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지성
연기자 지성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6.27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lose Up

“연기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세요?”

2005년, 무더운 여름이 시작될 무렵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연기자 지성이 군입대를 했다.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간 지성 씨가 드라마 ‘올인’으로 한류스타 반열에 들어 국내외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약 2년, 한층 성숙한 남자가 되어 팬들의 곁으로 돌아온 지성 씨는 목말랐던 연기의 열정을 새롭게 불태우고 있다.

“군대에 있던 2년의 시간 동안 연기하고픈 욕망이 간절했어요. 그동안 늘 해오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 시간이었죠. 아무리 밤을 새우고 힘이 들어도 촬영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라요.”

지성 씨는 얼마 전부터 새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 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 후속 작품으로 ‘뉴하트’라는 의학드라마에 출연한다.

오랜 공백 이후 작품이라 아직 연기의 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지성 씨. 새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이번 드라마 캐릭터는 엉뚱하고 고집 센 레지던트 역할이에요. 왜 의사가 됐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인물이 환자들을 통해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죠.”

매일 계속되는 밤샘 촬영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지만 지성 씨는 ‘이은성’이라는 배역에 푹 빠져있다.

엘리트 지성에서 터프한 연기자로

▲ 평소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긴다는 지성 씨.
지성 씨와 한번쯤 호흡을 맞춘 연기자나 감독들은 하나같이 그의 성실함을 칭찬한다. 캐릭터에 대해 늘 공부하고 몰입하는 모습이 학구적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모두 교육자인 덕분에 어릴 적부터 바른 생활이 몸에 익숙해진 탓도 있고, 잘못된 일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감도 한몫을 한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그가 맡은 역할들을 돌이켜보면 엘리트 역이 많았다. 혹은 착하거나 순한 모범생이거나. 데뷔 작품인 ‘카이스트’의 천재적인 대학생 역할이 그랬고, ‘올인’에서 이성적이고 냉철한 엘리트 역할이 그랬다. 그러나 연기자 지성이 원하는 역할은 조금 다르다.

“터프한 남자를 연기하고 싶어요. 성격이 터프하다기 보다는 거칠면서도 인간적인 역할이요. 연기자라면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제대 후 ‘숙명’이란 영화에 잠깐 우정 출연을 했었다. 거친 건달 역할을 맡았는데 연기를 하며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거친 캐릭터가 지금껏 해오던 역할과 달라 낯설면서도 새로운 도전의지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연기자라면 다양한 색깔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을 터. 그도 다양한 변신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꿈이 있다.

연기자는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다. “이런 대답이 조금 상투적일 수 있지만…”이라며 고등학교 시절 영화 ‘레인맨’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하는 모습에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아닌 ‘남’을 저토록 절실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드라마 ‘카이스트’이후 어느새 연기생활 9년차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고 싶다’는 욕심은 한결같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배역을 연구하고 접근하는 폭이 훨씬 깊어졌다. 인생의 연륜이 연기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연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했다. 연기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곽태근은 노랑, 지성은 하양

▲ 얌전하고 점잖을 것만 같은 지성 씨. 평소 레저활동도 자주 즐긴다.
지성을 보면 맑고 투명한 푸른색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천진난만하게 환한 웃음이라도 지어보이면 푸른색은 동화처럼 더욱 짙어진다. 지성 씨는 자신을 무슨 색으로 비유할까?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한 번도 저를 색으로 비유해 본 적이 없네요. 흠… 저는 노란색을 좋아해요. 희망이 느껴지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잖아요. 저는 노란색이 되고 싶어요. 근데 제가 실제로 노랑의 이미지인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그는 충분히 노랑다웠다. 반듯하고 맑은 성품이 그러했고 환한 웃음이 그러했다.
“그런데 연기자 지성은 흰색이었으면 좋겠어요. 하얀 바탕에 수많은 색을 그려 넣고 싶거든요.”
노랑을 좋아하는 곽태근(지성 씨의 본명)은 하양을 닮은 지성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가 되고픈 소망의 표현이다.

한 없이 따뜻한 이미지의 지성 씨도 한 가지 일에 빠져들면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드라마 촬영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져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지만 활동적인 성격의 지성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레저활동도 즐긴다.

“짬이 생길 때마다 한강에 나가 자전거를 타곤 해요. 30~40km씩 달리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흥건해지는데, 그럴 때면 성취감이 들거든요.”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한강을 달릴 때면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똑같은 길이지만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한강의 모습을 볼 때면 늘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자 지성은 이번 드라마로 새로운 색을 캔버스에 칠했다. 그 다음 역할을 맡으면 또 다른 색이 덧입혀질 것이다. 오늘은 파랑, 내일은 빨강, 모레는 주황. 이렇게 늘 변화하는 모습은 겸손한 연기자 지성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진짜 이유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