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의 향기는 덕산기 계곡 더덕 내음 같아요!
늦봄의 향기는 덕산기 계곡 더덕 내음 같아요!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골일기 18

▲ 덕산기 트레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낙엽송 숲을 걸으시는 세 분. 왼쪽부터 박인실 선생님, 서정숙 선생님, 그리고 조성훈 선생님.

봄이 깊어 산나물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한가하던 이 산골 생활은 이런저런 산나물을 채취하랴, 채취한 산나물 장아찌를 담그랴, 바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너무 바빠 매일 매일 시간을 쪼개 살던 어제 이 산골에 귀한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인천에서 교육현장을 지키시며 평생을 바치신 교장선생님 세 분이 작년에 정년퇴직을 하시고, 이제는 삶의 여유를 즐기시러 이런저런 곳에 여행을 다니신다는데, 봄빛이 깊어 아름다운 이곳을 방문하셨습니다.
5월 들어 단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이 바쁘게 움직였던 생활에 조금은 진력이 나던 차에 오늘은 저도 선생님들을 핑계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일과를 접고, 선생님들을 모시고 제가 아끼고 아끼는 덕산기 계곡으로 트레킹을 떠났습니다.

맑은 계곡과 절벽이 아름다운 덕산기 계곡은 사계절 어느 때나 손님들을 모시고 가도 아름다운 탄성들을 지르시는 곳이라 걱정 않고 선생님들을 모시고 갔는데, 역시 선생님들도 역시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덕산기의 맑은 물빛을 보시고는 소녀 같은 탄성을 지르시며 즐거워 하셨습니다.

▲ 덕산기 계곡 초입에 있는 ‘똬리파’ 일당의 집. 하늘마저 그림같이 예쁜 늦은 봄날이었습니다.

제가 정선에 내려온 지 어언 5년, 서울서 혹은 다른 지방서 오신 분들과 친하게 지내며 나름 이름까지 붙이며 서로 도와주는 공동체 같은 느낌으로 살고 있는데, 그 이름 ‘똬리파’랍니다. 정선의 각 계곡에 똬리 틀고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지요. 그런데 덕산기 총 6가구의 민가 중 3가구가 똬리파의 조직원(?)입니다. 그래서 덕산기에 가면 예외 없이 똬리파 조직원들의 집에 들러 차나 식사대접을 받곤 하는데, 오늘도 선생님들을 모시고 똬리파 조직원 중의 우두머리격인 선배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옛날 토담집을 이쁘게 수리해 살고 계신 집주인은 마침 출타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러 와 있던 다른 똬리파 조직원의 한 명이 집을 지키고 있어 도시에서 오신 선생님들께 다행히 훈훈한 똬리파의 인심을 자랑할 수 있게 후한 차 대접을 하고 이런 저런 산골 생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덕산기 계곡 구경에 나섰습니다.

▲ 똬리파의 일당인 총각에게 산골 생활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는 선생님들.
비록 복류천이라고 해도 덕산기 계곡 트레킹의 묘미는 물길을 건너며 발 적시기인데, 봄 가뭄이 계속 되어서인지 평소 물이 흐르던 곳에는 비쩍 마른 자갈돌들만 보여 선생님들께 그 경험을 해드릴 수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함께 한 세 분의 선생님들은 발걸음마다 즐거우신지 이것저것 꽃 이름도 물어 보시고 물속에 일부러 발도 담그시고 정선의 봄을 행복하게 즐기시는 모습들이셔서 동행한 저도 무척이나 즐거운 마음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물가에서 노시는 동안 더덕이 유난히 많은 덕산기 숲속에서 저는 산골 아낙답게 십년은 됐음직한 더덕을 한 뿌리를 낑낑거리며 캐다드리니 세 분 모두 신기한 탄성을 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캐다 드린 더덕을 씻어 손톱으로 껍질을 조심스레 벗기셔서 사이좋게 4등분해서 드시며 맛을 음미하셨는데, 시장에서 구입한 더덕들만 드셔보다가 자연산 더덕을 처음 드신다며 제게 칭찬을 마구마구 해주셨습니다.

“더덕 육질이 완전 소고기야~.”

“향이 너무 너무 좋다~, 산삼 먹는 것 같아~.”

▲ 맑은 덕산기 계곡 물에 발 담그시며 즐거워하시는 소녀 같은 선생님들.
더덕을 먹고 다시 기운을 내 길을 떠난 일행은 덕산기 계곡 중간쯤에 있는 똬리파 일원 중에 한 분 댁을 방문했으나 그분도 마침 출타중이라 다시 길을 재촉해 아름다운 덕산기 트레킹을 마쳤습니다.

“너무 좋은 곳을 보여줘서 고마웠어요. 가을에 또 올게요.”

짧은 오전 반나절의 일정이었지만 그간 일에 지친 고단한 심신이 회복되는 느낌이어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이 참 가벼웠습니다.

추신 : 아름다운 정선의 덕산기 계곡 트레킹을 하고 싶은 분들은 홈페이지로 연락 주세요.  

권혜경 | 서울서 잡지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04년 3월 홀연히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기슭으로 들어가 자리 잡은 서울내기 여인. 그곳서 만난 총각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산골 이야기가 홈페이지 수정헌(www.sujunghun.com)에 실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