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됐다. 이제 더위가 아닌 추위와 싸워야 할 때다. 쌀쌀한 밤을 안전하고 포근하게 보내기 위해 신경 써야 할 4가지를 짚어봤다.
텐트
추운 날 텐트를 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닥 공사다. 바닥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위해서다. 캠핑장 바닥은 보통 마사토, 파쇄석, 데크로 이뤄져 있는데, 데크, 파쇄석, 마사토 순서로 냉기가 많이 느껴진다. 적당히 추운 날이라면 데크 위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날이 많이 춥거나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데크 위 캠핑이라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데크나 파쇄석을 기대하지 못하는 오지캠퍼라면 바닥 공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바닥은 그라운드시트, 이너텐트, 매트, 담요, 전기장판, 침낭 순으로 깔아야 한다. 방수포인 그라운드시트는 전체 바닥의 기초가 되는 부분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바닥 전체에 그라운드시트를 설치하지 않으면 냉기와 습기가 올라와 결로가 심해지고 열을 쉽게 빼앗기게 된다. 그라운드시트의 재질도 잘 따져보자. 보통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PVC 등의 재질이 사용되는데, PVC가 무겁지만 가장 뛰어난 방수성을 보인다. 일체형보다는 분리형이 설치도 쉽고 철수도 편리하다. 매트와 전기장판 사이에 담요를 까는 이유는, 전기장판의 열을 매트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동계용 침낭은 네모난 형태의 사각형 침낭보다 미라 모양의 머미형 침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각형 침낭의 경우 내부 공간이 여유로운 것이 장점이지만, 냉기나 추위가 들어올 틈이 생긴다. 머미형 침낭은 몸에 딱 맞고 머리를 감싸주는 헤드가 있어 보온성이 높다. 텐트는 차가운 바람이 부는 북서쪽을 등지고 치는 것이 좋다. 입구를 북서쪽으로 하면 문을 열 때마다 찬바람이 바로 들어와 텐트 안의 온기를 뺏기게 된다.
매트리스
바닥에 단 하나만 깔고 잘 수 있다고 하면 매트리스를 떠올리듯이 단열과 ‘꿀잠’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매트리스다. 매트리스는 크게 에어매트리스와 발포매트리스로 나눈다. 에어매트리스는 내부에 공기를 넣어서 냉기를 차단한다. 노면이 거친 곳에서 사용할 경우 표면에 구멍이 날수 있으니 주의하자. 발포매트리스는 올록볼록한 표면에 공기층이 형성되어 단열 효과를 준다. 폴리에틸렌 소재로 내열성과 내충격성이 강하다. 무게도 가벼워 에어매트리스에 비해 설치나 휴대가 간편하다. 하지만 두께가 얇은 편이기에 에어매트리스보다 단열성은 떨어지는 편. 추운 날 보다는 쌀쌀한 날에, 무게가 가벼워야 하는 오지캠퍼나 백패커들에게 추천한다. 두 가지 매트리스를 함께 사용하면 가장 든든하게 추위를 막을 수 있다. 무게와 부피가 커 휴대하기는 번거롭지만 오토캠핑을 즐긴다면 자동충전매트리스가 좋다. 마개를 열어두면 일정량의 공기가 자동으로 채워지는 자동충전매트리스는 내부 폼의 복원력을 이용해 바깥공기를 스스로 빨아들인다. 두께가 보통 5cm 이상으로 두꺼워 냉기와 습기까지 차단해 주고 지지대가 촘촘해 안정적이다.
동계 캠핑 매트리스를 선택할 때는 매트리스의 단열성능치를 의미하는 알밸류R-value를 잘 살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매트리스 두께를 말하지만, 충전재의 밀도나 디자인에 따라 두께는 다를 수 있다. R-1, R-2 등으로 표기되며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단열성이 높다. 알밸류가 높을수록 냉기를 잘 차단해 준다. 보통 동계에는 알밸류가 R-3 이상, 영하 이하의 날씨에는 R-4 이상은 돼야 따뜻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난로
빠르게 따뜻해지는 방법이지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난로.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캠핑장 가스중독 사고는 65건으로 직전 해에 비해 약 66% 증가했다. 부주의한 사용으로 난로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난로를 사용하는 것은 벼랑 끝에서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사람이 인지하기 어렵고, 산소보다 250배 쉽게 결합해 인체로 들어오는 경우 헤모글로빈의 산소 공급을 막는다.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환기구가 확보된 공간에서만 난로를 사용해야 한다.
천장과 양쪽에 환기구가 있어 공기 순환이 원활해야 안전하다. 텐트 안에서는 최대한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공기 순환로를 확보한 후 사용하자.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상층부 공기가 순환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소형 텐트에서는 절대 난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내부 공간이 넓지 않으면 일산화탄소에 빠르게 중독될 수 있어 위험하기 때문. 일산화탄소 농도 0.16%에 2시간 이상 노출되면 사망에 이르며, 1.28%일 때는 1~3분 만에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다. 또한 소형 텐트에는 난로의 열기가 텐트에 직접적으로 전해질 가능성이 높아 텐트에 변형이 오거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난로를 사용할 때는 꼭 캠핑용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구비해둬야 한다. 또한 급한 상황에 바로 대응할 수 없는 야간에는 사용을 금하는 것이 좋다.
장작
장작으로 쓰는 나무는 크게 잡목과 참나무로 나뉜다. 참나무는 활엽수과의 굴참, 갈참, 졸참, 떡갈, 신갈, 상수리나무 등 여섯 가지 활엽수를 말한다. 참나무는 속이 꽉 차있고 숯 형태에서 오래 연소해 실내화목용이나 바비큐 구이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잡목은 참나무를 제외한 나무를 말하며, 장작으로 쓰이는 종류는 낙엽송,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이다. 보통 침엽수이기 때문에 잘 마르고 불이 잘 붙고 금방 탄다. 때문에 캠핑장에서는 오래 타는 참나무가 많이 쓰인다. 사실 마른 나무라면 대부분 장작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불에 타면 유해가스가 나오는 밤나무는 피해야 한다.
장작을 보관할 때는 습기에 주의하자. 야외는 습기 관리가 어려우니 가능한 실내에서 보관하자. 장작의 수분 함량은 15~20%가 가장 좋다. 수분이 15% 이하일 경우 불은 잘 붙지만 금방 타버리고, 20% 이상일 경우 불이 잘 붙지 않고 연기만 많이 난다. 캠핑장에서 장작을 구매할 경우 단단하고 습기가 적은 것을 고르자. 습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려면 같은 양의 장작을 비교해 들어보면 된다. 더 가벼운 것이 습기를 덜 머금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