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언덕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저 언덕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 글·김경선 기자|사진·염동우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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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PARK TRAVEL 03 서귀포~중문 자전거 하이킹

▲ 하얏트호텔 산책로에 있는 ‘올인’ 촬영지. 중문해수욕장과 검붉은 해안, 그 너머 파란 하늘과 투명한 바다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절경을 뽐낸다.

서귀포~중문~서귀포 37km 코스…천지연 폭포, 주상절리대 등 볼거리 풍성

여름이 왔다. 돌도 바람도 여자도 많다는 삼다도(三多島) 제주는 푹푹 찌는 여름날에도 살랑거리는 바람의 축복을 거두지 않는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향긋한 바다내음을 품고 있었다. 화산 분출로 형성된 현무암 지대는 검붉은 빛을 띠며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냈다. 제주의 이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계속되는 페달질로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하다.


▲ 옥황상제를 모시는 칠선녀가 영롱한 자줏빛 구름다리를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던 천제연폭포.
새빨간 용암이 흘러내린 자리마다 푸른 생명이 돋아나는 신비의 섬, 해안을 따라 검은 암석이 꿈틀대고 그 중심에 남한 최고봉 한라산이 버티고 있는 섬, 한 때는 대한민국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지로 첫 손에 꼽았던 낭만의 섬. 이 모든 수식의 주인공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며 여행지다.

제주도는 해안을 따라 이국적인 풍광을 드러내고 화산지형으로 생성된 속살은 육지에서 보기 힘든 색다른 식생을 만들었다. 제주도가 연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유다. 최근에야 신혼부부 대신 가족·연인·외국인이 더 많다지만, 섬이 주는 달콤한 낭만을 찾아 여행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주의 풍광에 빠져든다. 똑같은 풍경도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놀랍게 변화하는 제주도는 찾을 때마다 색다르고, 보아도보아도 질리지 않으며,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시선을 홀딱 빼앗아간다.

섬 전체가 보물 같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동차로, 스쿠터로, 자전거로, 도보로….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야 단연 자동차겠지만, 제주도에는 자전거 여행족이 많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자동차로 ‘스윽~’ 하고 지나칠 풍경도 자전거로 달리면 온 몸과 가슴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하기도 한다지만 짧게는 2박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씩 걸리는 섬 일주는 보통 체력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힘든 여정이다. 몸도 마음도 시간도 여력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전거 하이킹을 포기하기에는 제주도의 풍광이 발길을 붙잡는다. 이럴 땐 핵심 지역을 훑는 하이킹 코스가 제격이다.
관광의 섬 제주에서도 단연 핵심 관광단지는 서귀포 일대 해안과 중문단지다. 해안선을 따라 서귀포에서 중문까지 달리다보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고급스러운 관광단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수려한 폭포 절경,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 푸른 숲에서 옥빛 소를 향해 무섭게 쏟아져 내리는 천지연 폭포.
서귀포 정방동에서 중문단지까지 자전거 하이킹 왕복 코스를 잡았다. 출발은 서귀포 정방폭포 앞. 천지연폭포·천제연폭포와 더불어 제주도 3대 폭포라 불리는 정방폭포는 깎아지른 수직 암벽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바로 바다와 만나는 해안폭포다. 노송이 우거진 수직 암벽을 시원스럽게 흐르는 폭포 소리에 하이킹의 출발이 상쾌해졌다.

정방폭포를 나와 천지연폭포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정방동에서 천지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한적한 시골의 읍내처럼 편안했다. 이른 아침 삼삼오오 모여 장난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 안에 울려 퍼지자 한적한 골목길은 금방 생기가 넘쳐났다. 소박하고 정겨운 정취가 느껴지는 제주의 아침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깨어나고 있었다.

골목길을 따라 10여 분 달려 천지연폭포 앞에 도착했다. 약 20m 높이의 수직절벽에서 물줄기를 한없이 쏟아내는 천지연폭포의 장관은 하늘과 땅이 만나 못을 이룬다는 이름처럼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숲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천지연폭포를 지나 외돌개로 향했다. 시내 중심에서 벗어나자 길은 조용했고 아침 바람은 상쾌하게 온 몸을 감싸 안았다. 수삼로를 따라 달리다 ‘외돌개’ 이정표를 보고 접어든 길은 곧 해안선을 따랐다. 15분쯤 달리니 어느새 외돌개 입구다.

자전거에서 내려 해안으로 200m 정도 걸어 내려가 잔잔한 비취색 바다에 솟아있는 외돌개를 만났다. 삼매봉 앞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바위섬은 마치 치켜든 엄지손가락처럼 당차고 힘이 넘쳤다. 가만 보니 동해 추암의 촛대바위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외돌개가 화산 폭발로 형성된 반면 촛대바위는 융기와 침식 과정을 통해 생성됐다는 것이다.

▲ 솜씨 좋은 장인의 조각작품처럼 아름다운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섬세한 육각기둥의 향연, 주상절리대
외돌개에서 나와 다시 수삼로를 탔다. 이곳부터 중문까지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열심히 페달을 돌리기만 하면 된다. 20여 분을 달리니 길은 1132번 지방도와 법환로로 갈라졌다. 두 길 모두 중문으로 이어지지만 해안과 더 가까운 법환로로 들어섰다.

법환로에서 강정로~대포로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한적하다. 사람의 인적이 드물고 간간히 지나는 자동차만 조용한 도로를 울렸다. 해안을 따라 달리다보면 드문드문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이미 땀으로 흥건해진 몸은 푸른 제주의 바다가 주는 상쾌함에 피곤함을 잊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니 자전거 여행족들을 많이 만났다. 제대로 된 라이딩 복장을 갖추고 로드바이크를 타는 전문 자전거족부터 대리점에서 빌린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하는 평범한 자전거족까지. 출발한 지 2시간 남짓한 사이에 만난 자전거 여행족만 10여 팀이 넘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힘든 기색이 역력한 그들이었지만 표정만큼은 행복해 보였다. 제주도를 두 개의 은륜으로 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값진 추억이 아닌가.

▲ 검은 사각기둥이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간 갯깍.

법환로를 지나 강정로로 들어섰다. 1차선 도로가 이어지는 해안길,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힘겹게 페달을 밟아 오르막을 지나면 길은 여지없이 내리막으로 지친 몸을 달래줬다. 온 몸의 땀을 날려버릴 듯 내리막을 질주할 때면 자전거가 주는 매력은 배가 된다. 이런 맛에 굳이 페달을 돌려가며 라이딩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해안도로를 따라 1시간 쯤 달리니 어느새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는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매표소를 지나 50여m를 걸어 내려가야 했다.

잠시 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놀라웠다. 검붉은 육각기둥이 잘 다듬어진 솜씨로 이어져 수직절벽을 만들었고 잔잔한 파도는 하얀 파동을 일으키며 해안을 끝없이 자극했다. 신의 놀라운 솜씨에 관광객들도 한 마디씩 감탄사를 내뱉었다. 북적이는 관광객들로 호젓한 감상은 꿈도 못 꾸지만 깎아지른 해안절벽은 오랜 세월 깎이고 깎여 완벽한 조각품으로 눈을 호강시켰다.

▲ 검붉은 바위가 둘러싼 제주의 해안은 아름답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박물관 등 볼거리 풍성한 중문단지
주상절리대를 나와 중문관광단지로 향했다. 제주도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관광단지. 중문은 최고급 호텔과 콘도, 박물관이 몰려있는 제주도의 핵심 관광지역이다. 테디베어박물관·여미지식물관·소리섬박물관 등 볼거리가 풍성한 박물관부터 천제연폭포·중문해수욕장·객깍 등 수려한 자연풍광까지 어우러져 연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중문천을 따라 오르막이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중문천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힘겨운 페달질을 힘을 불어넣었다. 오르막을 10여 분 달리니 사거리. 왼쪽 호텔숙박 단지로 방향을 틀었다. 중문해수욕장은 주상절리대와는 또 다른 한적한 해변의 풍광을 선물한다. 특히 영화 ‘쉬리’나 드라마 ‘올인’의 배경이 되었던 호텔 단지 내 전망대는 화면 속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비경을 살포시 보여준다.

▲ 이국적인 풍광의 중문은 호텔과 콘도, 박물관들이 몰려있는 제주도 최고의 관광단지다.
테디베어뮤지엄을 지나 해안에 자리한 하얏트 호텔로 달렸다. 내리막이 이어지면서 상쾌한 바다내음이 전해졌다.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인 해안 벤치는 호텔 앞에 조성된 산책로에 있었다. 파릇파릇한 잔디밭에 듬성듬성 놓인 벤치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가장 멋스럽게 보여주는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했다. 수채화처럼 파란 하늘에는 마치 그림을 그려 넣은 듯 하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더 맑고 투명한 파란색을 띠었다. 그저 푸른 숲 너머로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볼 뿐인데 지친 몸과 마음은 어느새 나른한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얏트 호텔에서 숨은 비경이 ‘올인’ 벤치만은 아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주상절리대인 갯깍으로 가는 길이 호텔 산책로와 연결돼 있다. 해안으로 내려서면 길이가 100m 정도 되는 작은 모래사장이 있고 그 너머에 갯깍이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예래동 주상절리대를 가리켜 갯깍이라 부른다. 갯은 바다라는 뜻이고 깍은 끄트머리라는 방언이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올라간 갯깍은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인적이 드물다. 대부분 주상절리대를 보러 대포해안으로 가기 때문이다. 반면 예래동 갯깍은 입장료도 없을뿐더러 한적하고 고즈넉해 검푸른 주상절리대를 마음껏 보고 만질 수 있다.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가 육각형의 기둥이라면 예래동 갯깍은 각진 사각 기둥이 수없이 연결돼 있는 모습이다. 마치 두꺼운 시루떡을 지그재그 모양의 칼로 잘라낸 것 같다. 웅장한 비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해안을 따라 걷다보니 길은 예래동 하수처리장까지 이어졌다.

하얏트 호텔로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천제연폭포로 향했다. ‘제주도 3대 폭포 중 마지막 폭포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갔다. 중문천 끄트머리에 있는 천제연폭포. 물은 바다로 흘러가기 전 천제연폭포에서 맑고 투명한 본연의 모습을 마음껏 뽐낸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칠선녀가 영롱한 자주빛 구름다리를 타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던 천제연폭포. 폭포는 여전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옥빛 소를 향해 무섭게 돌진했다. 선녀도 반하게 만든 폭포의 수려한 장관에 하루의 고생이 말끔하게 씻겨 내리는 듯했다.

▲ 중문 대포 해안.

누군가의 말대로 제주도는 화수분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볼거리는 다 보았겠지’ 하고 생각할 때면 불쑥 또 다른 비경을 꺼내 눈앞에 내어놓는다. 굳이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도 제주도는 구석구석 색다른 풍경이 숨어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를 찾을 때면 늘 새롭다. 성인들의 무뎌진 감성조차 사춘기 소녀의 풋풋한 감성으로 바꿔 놓는 곳이 제주도가 아닌가.

대충 쌓아 놓은 돌담까지도 아름다운 섬. 이 섬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길 원한다면 오랜 세월 가슴에 묻어 놓았던 풋풋한 설렘을 꺼내 제주도로 가져가야 한다. 다시 페달을 밟으니 가슴이 또 설레어 온다. ‘저 언덕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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