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이미 세포분열은 시작되었다!”
KOREA “이미 세포분열은 시작되었다!”
  • 글·김성중 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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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 아웃도어트렌드 진단 ① 한국

세계는 지금 아웃도어에 빠져있다. 삶의 수준이 향상되고 여가생활에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웃도어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문화도 다르고 지형도 다르다.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도 각양각색. <월간 아웃도어>는 창립 3주년을 맞아 전 세계 아웃도어 트렌드를 조명해봤다. 아웃도어 문화가 발달한 한국·유럽·미국·일본·중국의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등산 외에 다양한 분야로 확장…기능성과 라이프스타일 접목 제품 강세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어디서든 고개를 들면 산과 강이 펼쳐진 우리나라. 거기에 사 계절이 확실해 다양한 종목의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아웃도어라 하면 보통 등산을 지칭할 정도로 산의 힘(?)이 막강했으나 최근 들어 다양한 분야로 범위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에서 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등산객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한파로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산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5년부터 점차적으로 시행된 주5일제는 아웃도어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고,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등산이었다.

▲ Ⓒ영원

‘아웃도어=등산’의 구분이 없어진다
한국의 시장은 ‘아웃도어=등산’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주변의 산이 그다지 높거나 험하지 않은데도 등산객들은 기능성을 강화한 테크니컬라인의 제품을 많이 찾는다. 등산을 포함한 아웃도어 활동에 맞는 신발·배낭·의류의 존재를 알아가면서 기능성 제품과 소재에 빠져든 것이다.

더불어 소재에 대한 맹목적인 확신은 비슷한 기능을 지닌 저렴한 소재보다 비싸더라도 유명한-예를 들면 고어텍스(GORE-TEX)같은-소재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한국 시장에서 고어텍스는 압도적인 판매율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웃도어 의류도 예전의 기성세대의 소비문화에서 탈피해 젊은 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캐주얼 의류처럼 아웃도어 의류에도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이제 단순히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의 아웃도어 의류들이 일상 속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가장 잘 부합하고 있는 브랜드는 <노스페이스> <컬럼비아스포츠웨어> <파타고니아> 등이다. 기능성은 기본으로 하되 야외활동을 할 때 두루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선보여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라인을 신설하는 브랜드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특히 <노스페이스>는 2000년 무렵부터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넘버원 브랜드다. 티셔츠부터 윈드재킷·다운재킷·배낭 등에 캐주얼 디자인을 접목해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기능성 의류=등산 의류’라는 공식을 깨트렸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흐름이 아웃도어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브랜드는 라인을 살린 여성용 부츠컷 팬츠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토종 브랜드 <스타런>과 ‘산에도 보는 눈이 많다’며 디자인과 화려한 컬러를 내세운 프랑스 <라푸마>가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기능성의 토대 위에 화려한 색상과 라인을 살린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아웃도어에서도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기능성 의류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는 점도 큰 특징이다.

▲ Ⓒ케이투

맹목적인 브랜드 충성도
이와 더불어 특이할만한 점은 한국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다. 예를 들어 <코오롱스포츠>의 오래된 소비자는 <코오롱스포츠>라는 브랜드 네임만 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배낭은 <도이터>가, 스틱은 <레키>가 괜찮다’는 말이 별로 소용이 없다. 소비자는 <코오롱스포츠>의 배낭과 스틱을 구매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소비 형태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들이 고객들의 이런 마음을 놓칠 리가 없다. 때문에 든든한 아군 소비자들을 가진 <코오롱스포츠> <케이투> 등의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토털 브랜드로 진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제품 생산과 소비자와의 돈독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한 분야에 집중하던 에너지가 분산되어 특징이 없는 무난한 제품군의 생산으로 이루어져 브랜드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또한 이것이 우리나라 브랜드가 아웃도어 선진국의 브랜드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아크테릭스>나 <마운틴하드웨어> 등은 전문적인 테크니컬 브랜드로 명성이 높고, <컬럼비아스포츠웨어>나 <파타고니아> 등은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특징은 브랜드 이름을 듣는 순간 어떤 특성을 갖췄는지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아웃도어에서는 후발주자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웃도어 선진국의 브랜드들이 토종 브랜드보다 눈에 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곧 연간 1조원이 넘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로열티로 인한 손실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보면 많은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특색이 없는 비슷비슷한 브랜드가 된다면 과거에 일본이 겪었던 과정을 우리도 그대로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토종 브랜드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과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마케팅이 중요하다.

더불어 일본이 신소재 개발에 주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우리의 특색과 기술력을 살린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것도 시급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로열티를 지급하는 나라가 아닌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패턴
▲ Ⓒ트렉스타
주 5일제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아웃도어도 등산 뿐 아니라 오토캠핑·트래블·래프팅·스키·스킨스쿠버·패러글라이딩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등산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중장년층임을 감안해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던 브랜드들이 서서히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아웃도어 관련 제조업체의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패턴에 얼마만큼 적절하게 대처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토털 브랜드로 진화중인 국내 토종 브랜드, 그리고 성격이 분명한 수입 브랜드와의 공존이 한국 아웃도어 시장의 현재다. 이미 팽창할 대로 팽창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재미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 지금, 사실 브랜드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분명한 것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아웃도어 제품들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오롱스포츠> 마케팅팀 정우경 과장은 “아웃도어가 세분화되면서 제품군도 그러한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보이고, 차이가 있다면 거기에 ‘고급화’가 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오토캠핑, MTB 등의 아웃도어 붐을 전망했다. 생물 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를 축적해 집단 전체의 특성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야기하는 전 과정을 진화라고 한다. 이는 생존과 직결된다. 이미 진화중인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은 다양성과 세분화, 그리고 이를 받쳐줄 기술력은 물론, 생존을 위한 +α 를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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