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 할망 발길질에 “풍덩~풍덩~”
설문대 할망 발길질에 “풍덩~풍덩~”
  • 글·김성중 기자|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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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PARK TRAVEL 04 스쿠버다이빙


다이버들의 천국 서귀포 범섬…연산호·아열대 어류 등 볼거리 풍성

바다에 가면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고 상쾌해진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유명한 제주도에선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제주도 바다가 보여주는 즐거움의 극히 일부분이다. 바다 속에 들어가 보면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제주도의 숨겨진 비경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취재협조·다이버하우스 064-792-3336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이렇게 후덥지근한 날씨에 바다나 강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에서 육지만 둘러본다면 반의 반도 구경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전국의 다이버들이 일 년에도 몇 번씩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만큼 제주도에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많은데, 그중에서 다이버들이 가장 아름다운 해저 비경으로 손꼽는 곳이 서귀포 앞바다다.

서귀포 앞바다에는 문섬·숲섬·범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제각각 독특한 수중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문섬은 물이 맑고, 연산호 등이 완벽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어서 지난 2004년에는 세계수중촬영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일행들이 향한 곳은 웅크린 호랑이의 모습을 닮은 범섬으로 문섬과 함께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는 곳이다. 범섬은 다양한 수심층을 가지고 있고 투명도가 높아 초보자뿐만 아니라 중급자 이상의 다이버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 물이 맑고 완벽한 생태계를 갖춘 범섬은 다이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최고의 스쿠버 포인트다.

실력보다는 안전이 우선
다이버들이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이유는 재미와 새로운 경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든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정적과 고독만이 존재하는 바다 속에서 다이버들은 자유를 찾게 되고 자연의 신비함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쿠버다이빙은 하나의 레포츠라기보다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고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스쿠버다이빙은 바다 속의 풍경과 생물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실력이 뛰어나고 부족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안전하게 물속을 즐길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가장 뛰어난 다이버에요.”
일행들의 체험다이빙을 맡은 ‘다이버하우스’의 박순근 대표가 기초 교육을 하며 꺼낸 말이다. ‘스쿠버(SCUBA)’는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약자로 잠수용 호흡 장치를 자신이 직접 휴대하고 물속에서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안전이다.

▲ 범섬에 도착하기 500m 전에 있는 포인트에서 다이버들이 스쿠버다이빙을 준비하고 있다.
“부웅~~”

기초교육을 마치고 일행들이 탄 배가 힘찬 고동소리를 울리며 범섬으로 향했다. 뱃전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상쾌했다. 형형색색의 빛깔로 가득한 바다 속은 또 얼마나 많은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을까.
범섬에 닿기 500m 전쯤 박순근 대표가 배를 멈춰 세웠다. 박 대표가 오랫동안 포인트로 생각해 둔 지점이다. 안전수칙을 듣고 장비점검을 한 후 하나 둘 일제히 뛰어들었다.

하지만 물속은 바깥에서 보던 상황과 많이 달랐다. 모두들 파도가 잔잔하고 물이 맑아 좋은 날짜를 잡았다며 신나했는데, 막상 물속은 바깥과 큰 차이를 보였다. 배에서 입수하고 떠오르는 사이에 5~10m 정도 떠밀려 내려갔다. 조류가 아주 심하다는 뜻이다. 물 속으로 들어갔던 다이버들이 하나 둘 다시 뱃전으로 올라왔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박 대표도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초보자와 함께 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쉽지만 다음으로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설문대 할망의 전설이 서린 범섬

▲ 다이버들이 바다 속으로 입수하고 있다. 범섬 주변은 투명도가 높고 다양한 수심층을 가지고 있어 초보자뿐만 아니라 중급자 이상의 다이버들도 많이 찾는다.
범섬은 마치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범섬 중턱에는 10여 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큼지막한 동굴이 있고, 범섬 옆에는 조그만 새끼섬이 하나 딸려 있다. 이 새끼섬은 여인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치마섬’이라 부르기도 하고, 늠름한 장군의 형상과 비슷해서 ‘장군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범섬은 1374년 공민왕(고려 23) 때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출정한 최영 장군이 이곳에서 목호의 무리들을 최후로 격파시킨 곳으로 유명하지만, 또 한 가지 재미난 전설이 전해진다.

아득한 옛날에 제주도에는 삼신할머니인 ‘설문대 할망’이 살고 있었다. 이 할망은 몸집이 얼마나 큰지 한라산을 베개로 삼았고 두 다리를 쭉 뻗으면 발이 범섬까지 닿았다고 한다. 설문대 할망은 자식 욕심도 많아 슬하에 오백 명(오백장군)의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 하나하나 낳을 때마다 산모의 진통을 겪으면서 두 발로 뻥뻥 걷어 찬 것이 이렇게 범섬에 동굴이 생겨났다고 한다.

기암괴석과 동굴이 멋진 조화를 이룬 범섬의 비경은 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했다. 설문대 할망의 그 힘찬 발길질에 떠밀리 듯 다이버들이 하나둘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바다 속에서는 아무리 투명도가 높은 계절에도 기껏해야 시야가 30m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큼지막한 물고기와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해저의 세계를 누비는 것은 스쿠버다이빙만의 매력이다.

스쿠버다이빙은 수영을 못해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장비 무게만도 20~30kg에 이르고, 신체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도 크다. 하지만 전문 강사의 지도만 잘 따르면 아주 안전하다.

물론 스쿠버다이빙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잠수를 하기 전에 장비 점검은 필수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자연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실력이 좋다고 해서 혼자서 잠수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소한 2명 이상이 짝을 이뤄서 잠수해야 한다. 욕심보다는 절재가 필요한 레저가 바로 스쿠버다이빙인 것이다.

▲ 범섬에서 다이버들이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안전을 위해 항상 두 명 이상이 짝을 이뤄서 잠수해야 한다.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천지
‘다이버하우스’의 정권민 강사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갔다. 잠수 체험중에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항상 강사와 눈이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다. 강사가 상대방의 눈을 주시하면서 이상이 없는지 수시로 상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잠수하기 전에 중요한 수신호 몇 가지는 반드시 익히고 들어가야 한다.

몇 번의 스쿠버다이빙을 해서인지 긴장되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반복 훈련만큼 좋은 교육은 없는 것 같다. 1m 간격으로 이퀄라이징(펌핑)을 하며 서서히 하강했다. 제주도의 바다 속은 동해에서 보던 풍경과 많이 달랐다. 플랑크톤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호기심 많은 물고기들은 겁도 없이 얼굴 가까이 다가와서 서성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연산호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었다.

▲ 강사가 상대방의 눈을 주시하면서 이상이 없는지 수시로 상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서로 눈을 마주보고 있어야 한다.
제주도는 아열대 기후의 영향으로 연중 수온이 영상 20℃ 정도를 유지한다. 때문에 다양한 아열대 어류들이 서식하고 아름다운 산호들이 곳곳에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가 화산섬인 만큼 용암이 굳은 해저에서도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10m 정도 아래로 내려가자 해저였다. 주위는 고요했다. 숨소리만 들리고 호흡기에서 나오는 공기 방울만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시야는 채 10m도 안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무섭기 보다는 왠지 세상과 동떨어져서 나만의 세계를 가진 기분이었다.

정권민 강사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러자 흩어져 있던 물고기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어떤 물고기는 손가락도 먹이로 보였는지 손가락을 깨물기도 했다. 물속에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피싱피딩’이라고도 하는데, 두려움을 없애거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자주 쓰인다. 약 30분 동안 잠수를 하고서 물 위로 떠올랐다. 아직 물의 온도가 낮아서인지 갑자기 햇볕을 쪼이자 머리가 띵하게 울려왔다.

“바다 온도가 가장 높아지는 9~10월 사이가 스쿠버다이빙을 하기에 최적의 계절이에요. 그때 다시 제주도를 찾는다면 꼭 바다 속 체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바다 속을 들어갈 때마다 바다사나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랑블루’가 생각난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바다를 선택한 바다사나이의 끝없는 열정은 그만큼 바다가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바다사나이들의 로망이 숨 쉬는 곳, 바다 속 세상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건 어떨까?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말이다.

▲ 제주도의 바다는 전국의 다이버들이 일 년에도 몇 번씩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 바다 속의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은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다.

▲ 범섬에서 본 다양한 동식물들. 제주도에서는 아열대 어류들과 산호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귀포 다이버하우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해수욕장 부근에 위치한 다이버하우스는 박순근 대표가 정권민, 박세진 두 명의 인스트럭터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다이브리조트. 박순근 대표는 경력만 20년이 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쿠버다이빙 코스 트레이너(평가관)로 한국청소년스쿠버협회 서귀포시 지부장도 겸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스쿠버협회는 스킨스쿠버를 배우고 싶어 하는 청소년과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로 이들을 위한 전문 강사와 장비를 수시로 지원하고 있다.

다이버하우스는 여느 다이브리조트와는 다르게 다이버들을 위한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는 전국의 다이버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패키지 프로그램을 구성해 놓은 것이 큰 장점이다. 패키지에는 제주공항 픽업부터 식사·숙박·장비 대여·포인트 이동·강습 등 모든 사항이 포함된다. 체험다이빙 비용은 1회 8~12만원이고, 패키지 비용은 1일 15만원이다. www.diverhouse.com 064-792-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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