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강변에서 만난 육상 꿈나무들
아라리 강변에서 만난 육상 꿈나무들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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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일기 17

▲ 선생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정선 초등학교 육상부 어린이들, 왼쪽부터 4학년 김혜원, 6학년 김윤한·장영욱·장은선·김윤상·최다영 어린이입니다. 6학년 전선미 어린이는 이날 연습에 불참해서 아쉽게도 얼굴이 안 나왔습니다. 맨 오른쪽 모자 쓴 분이 지도교사 김성하 선생님입니다.

더디게 오시는 봄 처녀도 어느새 마당 앞에 서서 창문을 열라고 재촉하게 된 요즈음 정선의 산하는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운 산과 들이 너무 예뻐서 그냥 무작정 집을 나온 주말 오후. ‘웬 아이들일까?’ 대략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들이 강가를 달리고 그 뒤를 선생님일 거라 생각되는 청년이 살살 차를 운전해 가며 아이들을 돌보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강원도 소년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조양강 강변길을 달리는 정선초등학교(교장 권중호)의 육상부 학생들과 지도교사 김성하 선생님이었습니다. 모두 일곱 명의 어린이들이 육상부에 소속되어 방과 후 학교생활 교육의 일환으로 육상꿈나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겉보기에는 그저 동네 어린이들의 달리기놀이로 보이는 광경이어서 실력이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도교사에게 무심코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들이 대회도 나가고 그러나요? 대회에 나간 적 있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대회에 나가 상을 탄 적이 여러 번이고요, 강원도 대표 선수도 육상부에 한 명 소속되어 있습니다.”

▲ 정선중학교, 초등학교 육상부 중장거리 선수들이 모여 스트레칭을 하고 있습니다.

육상부 6학년인 장영욱 어린이는 매년 소년체전에 나가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 대단한 단거리 선수인데, 제가 달리기 잘하는 어린이들로 이루어진 정선초등학교 육상부 어린이들의 실력을 만만히 보았다가 큰 코 다친 셈이지요.

더군다나 강가를 달리던 그 어린이들이 육상연습을 하는 운동장을 방문해 보니, 이 산골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아주 좋은 인조잔디가 깔린 트랙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잔디 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선군과 교육청의 배려로 작년에 만들어진 인조잔디 트랙은 정선의 군민 누구나 사용 할 수 있는 공용운동장으로, 제가 아이들을 보러 간 때는 강원도 소년체전이 코앞에 다가온 날이어서 정선중학교 육상부 언니, 형들과 함께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3개월 전에 이곳으로 부임한 홍창기 육상 코치 선생님이 정선중학교의 육상부 학생 열 명, 그리고 정선초등학교의 육상부 일곱 명을 함께 가르치시는데 지도교사인 김성하 선생님과 함께 정선초등학교의 육상부 어린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고마운 분이지요.

“아이들 모두가 순수하고 맑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오히려 즐겁습니다.”

김성하 지도교사나 홍창기 코치 선생님 두 분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 정말 진심으로 느껴져서 아이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저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강가를 달리는 정선초등학교 육상부 어린이들. 매주 토요일이면 다들 정선 읍내에서 조양강까지 4km 정도를 뛴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만난 며칠 뒤인 4월16일 시작된 강원소년체전에 정선초등학교 육상부 6학년 장영욱·장은선 어린이, 3학년 김혜원 어린이가 단거리 선수로 출전하였습니다. 또 6학년 김윤상 어린이가 중장거리 선수로 출전하고, 같은 학년 김윤환·최다영 어린이 두 명이 투포환 선수로, 그리고 전선미 어린이가 높이뛰기 선수로 출전하였습니다. 출전한 선수 중 단거리에 4학년 김혜원, 중장거리에 6학년 김윤상, 그리고 투포환에 최다영 어린이가 금메달을 따고 나머지 어린이들도 모두 은메달을 따는 정말 좋은 성적을 내서 정선 산골 어린이들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답니다.

도시의 매연 속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는 어린이들보다 정선의 아름다운 산하를 달리는 정선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어쩜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하는 육상선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정선초등학교 육상부 어린이들 모두 파이팅~! 

권혜경 | 서울서 잡지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04년 3월 홀연히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기슭으로 들어가 자리 잡은 서울내기 여인. 그곳서 만난 총각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산골 이야기가 홈페이지 수정헌(www.sujunghun.com)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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