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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 ⑥ 맛기행
울진 - ⑥ 맛기행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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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울진의 참맛!

대게

“니들이 게 맛을 알어?”
안타깝고 아쉽지만 이미 철이 지났어도 꼭 소개하고픈 울진의 별미가 있다. 울진하면 떠오르는 잘빠진 롱다리를 자랑하는 맛난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면 힌트 하나 추가. 쏘옥~ 뽑아서, 쪼옥~ 빨아먹는 쫄깃쫄깃 달큰한 고것. 이 대목에서 침이 꼴깍 넘어갔다면, 당신은 분명 ‘뭔가 아는’ 미식가다.

울진에 와서 대게를 맛보지 않았다면 팥소 없는 빵을 맛본 것과 뭐가 다를까. 그만큼 울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먹을거리인 대게는 유명세만큼 찾는 이들이 많지만 ‘때’를 놓치고서는 맛볼 수 없는 깨나 섬세한 먹을거리다. 아쉽게도 더운 기운이 몰려든 지금은 대게잡이가 금지되어 대게를 맛볼 수 없다.

“대게는 몸에 비해 가늘고 긴 다리가 맛이 좋아요. 다리색깔도 붉은 빛이 감도는 것이 좋은 거고. 쪄 놓은 대게중에서 고르려면 배를 눌러봐서 쉽게 들어가지 않는 게가 속살이 꽉차 있고.”
대게. 이름만 들어서는 얼핏 ‘얼마나 크길래 대게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리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죽죽 뻗었다고 해서 대나무 ‘죽(竹)’에 게 ‘해(蟹)’를 써서 죽해, 즉 대게라고 한다. 대게는 평균적으로 수컷의 몸통 지름이 17~18cm 정도이고 암컷은 이보다 조금 더 작다. 이들은 수심 200~400m의 청정해역에 서식하는데 동해바다의 깊고 차가운 기운을 잔뜩 머금은 3~4월이 제철이다.

안타깝게도 더운 기운이 묻어나는 동안은 울진대게를 맛볼 수 없다. 대신 수입산과 연중 어획이 가능한 홍게와 청게가 그 자리를 채운다. 대게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1마리에 5000원부터 1만5000원까지)에 양껏 맛볼 수 있는 홍게도 많이들 찾는다. 대게의 절반 가격이지만 맛은 떨어지지 않는 청게는 ‘너도 대게를 닮은 척 하는구나’해서 ‘너도대게’라고 부른다.

당분간은 구경도 할 수 없지만 또 그래서 기다리는 설렘이 있는 그대를 위해 귀띔하자면 후포항의 왕돌회수산(054-788-4959), 죽변항의 방파제 7호횟집(054-783-9713)이 믿을만하다.
울진대게는 마리당 계산,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수입게는 1kg으로 계산하는데 대게는 2만5000원부터 10만원 정도, 수입산은 그보다 저렴하다. 게살을 쏙쏙 발라먹은 후 게딱지에 비벼먹는 밥맛도 그만하면 괜찮다. 참기름의 둔탁함이 게장의 아쌀함을 덮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해도.

 

물회

속 풀려다가 한 잔 더? 물회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포항 물회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울진 물회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위아래로 뻗은 82km나 되는 해안선을 품은 울진군은 그만큼 다양한 물고기들이 나는 덕분에 사시사철 때에 맞는 풍부한 물횟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울진이 교통이 불편했던 탓에 일반인들에게 대게는 영덕, 물회는 포항으로 인식되게 한 것 같다고. 대게는 영덕과 또 물회는 포항과 겨뤄야 하니 ‘울진맛’의 내공은 더 단단하지 않을까?

얼음이 둥둥 뜬 시원한 물회는 오랜 숙취로 인한 속풀이도 할 수 있고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바닷가 서민들의 음식이다. 서울 사람들은 흔히들 물회를 여름에만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사시사철 즐겨먹는다.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활밀착형 음식이랄까. 이곳 사람들은 속풀이 하면 대부분 해장국보다 물회를 찾는단다.

이만큼 바닷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물회도 지역마다 조금씩 먹는 방법이 다르다. 제주처럼 아예 육수에 고추장 양념이 다 되어서 후루룩 마시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포항처럼 야채와 회에 고추장 양념이 얹어 나와 젓가락으로 비벼먹는 경우도 있다.

울진도 포항과 비슷한데 그게 또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은 얼음과 과일, 채소 등이 따로따로 나와서 기호에 맞게 넣어서 ‘나만의 물회’를 만들 수 있다. 고추장과 초고추장, 그리고 식초를 넣어서 직접 양념을 한다. 거기에 따로 육수가 있지는 않고 물을 반컵 정도 붓거나 아니면 회 비빔밥처럼 그냥 물기 없이 양념장에 밥과 함께 슥슥 비벼 먹기도 한다. 양념을 얼려서 비비다 보면 자작하게 육수가 생기는 집도 있다.

물을 조금 붓고 얼큰하게 양념장을 얹어 슥슥 비빈다. 알싸하게 매운향이 코끝을 간질이는데 이건 원, 속 풀러 왔다가 오히려 한잔 더 ‘땡기는’ 수가 있겠다. 해장으로도 안주로도 모두 빠지지 않으니 왜 바닷가에 주당들이 많은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울진 곳곳의 식당에서 물회를 하지만 이왕 울진에 왔다면 후포항의 안동횟집(054-787-8083), 북면 부구리의 실비자연산횟집(054-782-0356)에 들러보자. 1만원으로 잊을 수 없는 맛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해물칼국수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
사실, 울진에는 다른 먹을거리도 많다. 가을이면 송이축제를 할 정도로 송이도 유명하고 바닷가이니만큼 싱싱한 회며, 매운탕이며 뭐 찾으려면 끝도 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많고 많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해물칼국수가 한켠을 차지하게 되었느냐 하면, 그만큼 맛있기 때문이다.

“해물칼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시큰둥한 당신에게 울진에 가거들랑 망양정회식당(054-782-2691)을 꼭 들러보시라고 청하는 바이다. 1인분에 8000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떨떠름했을지라도 커다란 양푼에 바지락, 백합, 섭, 가리비까지 가득 채워 나온 순간, 조금 섭섭한 마음이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여러 종류의 조개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계절에 맞는 해산물을 가득 넣어 끓여낸 칼국수가 완성되면 그 위에 청양고추를 뿌려 내온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게는 청양고추를 생략하기 위해서란다. 우러나야지만 얼큰할 줄 알았던 고추의 매운 향은 아직 기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알싸함을 전한다. 애주가라면 칼국수 국물에 소주 한잔 생각날 만하다.

“바닷가에 가면 꼭, 짬뽕을 먹어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해산물이 풍부하니 짬뽕에 들어가는 해물이 장난이 아닐것 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우연찮게 어느 동해바닷가의 중국집에 들어간 후, 바닷가 근처에 있는 중국집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던 터였다.

이와 비슷하게 바닷가의 어느 식당에 가도 해물칼국수, 바지락칼국수가 있다. 대부분의 간단한 한 끼용 음식들은 ‘기대심리’를 채워주지는 못했고 우리 역시 별 기대 없이 오직 허기를 채우는 데에만 만족해왔다. 그러던 차 이 오래된 기대심리를 채워주는 해물칼국수를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아니할까.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에 푸짐한 해산물은 계절에 따라 교체된다. 5월까지는 가리비를 넣지만 가리비가 독성을 띠는 6월에는 대신 오징어가 들어간다. 매일 새벽시장에서 경매로 받아오는 ‘싱싱한 해물’은 가장 간단한 음식인 해물칼국수조차 자꾸 생각나는 음식으로 변신시켰다. 메뉴 중 가장 간단한 해물칼국수가 이 정도의 국물맛을 낸다면 횟감이나 매운탕의 맛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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