경사진 사면을 이용해 눈썰매를 즐기고 있는 아이. |
빨리 고기가 익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투정어린 목소리와 그때마다 아이들을 다독거리는 아빠의 다정스런 목소리가 정겹다. 겨울 캠핑의 즐거움은 아이들과 함께 하며 시골 사랑방의 추억을 떠올리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고구마와 밤을 까먹으며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던 시간, 그 속에서 우린 삶을 배우고 인간의 본성을 찾았던 셈이다.
밤이 짖어질수록 텐트마다 화목난로가 더욱더 효력을 발휘한다. 난로가 없는 우리는 연신 화로 위에 장작을 얹을 뿐이다. 화로의 모닥불은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가 텐트 안이 후덥지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밤이 깊어지자 야영장은 포근한 눈밭의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소록소록 잠이 든 아이들과 달리 아직까지 모닥불에 의지해 이야기꽃을 키우는 가족이 있는가하면 한쪽에선 친구들과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캠퍼들까지, 밤은 이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길게 시간의 추를 늘려놓고 있었다.
▲ 화로대는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의 장소를 만들어주며 때론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요리기구가 되기도 한다. |
모닥불의 불씨가 튈 것을 고려해 화로 주변에 물을 뿌리고 화로 위의 모닥불이 잦아들길 기다려 플레이트를 덮었다. 화로 안의 불은 플레이트로 인해 산소가 없어져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갈 것이다. 겨울철에도 별다른 전열 기구를 사용하지 않다보니 매트리스와 침낭이 전부긴 하지만 이만큼 캠핑의 근본목적에 충실한 방법도 없다. 땅과 호흡하고 자연 속에서 하나가되는 아웃도어, 캠핑은 별을 품에 안고 자는 잠이며 땅을 베고 자는 것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짙은 모닥불 향이 더욱 사그라진다.
캠퍼들에게 아침은 바쁘다 못해 분주하다. 지난밤 널브러진 상도 치우고 아침을 위한 밥과 찌개는 물론이고 설거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햇반이나 3분 카레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3분 카레와 햇반을 덥혀 순식간에 아침을 해결하고 캠프장 인근의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다양한 체험과 모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경기도 우산청소년야영장
▲ 한국천주교의 발상지인 천진암 오름길에 만난 십자가상. |
햇살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모셔진 성현은 성조 이벽 선생을 비롯해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정약종 선생 등 다섯 분이다. 오름길 중간에 만난 신부님의 자세한 설명 덕에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속속들이 들어온다. 성지를 둘러보고 다시금 주차장으로 돌아와 퇴촌으로 나가다 남종면 분원리의 분원백자관을 찾았다.
▲ 조선 백자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분원백자관. |
분원백자자료관을 나와 인근에 위치한 박물관 ‘얼굴’을 찾았다. 연극연출가 김정옥 씨가 만든 박물관 ‘얼굴’에는 우리의 전통 탈을 비롯해 문인석과 무인석 등의 석상, 인형, 가면 등 다양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헌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창 전시된 건물을 교체하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방해라도 될까 싶어 방향을 틀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얼굴도 세상을 살다보면 삶에 찌들어 웃음이 사라지고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얼굴 속에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도 한다. 가만히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보았을 때 찌그러진 나의 자화상을 발견한다면 이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우린 자연 속으로 들어가 치유하고 때론 새로운 정기를 얻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경기도우산청소년야영장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 388-3> 단체 모임이나 활동을 위해 야영장을 이용할 예정이라면 관리실을 이용해 텐트, 가스레인지 등의 장비를 대여할 수도 있다. 또한 자체적으로 초, 중, 고등학생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만큼 캠핑과 더불어 1박 2일이나 2박 3일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다. 특히 학생들을 위한 단위 프로그램의 경우 문화발달, 인성개발, 모험개척 등 창의력과 협동심을 일깨워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 아이들의 사회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야영장은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제로 사계절 운영하고 있으며 4인 기준 차량 한 대 포함 1박 2인에 2만원이며 전기료는 포함이다. 다만 예약일 2주전까지 입금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예약이 취소되며 2011년 2월부터는 반드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구입,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처리해야 한다. ▶ 문의: 031-763-9140 경기도우산청소년야영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