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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얼음꽃 가득한 동화의 나라
눈꽃 얼음꽃 가득한 동화의 나라
  • 글 사진·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1.04.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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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산길 | 덕유산 향적봉

▲ 무룡산에서 향적봉을 오르는 산악인들.

덕유산(德裕山)은 덕이 넉넉하다는 이름처럼 품이 넓은 산이다. 전북 ‘무진장’ 고을의 무주와 장수, 경남의 첩첩 산마을인 거창과 함양에 걸쳐 있다. 평소 남녘의 지리산에 가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하지만 겨울철에는 말이 달라진다. 지리적으로 금강의 본류와 가까운 데다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많은 눈을 퍼붓는다.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 습한 대기가 산을 넘다가 그대로 얼어버려 나뭇가지마다 환상적인 상고대(얼음꽃)가 피어난다. 그래서 덕유산의 겨울은 눈꽃산행 인파로 늘 북적거린다.

넉넉한 품을 지닌 덕유산의 매력
덕유산은 남한에서 네번째로 높은 1614m의 고도와 지리산보다 험한 산세 때문에 일반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무주리조트의 스키 곤돌라가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턱밑까지 파고들면서 산꾼은 물론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만 찍고 내려오는 것은 눈앞에 보물을 두고 돌아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향적봉에서 부드럽게 이어진 중봉까지 갔다가 오수자굴을 거쳐 구천동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아보자. 이 길은 걷기에도 좋고 덕유산 최고의 보물인 덕유평전과 구천동계곡을 둘러볼 수 있는 환상적인 산길이다.

무주리조트에서 스키장을 바라보면 가슴이 콩콩 뛴다. 슬로프에서 스키와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활기넘치고, 그 뒤로 향적봉이 험상궂은 장군처럼 우뚝하다. 스키장에서 설천봉(1530m)까지 단숨에 올라가는 곤돌라는 평일에도 줄이 길다. 10분쯤 올라가 내린 설천봉은 그야말로 온통 눈나라다. 올해 무주는 30년만의 폭설이 내렸다. 뽀드득 소리 내며 걷는 눈길은 싱그럽다. 스키와 보드꾼들은 여기서 슬로프를 따라 미끄러지고, 산꾼들은 향적봉으로 향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고작 600m, 쉬엄쉬엄 가도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등산로 양옆으로 들어선 나뭇가지들은 순록의 뿔 같다. 그 뿔마다 탐스런 눈꽃이 가득하다. 어느 벚꽃 군락이, 진달래와 철쭉 군락이 이보다 아름다울까. 눈꽃터널 사이로 저 멀리 향적봉이 눈에 들어온다. 눈꽃터널을 벗어나면서 강풍이 몰아치자 정신이 번쩍 든다.

향적봉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이나 구천동계곡에서 걸어온 산꾼들이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이다. 덕유산은 남한 산줄기들의 중심에 놓인 만큼 탁월한 조망을 보여준다. 남쪽의 지리산, 동쪽의 가야산, 서쪽의 대둔산 등의 고산준령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특히 거창의 첩첩 산줄기 뒤로 소머리처럼 솟은 가야산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산악사진가들 사이에서 소문난 명장면이다.

향적봉에서 지척인 대피소 건물로 내려가니 박봉진 산장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는 덕유산이 좋아 1997년부터 구천동에 들어와 살다가 2000년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덕유산에 조난자가 생기면 구조대보다 항상 그가 먼저 달려간다고 한다. 산에서 살면서 산을 닮아가는 탓일까. 덕유산의 너른 품처럼 마음씨가 넉넉하고 따듯하다.

▲ 덕유평전은 봄여름가을 야생화가 가득하고 겨울이면 환상적인 설경을 보여주는 덕유산의 보물이다.

태초의 정적이 흐르는 구천동계곡
대피소에서 언 몸을 녹였으면 중봉(1594m)으로 향한다. 이 길에는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의 가지마다 새 생명처럼 싱그러운 눈꽃이 가득하다. 구상나무 가지는 두터운 눈 이불을 뒤집어썼다. 중봉은 덕유연봉이 기막히게 보이는 전망대다. 발아래 펼쳐진 평평한 땅이 덕유평전으로 봄여름가을 야생화가 그득하고 겨울이면 눈꽃으로 은세계를 이루는 곳이다. 덕유평전에서 미끄러져 삼각뿔처럼 치솟은 무룡산(1492m)과 삿갓봉(1264m)을 넘어 남덕유산(1507m·봉황산)으로 흘러가는 산세는 백두대간 능선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다. 거기에다 무룡산 왼쪽 멀리 허공에 일필휘지로 피어난 지리산 능선에 입이 떡 벌어진다.

하산은 중봉에서 오수자굴 방향을 잡는다. 내려오다 뒤돌아보면 주목으로 가득 찬 향적봉의 뒤태를 볼 수 있다. 오수자굴 안은 각양각색의 얼음 기둥 전시장이다. 굴 안 낙숫물이 얼어붙으면서 얼음 종유석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수자굴에서 백련사까지는 참으로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길섶에 푸른 산죽들이 눈을 맞은 모습은 태초의 시간처럼 고요하다.

백련사 입구에 도착하면서 구천동계곡과 합류한다. 이 길은 널찍이 비포장도로가 나 있어 걷기에 수월하다. 이어 금포탄, 사자담, 인월담 등의 명소를 지나게 된다. 겨울이라 계곡의 빼어난 맛은 없지만 눈과 어우러진 풍경은 심신을 포근하게 정화한다.
 

산길 가이드
무주리조트를 들머리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오른 뒤 향적봉~중봉~오수자굴~구천동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약 10km, 4~5시간쯤 걸린다. 향적봉대피소는 난방 장치가 잘 갖추어진 현대식 건물이다. 이곳에서 1박하면서 가야산 방향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해돋이를 구경하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교통
서울에서 무주리조트까지 직접 가는 버스는 대원고속(02-575-7720)이 사당, 양재, 잠실 등에서 오전 시간에 운행한다. 무주리조트(063-322-9000)의 곤돌라는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다닌다. 왕복 1만2000원. 편도 7000원. 향적봉 대피소(063-322-1614).

▶ 맛집
금강이 굽이쳐 도는 무주 지역에는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동자개 등 민물 잡어로 죽을 쑨 어죽, 쏘가리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읍내 금강식당(063-322-0979)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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