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라톤 같이 한번 달려보실래요?”
“오지마라톤 같이 한번 달려보실래요?”
  • 글·김성중 기자l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6.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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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레이서 유지성

‘사막에 발을 내딛는 순간, 직감했다. 그곳은 한번 빠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라는 걸.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보다 밝은 빛을 좇아 달려드는 불나방의 본능처럼 정신이 들고 나면 내 발은 어느새 사막 한가운데 서 있다.

사막에 있는 순간만이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을 뿐이다. 즐겁다. 너무 즐거워 미칠 것 같다. 그래서 난 레이스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내 이름은 유지성이다.’

오지마라톤 마니아들에게 ‘유지성’이란 이름은 아주 귀에 익다. 어드벤처 레이서(Adventure Racer) 유지성(35) 씨는 사하라사막·아타카마사막 대회 등 오지마라톤대회만 10회 이상 참가한 마라토너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 1급에도 불구하고 남극 마라톤대회를 완주한 송경태 전주시 의원의 도우미 역할도 해냈다.

사실 그는 운동선수도, 달리기를 좋아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오히려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왜 일반 마라톤보다 더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오지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됐을까.

“리비아에서 일할 때였죠. 근무지에서 바라다 보이는 사하라사막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처음엔 배낭여행을 하려고 했던 곳인데, 리비아 TV 방송에서 사하라사막 대회를 소개하더라고요. 그때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결심했습니다. 나도 두 발로 꼭 저기를 달려보겠다고.”

처음엔 두렵고 막연했다. 하지만 직접 달려보니 너무나 행복해 하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2002년 사하라사막 대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외 대회를 수십 차례 참가했다. 지난 해엔 11번의 해외여행에서 절반이 넘는 6번이 오지레이스 대회를 위한 출국이었다.

요즘엔 캐나다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 울트라 레이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몸만들기에 열중이다. 이 대회는 6일 동안 썰매를 끌면서 225km를 달려야하는데, 기온이 영하 20~45℃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진행된다.

내년에는 아마존 정글 대회를 비롯해 브라질에서 열리는 100마일 오지마라톤 대회도 준비중이다. 또한 유지성 씨는 대회 참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www.runxrun.com)에 최근 소식들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참가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대회 준비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대회 자체를 즐기고, 같은 꿈을 가진 여러 나라 사람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이제 저 혼자만이 아닌 여러 사람들에게 오지마라톤 대회를 알려주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국내에도 해외 못지않은 오지레이스 코스도 만들고 싶고요. 오지마라톤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때까지 저의 레이스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오지마라톤. 준비가 되어 있는 자, 이제 곧 개미지옥 같은 그의 손길이 그대를 유혹하리니. 쫚베레스트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왔다는 기사를 읽은 후에, ‘스키는 되는데 스노보드는 왜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최종 목표는 에베레스트(8848m)다. 전문 산악인들도 목숨 걸고 오르는 그 산을 그는 스노보드로 내려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도전은 인간의 의지지만 성공은 자연의 뜻이에요. 아무리 실력이 우수하고 노력을 하더라도 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의 도전을 산이 허락하기를 기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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