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③ 래프팅 - “뼝대 휘돌아 흐르던 뗏목처럼~”
동강 ③ 래프팅 - “뼝대 휘돌아 흐르던 뗏목처럼~”
  • 글·김경선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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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 연이어 나타나는 아름다운 강줄기…남녀노소 안전한 물놀이 가능

굽이치는 물줄기와 그림 같은 뼝대…. 동강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풍경들이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래프팅이 지금 동강에서 한창이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래프팅의 매력. 이 여름 동강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광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편집자주>

▲ 푸른 숲과 뼝대가 어우러진 동강을 따라 래프팅 보트가 유유히 흘러내려가고 있다.
동강은 아련하다. 아무리 도로사정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첩첩산중 오지가 수두룩하고 옛 것의 향기가 남아있기에 동강을 생각하면 주름진 얼굴로 환한 웃음을 짓는 촌로가 떠오른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서린 강이야말로 동강이 아닐까. 아마 산과 산을 굽이쳐 흐르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동강을 본 자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쉽게 외지인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동강이기에 그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진 것도 고작 10여 년이 조금 넘었다. 동강댐을 만드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부와 환경단체의 대립이 불거지면서 동강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숨어있던 비경이 속속 드러나고 전국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동강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동강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신록이 완연한 여름이 아닐까. 숲 짙은 산세 사이로 푸른 물줄기가 휘감아 도는 풍광은 메마른 현대인들의 가슴에도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하여 여름철이면 동강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들은 변화무쌍한 동강의 몸짓을 보기 위해 산에 오르기도 하고, 그 젖줄에 몸을 맡긴 채 래프팅을 즐기기도 한다.

동강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 활동 중 으뜸은 단연 래프팅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간단하게 교육만 받으면 안전하게 래프팅을 즐길 수 있고, 동강의 비경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취재팀도 동강 래프팅 체험을 위해 영월읍 거운리로 향했다.

래프팅 업체가 몰려 있는 섭새강변
동강 래프팅 업체가 몰려있는 영월 거운리 섭새강변 일대는 여름철이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6월 중순의 동강, 아직 성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강에는 래프팅 보트가 여럿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4월에서 10월까지 동강으로 래프팅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 강물에 빠진 사람들을 강사가 보트 위로 건져 올리고 있다.
동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래프팅 코스는 영월 문산리 문산나루터에서 어라연을 지나 거운리 섭새강변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다는 어라연과 아찔한 급류부인 된꼬까리 여울을 지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사! 동강의 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4년에 한 번씩 구간을 정해 휴식년을 취하고 있어 6월15일까지 문산리~섭새강변(거운리) 구간에 래프팅을 금지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하류부인 섭새강변~둥글바위 코스에서 동강의 비경을 감상해야만 했다.

취재를 함께할 가람래프팅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70명의 단체 손님이 예약돼 있었다. 어라연 주차장에서 준비운동으로 간단하게 몸을 풀고는 거운교 밑에서 보트에 올라탔다.

래프팅 보트에는 보통 10~12명의 인원이 탑승한다. 보트의 앞쪽(Bow)에는 패들링이 능숙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며 힘이 센 사람이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명조끼와 헬멧은 필수. 웬만해서는 보트가 잘 뒤집히지 않는다고 하지만 강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안전수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사의 구령에 맞춰 패들링을 시작했다.

“좌현 앞으로, 우현 앞으로!”
보트는 구령에 맞춰 물길을 따라 동강의 품속으로 유유히 빠져들었다. 시작부터 물살과 어우러진 풍광이 감탄을 자아냈다.  국내에서 래프팅을 체험할 수 있는 강은 많다. 한탄강이나 내린천 등이 동강과 함께 래프팅 업체가 성황중인 곳이다. 그러나 동강은 한탄강이나 내린천에 비해 거센 여울이 적은 편이다. 비교적 안전하게 래프팅을 즐길 수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가 많이 찾는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즐거운 비명

▲ 신록이 완연한 동강의 풍광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유히 흘러가던 일곱 대의 보트에서 사람들끼리 물장난이 한창이다. 한 배에 타면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모두 한편이 된다. 상대방 보트를 향해 수십 명의 사람들이 패들로 물보라를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 짓궂은 사람들은 서로를 물에 빠뜨리기에 여념이 없다. 구명조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래프팅은 유속이나 급류의 형태, 승선 인원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다. 보통 급류구간에서만 보트가 뒤집힌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유속이 느릴 때도 바위와의 충돌로 인해 보트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 항상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해야하는 이유다.

40여 분을 내려와 목골마을 강변에 보트를 잠시 세웠다. 가람래프팅에서 준비한 시원한 냉막걸리와 메밀전병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따가운 태양의 세례에 지쳤던 몸이 다시 힘을 얻는다. 동강은 지난 겨울 가물었던 데다가 아직 장마가 시작되지 않아 수량이 적었다.

몇몇 구간은 수심이 얕아 보트가 걸릴 정도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강을 가득 메운 부유물이다. 돌마다 부유물이 잔뜩 끼어 뿌옇게 흐려진 강은 예전의 맑디맑던 동강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올해 들어 아직까지 큰 비가 내리지 않아 부유물이 씻겨 내려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강사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실 동강의 수질오염은 비가 오고 안 오고의 문제가 아니다. 도암댐의 잦은 방류로 흙탕물이 수시로 내려오고, 고지대 고랭지 농사로 농약이 쉴 새 없이 유입되는 등 여러 가지 오염원이 동강을 신음하게 만들고 있다. 래프팅을 하기 전에 거운리에서 만난 한 상점주인 할머니의 “옛날에는 강물을 이어다 먹기도 했다”는 말이 아련하게 가슴에 남는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다시금 영월댐 문제가 대두되는 요즘이라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혹여나 댐이 생긴다면 이 아름다운 동강의 풍광과는 영원히 이별해야할지도 모른다.

▲ 거운교 밑 섭새강변에서 출발 전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체험자들.
보트는 작은 여울을 지나 하류로 흘러내려갔다. 삼옥교를 지나 둥글바위로 향하는 길, 수면은 더욱 잔잔해졌고 패들링을 재촉하는 강사의 구령소리가 힘차졌다. “동강 하류부는 수면이 잔잔해 상류에 비해 패들링을 많이 해야합니다. 팔이 아프더라도 조금만 더 힘내세요.”

강사의 구령에 맞춰 패들링에 힘을 더해본다. 비록 몸은 힘들어도 동강의 비경이 주는 아름다움에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웠다.  강이 몸이 크게 틀더니 마지막 목적지인 둥글바위에 도착했다. 이제 동강은 영월읍으로 흘러내려가 서강과 몸을 합칠 것이다. 이어 동강은 서강과 만나 남한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남한강은 양평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으로 완성된 뒤 서해로 몸을 섞으리라.

체험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던 동강의 풍광과 작별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앞으로도 이 아름다운 비경이 변치 않고 계속되기를.

가람래프팅
영월읍 거운리 섭새강변 인근에 위치한 가람래프팅은 래프팅을 비롯해 서바이벌·산악모터바이크 등의 레저체험을 운영하는 업체다. 가람래프팅에서 운영하는 래프팅은 총 3개 코스다. 문산나루터~섭새강변 코스와 섭새강변~둥글바위 코스는 약 2시간 30분 소요되며 체험비용은 3만원(단체 2만5000원)이다. 진탄나루~섭새강변 코스는 약 3시간30분 소요되며 체험비용은 3만5000원(단체 3만원)이다.

래프팅패키지 체험도 있다. 서울 덕수궁 앞과 강남역을 경유하는 왕복 차량을 제공하고, 래프팅 체험과 중식, 보험료, 샤워장 이용료를 포함해 4만2000원이다. 단 패키지 상품은 20인 이상 단체신청 시 가능하다. 이 외에도 서바이벌 체험은 2만3000원~3만원이다.
가람래프팅 033-373-4070
www.gram.co.kr

문산나루터~섭새강변 래프팅 코스
문산나루터에서 거운리 섭새강변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동강 래프팅의 핵심 구간이다. 두꺼비바위~어라연~된꼬까리 여울~만지나루터~섭새강변 코스는 아름다운 동강의 비경과 곳곳의 급류 구간을 만날 수 있어 인기. 무엇보다 동강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는 어라연을 지날 수 있다.

어라연은 크게 휘돌아가는 물줄기 가운데 긴 바위가 서있는 특이한 풍경이 연출되는 곳으로,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물고기가 많아 낚시꾼들이 몰렸던 곳이다. 어라연이란 이름도 물고기가 너무 많아 물고기 비늘이 비단결처럼 반짝였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란다. 어라연은 큰 바위와 솔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어라연에서 약 1km 하류부에 위치한 된꼬까리 여울은 급류가 센 곳이다. 강사의 지시대로 힘껏 패들링을 하지 않으면 보트가 전복될 가능성이 크다. 문산나루터~섭새강변 코스는 총 12km로 래프팅하는 데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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