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③ 스쿠버다이빙
울진 -③ 스쿠버다이빙
  • 글·김성중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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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서 ‘물질’ 안 해본 다이버는 간첩?

▲ 청정 바다 지역인 울진의 앞바다에는 다이버들을 위한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산재해 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불과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도구 없이는 맹수 하나 잡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하물며 육지 생물인 인간이 바다에서는 어떻겠는가. 한낱 미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뱃사람들은 바다에 제를 올리며 한 해의 안녕을 빈다.

다이버들도 마찬가지다. 스쿠버다이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4월이면 전국의 다이버들도 개해제(開海祭)를 연다. 장비가 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바다의 위대함과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바다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즐기는 레저, 바로 스쿠버다이빙이다.

나곡해수욕장 인근에만 포인트 10여 곳
▲ 다이버들이 서로 물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꼼꼼하게 장비 착용 상태를 점검해주고 있다.
해안도로인 7번 국도를 따라 울진으로 향하는 길, 창문 밖으로 잔잔한 바다가 펼쳐졌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는 바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보다 마치 박하사탕을 먹을 때처럼 상쾌함이 밀려왔다. 다행이다. 아무리 스쿠버 장비가 발달했다고 하나, 성난 바다 앞에선 아무리 뛰어난 다이버라도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화창한 날씨와 고요한 바다. 스쿠버다이빙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울진의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외지에서 오는 다이버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춘 스쿠버리조트들도 있고, 초급 실력의 다이버를 위한 수심 2~15m부터 중·상급자를 위한 수심 20~30m까지 포인트도 셀 수 없이 많다. 울진의 가장 대표적인 스쿠버다이빙 명소는 나곡·후정·양정·구산·후포 해수욕장의 인근 앞바다로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울진 어디를 가나 스쿠버다이빙 명소와 시설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울진에 스쿠버다이빙 명소가 많은 데에는 그만큼 물이 맑고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울진군 북면 나곡 해수욕장 인근의 나곡수중리조트(대표 전병섭)로 7번 국도를 따라 울진으로 내려오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스쿠버리조트다. 취재진의 강사로 나선 이정상 부장이 울진의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를 설명해주었다.

“나곡 해수욕장 부근에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만 10여 곳이 됩니다. 암반지대, 해초지대, 난파선 등 다양한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포인트 지역에서는 어민들도 채취나 어획을 할 수 없어서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이죠. 시즌만 되면 전국의 다이버들이 찾아와 항상 북적입니다.”

▲ 풍덩, 풍덩!’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어간 다이버들이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도처럼 휴양레저관광이 발달한 곳을 제외하고는 보통 컨테이너 박스나 조그만 숍에서 리조트를 운영하는데, 나곡수중리조트는 3층 건물 전체를 숍으로 쓰고 있다. 1층은 사무실로, 2층과 3층은 객실로 쓴다. 강사진만 8명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들 모두 수준급의 강사들이면서 수중 생태계를 보호하는 수중건설사업도 함께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개체수가 줄고 있는 붕장어 보호를 위해 파이프 설치도 했어요. 지금 물 속으로 들어가면 파이프 안에 서식하는 붕장어들을 볼 수 있답니다.”

수심 10m권에서 즐기는 체험 다이빙

▲ 전국 다이버들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울진 앞바다에서 미지의 바다 속 세상을 체험해보자.
스쿠버다이빙 시즌인 요즘에도 동해는 아직 수온이 차다. 물론 한여름에도 냉수대가 밀려오면 드라이슈트(방수복)를 입어야 하지만, 신록으로 물든 육지와 다르게 바다는 아직 뼈 속까지 추위가 밀려온다. 하지만 스쿠버 장비의 발달은 겨울에도 다이버들의 ‘물질’을 가능하게 했다. 이젠 사시사철 바다 속 체험이 가능한 것이다.

몇 번의 경험이 있는 취재진에게 다시 한 번 이정상 강사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바다에서의 교만은 사고를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이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기잠(6~12m)’이라 부르는 초급자 포인트로 이동했다.
배를 타고 이동한 지 5분. 포인트를 알리는 부표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초급 교육은 ‘기잠’이나 여기서 3분 거리에 있는 ‘유어장(2~8m)’에서 한다. 하지만 ‘기잠’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더 뛰어나 보통 체험 다이빙은 이곳에서 하는 편이다.

“이곳은 암반지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수심은 8~12m 정도 돼요. 바위에 따닥따닥 붙어있는 주먹만한 성게와 멍게부터 돌 틈 사이사이에서 서식하는 물고기까지 다양한 수중생물을 관찰할 수 있죠.”
진한 감청색으로 물든 바다로 몸을 던질 생각을 하니 온몸으로 긴장감이 전해졌다. 장비를 착용한 후 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

“풍덩, 풍덩!”

초급자와 전문가의 차이일까. 기자가 들어가는 순간 마치 돌덩이가 떨어지듯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부표의 연결된 줄을 잡고 강사와 함께 잠수를 시작했다. 1~2m 간격으로 수압이 느껴졌다. 이럴 때는 코를 막고 콧김을 불어넣어 몸 안과 밖의 압력이 평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이퀄라이징). 강사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물 속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강사와 눈을 마주하고 있어야 한다.

6~7번의 이퀄라이징 끝에 바닥에 도착했다. 주변으로 암반지대가 넓게 퍼져 있었다. 주먹보다 더 큰 성게들이 바위에 빼곡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모래바닥엔 넓적한 광어와 도다리가 지나다녔다. 바위 틈 조그만 구멍에 라이트를 비춰보니 야구공만한 머리를 가진 문어도 보였다. 채취나 어획이 금지된 곳이라 그런지 몸집이 튼실한 녀석들이 아주 많았다.

20분 정도 바다 속 세상을 경험했다. 보통 폐활량이 좋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같은 공기통을 가지고 있어도 물 속에서 40분 이상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기자에게는 ‘공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울진의 앞바다는 물이 아주 맑아 멀리까지 시야가 보였다. 무엇보다 여느 바다보다 수중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포인트 한 곳만 둘러본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 곳만으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울진의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전국의 다이버들이 계속해서 울진으로 모이는 이유가 이 때문일까.

“바다도 육지처럼 다양한 여행지가 있어요. 같은 산에 가더라도 사시사철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바다도 마찬가지죠. 수많은 고기떼 사이로 지나다닐 때면 바다와 동화되는 느낌이랄까요. 또 다른 세상으로의 탐험, 이것이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이죠.”

울진 스쿠버다이빙 가이드
울진에는 해안을 따라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산재해 있다. 숙박시설을 갖춘 스쿠버리조트도 많아 타 지역의 다이버들도 자주 찾아온다. 포인트는 초급 실력의 다이버를 위한 수심 2~15m부터 중·상급자를 위한 수심 20~30m까지 아주 다양하다. 대표적인 스쿠버다이빙 명소는 나곡·후정·양정·구산·후포 해수욕장의 인근 앞바다이며, 명소마다 5~20개의 포인트가 개발되어 있다.

체험 다이빙을 할 경우 울진 어디를 가나 가격이 같다. 이론교육, 장비사용법, 적응훈련 등을 가르쳐주며, 비용은 10만 원이다. 리조트마다 초급 자격증인 ‘오픈워터 자격증’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7~8단계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 하며, 보통 7~10일 걸린다. 비용은 50만 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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