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 ④ 소광리 MTB
울진 - ④ 소광리 MTB
  • 글 사진·김성중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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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송 향기 그윽한 명품 웰빙 코스

▲ ‘울진 금강송 군락지’ 초입에 있는 550년 수령의 아름드리 금강송 옆으로 라이더들이 지나가고 있다. 소광리 MTB 코스는 우리나라 토종소나무인 금강송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흔치 않은 코스다.
대지는 이제 막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었건만, 온몸으로 전해지는 한낮의 땡볕은 이마의 땀을 자꾸만 훔치게 한다. 이럴 때는 모름지기 시원한 계곡과 청량한 숲 속에 몸을 맡기는 게 최고다. 하늘 향해 곧게 뻗은 금강송이 군락을 이룬 소광리 일대는 오염되지 않은 오지의 한적함과 상쾌한 공기를 실컷 마실 수 있는 울진의 대표적인 MTB 코스다.

“울진은 교통의 오지예요. 해안도로 공사가 끝나면 조금 나아지겠지만, 아직은 외지에서 발을 들이기가 싶지 않죠. 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아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요. 그중에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으뜸이죠. 울진에 다양한 MTB 코스가 있지만, 라이더들마다 최고로 꼽는 곳이 바로 소광리 MTB 코스랍니다.”

함께 라이딩하기로 한 ‘울진 MTB 동호회(회장 유상명)’ 회원들이 ‘금강송 왕국’ 소광리 MTB 코스를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한껏 추켜세웠다. 이 코스는 매년 가을 단풍 시즌에 맞춰 전국의 라이더들이 찾아올 만큼 유명한 MTB 코스다.

무엇보다 이 코스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데에는 매년 MTB 대회가 열려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토종소나무인 금강송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흔치 않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곧고 길게 뻗은 금강송 숲길을 라이딩하다 보면 속세의 찌든 때마저 말끔히 씻겨나갈 정도라 하니, 이번 라이딩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초입부터 압도하는 수령 550년의 금강송

▲ 화전민 이주정착지부터는 계속해서 숲길이 이어진다.
울진군내에서 소광리로 가려면 영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울진군청 부근에서 출발해 구불구불한 38번 국도를 타고 15km 정도 가자 소광리로 이어지는 917번 지방도와 만나는 광천교다. 여기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917번 지방도를 따라 13km 정도 더 들어가야 했다.
“덜컹, 덜컹~”

지방도로 접어들자마자 트럭이 요동쳤다. 어떤 일이든 ‘등가교환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깊은 산속에 자리한 금강송 군락지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녹록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지방도임에도 포장이 안 된 곳이 많아요. 산림청과 군청, 그리고 소광리 마을 주민들이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 그렇죠. 결국 피해는 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만 입고 있어요. 소광천과 대광천, 그리고 두 계곡이 만나 이루는 후곡천은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붐비는 곳인데, 주차할 장소도 없어서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불만이 많죠.”

자수정 광업소와 금강송 군락지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지나 2km 가자 일반인들이 함부로 금강송을 벌채하지 못하도록 세운 황장봉계 표석이 보였다. 조선시대에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바위에 새겨둔 경계표지로 왕실에서 쓸 목재를 얻기 위해 세워둔 것이다. 소광리의 금강송이 얼마나 양질의 목재로 쓰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비껴갈 수 없는 듯 표석에는 잘 알아보지 못할 만큼 희미한 글씨만이 남아 있었다.

황장봉계 표석에서 다시 6km를 더 가자 후곡천의 상류인 대광천을 사이에 두고 조그만 마을이 나왔다. 화전민 이주 정착지다.

“바깥양반도 이곳이 고향이지요. 이주민 1세대는 옆집의 최춘봉(77) 할아버지만 살아계시고, 나머지는 우리 바깥양반처럼 후손이거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에요.”

▲ 상쾌한 공기가 가슴 속 깊이 밀려온다. 숲 속을 달리는 라이더들의 모습이 환하다.
식당 아주머니가 식사를 준비하며 마을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1968년 울진에는 120명에 달하는 북한의 무장공비가 침투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공비들의 침투로를 봉쇄한다는 목적으로 화전민들의 집단 이주 정책을 시행했다. 이 마을도 그 당시에 생긴 것이다. 지금은 7채 정도만 남아 있고, 대부분 밭을 갈거나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다.

금강송 군락지 초입은 마을에서 MTB로 이동했다. 500m 정도 오르자 ‘으뜸 금강송 지킴이’라는 안내소가 나왔는데, 금강송 군락지로 들어가려면 이곳에서 출입내역서를 작성해야 한다.  안내소를 지나면서 서서히 업힐이 이어졌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소나무 숲을 따라 300m 정도 가자 아름드리 금강송이 보였다. 코스 초입부터 기개가 넘치는 550년 수령의 금강송이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솟아있는 것이다.

“지금 본 금강송은 시작에 불과해요. 업힐을 하는 내내 수십, 수백 년 묵은 금강송들이 임도 양 옆으로 빼곡하죠. 특히 잔가지 없이 늘씬하게 뻗은 금강송은 미인송이라고 부르는데, 업힐하면서 볼 수 있답니다.” 업힐 구간은 잠시의 내리막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솔향기 가득 품은 바람이 솔솔 불어 올 때면 다시금 페달링에 힘을 실어 주었다.

웰빙 MTB 코스로 제격
안내소부터 소광리 MTB 코스의 정상인 삿갓재(1084m)까지는 10km, 안내소부터 삿갓재까지의 표고차는 약 500m다. 화전민 이주정착지부터 삿갓재까지는 10km의 업힐이, 삿갓재부터 소광천을 지나 화전민 이주정착지까지는 12km의 다운힐이다.

▲ 울진 MTB 동호회 회원들.
어찌 보면 지난번 문경에서 라이딩한 불정 임도 MTB 코스와 비슷했지만, 난이도는 그 이상이다. 업힐과 다운힐이 더 긴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임도의 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업힐 구간의 대부분이 두터운 마사토가 깔려 있어서 마치 모래 위를 달리는 것처럼 힘이 두 배로 들었다. 그렇다고 기어를 너무 가볍게 하면 바퀴에 힘이 너무 들어가 헛바퀴가 돌았다.

“이러한 길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기어 비율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MTB 라이딩을 하다보면 마사토가 두텁게 쌓인 코스들을 간간히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때는 기어를 1~2단 정도 무겁게 하고 오르는 것이 좋습니다.”

▲ 삿갓재에서 소광천으로 내려오는 다운힐 구간의 임도는 마사토로 되어 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회원들의 조언을 들으며 페달링을 하다 보니 조금 수월하게 가파른 업힐 구간을 통과할 수 있었다. 두 번의 휴식을 하며 오른 업힐 구간이 서서히 완만해졌다. 삿갓재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붙은 것이다. 능선에 붙어도 조망은 썩 좋지 않았지만, 피톤치드 가득한 금강송 숲길을 라이딩하는 것은 조망권보다 더 큰 보답처럼 느껴졌다.

삿갓재에서 백병산(1154m) 방향의 임도로 페달을 밟았다. 이곳부터 소광천 하류까지는 12km의 다운힐이 이어졌다. 업힐 구간과 마찬가지로 다운힐 구간도 마사토가 두텁게 쌓여 있는 곳이 많았다. 예전에 마사토길에서 속도를 내다가 미끄러져 크게 다쳤던 기억 때문인지 두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30여 분 내려가자 농업용수로 쓰이는 조그만 저수지가 보이고, 곧이어 화전민 이주정착지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왔다. 화전민 이주정착지부터 삿갓재를 거쳐 다시 원점 회귀하는 데 2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소광리 MTB 코스는 맑은 공기 안에서 삼림욕도 즐기고, 보석처럼 깨끗한 계곡에서 피로도 풀 수 있는 코스다.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며 라이딩을 마무리할 즈음 울진 MTB 동호회의 한 회원이 말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회원 중에 한 분이 당뇨를 앓고 있었어요. 건강을 위해 MTB를 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놀라울 만큼 호전됐죠. 모두 금강송이 내뿜는 맑은 공기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광리 MTB 코스야말로 피톤치드 가득한 금강송 숲 속에서 한적한 라이딩도 하고 건강도 챙기는 ‘명품 웰빙 코스’죠.”

소광리 MTB 코스 가이드
울진에는 짧게는 20km부터 길게는 200~300km에 이르는 다양한 MTB 코스가 있다. 그중에서 울진의 MTB 라이더들이 추천하는 코스는 크게 두 곳이다. 하나는 소광리 MTB 코스로 대광천의 화전민 이주정착지부터 시작해 삿갓재(1084m)~소광천~화전민 이주정착지로 내려오는 22km 원점회귀 코스이고, 또 하나는 화전민 이주정착지~삿갓재~백병산~전곡리~넓재~자수정 광업소에 이르는 40km의 서면 임도 코스다. 서면 임도 코스는 매년 가을마다 연합라이딩이 열리는 곳으로 붉게 묽든 단풍 시즌에 맞춰 가면 좋다.

소광리 MTB 코스는 울진에서 38번 국도(영주 방향)와 만나는 917번 국도를 따라 13km 정도 가면 나오는 대광천 화전민 이주정착지에서 시작한다. 이 마을부터 ‘울진 금강송 지킴이’ 안내소를 거쳐 삿갓재까지 10km의 업힐이 이어지고, 삿갓재부터는 다시 12km의 다운힐이 이어진다. 단, 업힐 구간에는 마사토가 두텁게 쌓여 있는 곳이 많아 바퀴에 힘이 너무 들어가지 않도록 기어 변속을 잘 해야 한다. 평상시보다 1~2단 정도 무겁게 기어를 올리면 헛바퀴 도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소광리 MTB 코스는 대광천 화전민 이주정착지에서 시작해 울진 금강송 군락지~삿갓재~소광천~화전민 이주정착지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총 22km,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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