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지 않고 차분히 맞는 ‘봄’
들뜨지 않고 차분히 맞는 ‘봄’
  • 이두용 기자
  • 승인 2011.04.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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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 음악 사이트에서 ‘2000년대 100대 명반’을 발표했다. 단순히 앨범에 담긴 히트곡 수나 가수의 인기가 아닌 작곡, 편곡, 노래, 연주, 프로듀싱 등 다양한 요소에서 가치 있는 앨범들이 뽑혔다.

이 중 이소라의 6집 앨범 <눈썹달>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앨범으로 평가 받아 6위에 선정됐다. 이 앨범은 2004년 음악방송인 엠넷을 통해 발매됐다. 하지만 곧 절판되어 희귀앨범으로 여겨지다 2008년 5월 팬들의 요청으로 재판됐다. 우여곡절 많은 앨범이다. 오랜만에 이 앨범을 며칠간 귀에 달고 다니며 들었다. 타이틀곡인 ‘이제 그만’과 인기를 모았던 ‘바람이 분다’는 그렇다 치고 날씨가 이리도 쌀쌀맞은데 유독 ‘봄’이란 곡이 마음에 와서 꽂힌다.

▲ 이소라 6집 <눈썹달> (2004년 12월10일 발매, 2008년 5월20일 재발매)
봄이라는 단어에는 보통 만물이 소생한다거나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담겨 있다. 그래서 봄을 소재로 한 음악은 늘 신선하고 조금은 들떠 있다. 하지만 이 곡은 노래 시작과 동시에 피아노 연주곡인가 싶을 정도로 차분한 전주가 마음을 가라앉힌다. 아르페지오로 진행되던 전주가 끝나면 이소라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연주곡을 떠올리게 했던 피아노는 단순하게 코드 진행으로 바뀌어 보컬 뒤에 숨는다.

노래를 처음 들어도 가사를 음미하는 순간 가수가 전달하고자 하는 슬픔이 심장에 달라붙는다. 코끝이 아리다. 이래서 가사를 직접 쓰는 가수 중에 이소라의 가사가 좋다. 시를 한 수 읽는 것 같은 그녀의 가사는 카즈토 미우라가 쓴 이 곡에 딱 맞아 떨어졌다.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가 오랜만에 피아노에 앉았다. Bb-F-Gm-Eb 코드로 진행되는 이 곡은 작곡가의 의도를 잘 전달한다. 이 진행은 300여 년 전 독일 작곡가 요한 파헬벨이 작곡한 <캐논>에서 사용한 ‘I-V-VIm-IV’ 코드와 같은 진행이다. 오늘날 가요와 팝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코드 진행이기도 하다.

매일 떠난 사랑을 그리워 하다가 계절이 바뀌어 원망도 해보지만 매서운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오면 새롭게 기다리겠다고 마음먹는 노래 속 화자가 측은하다. 동질감보다는 측은함이 먼저지만 오히려 진실함이 느껴져 애잔하게 와 닿는지 모른다.

이 곡에서도 봄은 기다림을 새로이 시작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들뜨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며 차분히 가다듬는 계절로 봄을 맞는다. 추운 겨울 뒤 따뜻하게 시작하는 봄. 차분히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이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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