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겨울나기 준비는 다 끝내셨나요?
모두들 겨울나기 준비는 다 끝내셨나요?
  • 글, 사진 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6.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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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일기

11월도 중순을 넘긴 이 산골에는 아침저녁으로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리면서 바깥에서 일을 하면 손끝이 시려옵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단풍들도 그 빛이 바래지면서 갈색의 산하가 참으로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 지게를 세워두고 나무를 하고 있는 순원 씨, 산골 생활 3년째이지만 일솜씨는 평생 산에서 산 사람 같습니다.
요즘은 겨울나기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하는 때인지라 산골 생활 3년째로 접어든 뒷집 총각 순원 씨 집에는 그사이 부지런히 해다 놓은 겨울나기 장작이 헛간 한쪽에 근사하게 줄맞춰 서 있었습니다. 저녁 무렵 산에 땔감을 주우러 가는 뒷집 총각 순원씨를 따라 힘을 보태 보았습니다.

요즈음은 시골에도 기름보일러나 연탄보일러를 쓰는 댁이 많은 덕에 산에 가면 간벌 해 놓은 가는 나무들이 그대로 있어 순원씨는 아침저녁으로 그 나무를 지게로 두어 번씩 지어다 놓는답니다. 운동 삼아 겨울 연료를 주워 비축할 수 있는 순원씨를 보니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기름을 사서 난방을 해야 하는 제 살림과 비교되어 너무나도 부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겨울이면 기름보일러를 때는 우리 집에 대한 불만이 제일 많이 궁시렁거리게 됩니다. 아궁이에 군불을 때는 순원씨 황토집은 하루 종일 방이 쩔쩔 끓는 찜질방이지만, 기름보일러를 때는 우리 집은 방안이 조금이라도 뜨뜻해 질 라면 ‘돈 날라 다닌다’를 읊조리며 보일러 스위치를 끄게 됩니다.

▲ 헛간에 가지런히 세워둔 순원 씨의 겨울나기 장작.
그래서 방안에서도 무장을 단단히 하고 지내야 하는 산골의 겨울이 참으로 춥기만 합니다.

오늘 나무는 굵기는 가늘지만 땔감으로는 아주 쓰임새가 좋다는 참나무여서 순원 씨가 더더욱 즐거운 몸짓으로 나무를 열심히 지게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즈음이면 모든 나무가 땔감으로 보인다는 순원 씨. 집을 수리할 때는 나무가 전부 목재로 보이고, 산책할 때면 아름다운 나무로 보인다는 순원 씨가 땔감 중에 가장 최고로 치는 것은 참나무입니다.

주변에 워낙 주워 올 나무도 많기도 하지만, 불도 잘 붙고, 오래 타고, 연기도 적은 참나무 장작 밑불에 고등어라도 한 마리 구어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라고 참나무에 대한 예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합니다.

그리고 ‘땔감계의 귀족’이라는 칭찬을 하는 자작나무는 기름기가 있어 오래 타고, 타면서 근사한 향도 나지만 그리 많지 않아서 몇 번 주워 보질 못했다고 하며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땔감으로 가장 싫어하는 나무로는 버드나무를 꼽았습니다. 물기가 많은 버드나무는 잘 쪼개지지도 않고 불도 붙이기 힘들고 연기도 많이 나서 산골 생활에 조금 경력이 쌓인 요즈음엔 버드나무는 땔감으로 거들떠도 안 본다고 하는군요.

▲ 뜨끈하게 군불 땐 방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산골 총각 순원 씨.
새벽에 나무가 꽝꽝 얼었을 때 나무를 쪼개는 것이 가장 좋다는 순원 씨의 장작에 대한 강의는 날이 어둑해져도 끝이 안 나고 나무를 한 짐 지고 집으로 돌아와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면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추운 날 나무에 물을 끼얹어 얼은 상태에서 도끼질을 하면 더 잘 쪼개진다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초보 산골 총각 순원 씨는 겨울이면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군불을 때서 뜨끈해진 순원 씨의 황토방에 들어 앉아 집주인이 손수 끓여준 차 한 잔 마시고 있자니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 됩니다.

이제 이 산골에서 다섯 번째 겨울을 지내야 하는 저도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순원 씨도 이 겨울이 주는 의미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그저 가만히 적막을 옆구리에 끼고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들어설 그리운 이웃을 기다리고 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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