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이 낳은 의심, 무엇이 친환경인가
불편이 낳은 의심, 무엇이 친환경인가
  • 고아라
  • 승인 2024.10.02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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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를 몸소 겪으며 친환경의 존재감은 점점 더 묵직해지고 있지만 친환경의 정의는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친환경 운동이 정말 지구에 도움이 되는지, 말장난에 가까운 상술은 아닌지 피어오르는 의심을 지우기 위해선 먼저 ‘진짜’ 친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왜 친환경이 필요한가?
모든 말과 행동에는 목적이 필요하다. 갖고 싶은 옷을 사기 위해 쇼핑에 나서고,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한다. 하물며 광범위하면서도 모호하기만 한 친환경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친환경을 실천해야 할 가장 가까운 이유를 찾는다면 ‘기후 비상사태’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겪으며 우리는 친환경 실천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UN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11년 남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으니 이제 6년 남짓한 시간만이 주어졌다. 이 시간마저 어영부영 흘려보낸다면, 2100년 무렵에는 지구 온도가 3~4도 상승할 것이며 그로 인해 생태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지구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고, 곧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다. 빙상과 빙하는 하염없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며 해안 도시와 농지, 섬들이 물속에 잠기고 내륙에 인구가 몰리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구 온도 1.1도와 해수면 15cm 상승으로 홍수, 산불, 태풍 등 극심한 자연재해에 시달렸으니 3~4도 상승의 위력을 감히 예측해 볼 수 있다.
왜 친환경이 필요한가를 생각하기에 앞서 왜 친환경이 필요하게 되었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주 오래, 차곡차곡 쌓여온 인간의 잘못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정된 자원에 의존하는 동안 지구 온도는 서서히, 끊임없이 상승해왔다. 유례없는 바이러스에 전 세계 사람들이 감염되었으며, 지진과 태풍이 한마을을 통째로 삼켜버리기도 했다.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경고해왔지만 개인의 노력은 너무나 미미하고 무익해 보여서, 또한 순간의 편리함을 향한 욕망 때문에 우리는 지금 ‘기후 비상사태’라는 태풍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경험하며 막연한 교훈을 얻었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2024년,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친환경의 필요성을 어렴풋이 체감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6년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일상 속 친환경
친환경이란 이름 그대로 환경과 친화적이라는 뜻이다. 끊임없이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안 중 하나로, 주로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공업 방식, 생활 방식을 대체 또는 변화시키는 움직임이다. 친환경을 위해 정부나 기업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개인’이다. 개인의 소비에 따라 기업 이 움직이고 정부가 개입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돈을 쓸 때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 한 표를 던지는 셈이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제품의 브랜드 역시 우리의 지지와 소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어디서부터 어떻게 친환경을 실천해야 할지 막막하고, 작은 움직임으로 과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이 답이 될 순 없다. 아무리 작은 개인의 실천이라도 그 실천들이 모여 조금씩 천천히 온도 상승을 늦춘다. 의식적으로 지구를 위하는 상품에 돈을 쓰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기업과 정부는 친환경을 향해 움직이게 된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만 해도 수천 가지다. 소비를 줄이고 최대한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해 쓰레기 총량을 줄이자.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은 패키지에 2, 4, 5번 숫자가 적혀 있다.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도 친환경적인 활동이다. 인공적인 개입이 없는 자연적인 식량 재배는 해충과 잡초를 죽이기 위한 화학 물질 사용을 금하고 유전자 구성 변형 행위를 멀리한다. 이로써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토양이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남을 수 있다. 텀블러를 제작하는 데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지만, 일회용품이 버려지는 양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지구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에너지도 친환경의 바람을 맞고 있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를 태워 얻는 에너지 대신 바람, 태양열, 수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과 제품이 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받쳐줘야겠지만, 재생 에너지 사용은 산림 파괴와 야생 생물 및 인간의 터전까지 지켜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다. 영국은 이미 2019년 재생 에너지가 최초로 화석 연료를 추월했다. 개인적인 실천으로는 태양열 배터리 사용, 친환경 건축 이용, 효율적인 냉난방 사용 등이 있겠다.
이외에도 일회용 기저귀 대신 천 기저귀 사용, 자동차 대신 자전거 이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 사용 등 일상 속에서 간단하게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충분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이러한 대안 들에 허점과 이면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이나 사회에 대한 이해 없는 친환경 정책이나 제품은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더 큰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코백. 친환경을 위해 장을 볼 때 마다 에코백을 챙겨 다니는 번거로움을 이겨내는 이들이 많지만, 에코백은 최소 131번 사용해야 비닐봉지보다 친환경적이다.


아웃도어인의 친환경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 지구의 변화는 조금 더 치명적이다. 하이킹, 트레킹, 캠핑 등 대부분의 아웃도어 활동은 자연 속에서 이뤄지며 천혜의 자연만이 품는 아늑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 에 친환경 아웃도어 활동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매년 늘어가는 등산과 캠핑 인구만큼 발생하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킹과 쓰레기 줍기를 함께 즐기는 ‘클린하이킹’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새로운 아웃도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아웃도어 의류를 만드는 전문 브랜드 역시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토양에서 생산한 유기농 면이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개발한 폐플라스틱 원단을 적극 활용하는 등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웃도어 패션이 친환경 원단에 유독 집중하는 이유는 패션은 친환경과 반대편에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합성 섬유의 탄생으로 옷값은 저렴해졌지만 소비가 크게 늘고 유행도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합성 섬유는 지속 불가능하며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끊임없이 생산하고 버려지게 된 것이다. 옷을 만들기 위해 산림 파괴와 생물 다양성 상실은 기본, 생산 및 염색에 수많은 화학 물질이 사용되어 수로와 토양이 오염된다. 또한 세계 담수 중 2%가 사용돼 물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웃도어인이 자연을 파괴하는데 일조하는 옷을 입을 수는 없는 노릇. 최대한 자연 활동에 적합한 기능을 갖추면서도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환경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웃도어 마니아의 덕목이다.
패션 산업의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브랜드가 의류 제작 공장을 직접 관리 하는 일이 드무니 근로 조건을 감독할 수 없고, 그러한 사각지대에서 여성과 아동들이 초과근무에 시달리거나 임금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해 최대한 소비를 줄이는 것, 옷을 구매하기 전 환경과 직원을 혹사시키는 브랜드는 아닌지 살펴보고 정직한 브랜드 제품을 선택할 것. 이렇게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다 보면 브랜드는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 환경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아웃도어인이 알아야 할 친환경 인증>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 소비로 이어졌다. 하지만 사고 싶은 옷을 발견할 때마다 소재를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친환경 인증 로고. 공인된 기관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부여한 친환경 인증 로고로 건강한 삶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누려보자.

블루사인 인증
bluesignⓇ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와 스위스 소재 업체 쉘러가 만든 대표적인 친환경 인증. 원사부터 제직, 염색까지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모든 화학 물질을 엄격하게 검사하고 폐수, 배기가스 배출량 등의 심사를 모두 거쳐야 획득할 수 있는 까다로운 인증이라 더욱 믿음직스럽다. 100% 친환경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의 우수성을 보증할 뿐만 아니라, 업체의 노동조건과 안전한 노동환경까지 고려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유럽섬유환경인증시스템
Oeko-tex Standard 100

유럽섬유환경인증시스템, 일명 오코텍스 스탠더드 100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섬유제품 안전 표준이다. 섬유의 실제 사용에 초점을 두고 있어 피부 접촉, 호흡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통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섬유 소재 외에도 의류에 부착되는 프린트 및 단추, 지퍼 등 모든 부속물이 기준에 예외 없이 부합해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국제오가닉섬유기준협회 인증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유기농 섬유의 생산·가공·유통 기준을 통합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가 GOTS다.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면으로 생산부터 폐기까지 자연 친화적으로 이루어진 제품만이 GOTS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생산 공정 중 사용되는 화학 염·조제가 제품에 잔류돼 있는지 확인하고, 폐수 처리 과정과 폐수에 환경오염 유해 물질이 포함됐는지까지 빈틈없이 조사해 믿을 만하다.




환경표지인증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환경표지인증은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친환경성을 개선한 경우 환경 마크를 표시하는 인증 제도다. 제품의 원료 채취, 제조, 소비 및 폐기 등 제품의 전 과정에서 자연자원의 사용,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책임 다운 기준 인증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미국의 비영리 단체 텍스타일 익스체인지Textile Exchange가 제정한 다운 충전재 인증 프로그램. 다운재킷에 사용된 깃털이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채취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깃털 생산과 관련된 모든 유통과정을 추적하고, 거위의 먹이, 건강, 위생 등 생활환경까지 관리한다. 특히 1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갱신 검사로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에 분포된 사육장 1200곳에서 약 5억 마리의 조류가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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