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4.09.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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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인플루언서 김미소

그녀가 달리는 장면은 누구보다 자유롭다. 입상 약 190회에 빛나는 검증된 실력의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이자 사이클 인플루언서인 김미소 씨를 만나 사이클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로드 바이크를 탄 지 11년 차가 된 김미소입니다. 유튜브 채널 ‘미소사이클링’을 운영하고 있고 아마추어 사이클 팀에 소속되어 대회도 나가면서 라이딩을 즐기고 있습니다. 본업으로 편집숍 ‘하이바이브’에서 수아레즈라는 콜롬비아 사이클 의류 브랜드의 국내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자전거를 얼마나 타나요?
1500km에서 2000km 정도는 타는 것 같아요. 자전거 관련 회사를 다니다 보니 자전거로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어요. 주말에도 타고, 일주일에 6일 정도는 자전거를 타죠. 비가 내리면 실내에서 타고요. 작년에는 365일 중에 300일을 탔네요.

남자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즐기는 자전거 커플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소개팅을 하면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잖아요. 저희는 첫 만남에 자전거를 탔어요. 자전거를 탄 채로(웃음). 당시 이 친구는 일산에 살고 저는 서울에 살았는데, 만나려고 왕복 10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녔죠. 저만큼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는 게 느껴지고 또 같이 타는 게 즐겁기도 해서 지금까지 7년째 만나게 되었네요. 저희는 훈련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서로에게 조언도 해주고 끌어주기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단점도 있어요. 남자친구가 저를 훈련시켜 주겠다고 해서 같이 훈련하면 제가 힘든 순간이 오잖아요. 더 이상 못 간다고 그러면 화를 내요. 남자친구가 MBTI ‘T’거든요. 저의 파워 데이터를 다 알고 있어서 ‘너 이거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못 오냐’고 해요. 서로 너무 잘 알아서 그럴 때는 조금 짜증이 나죠(웃음).

©김미소

©김미소




SNS에 올리는 활동들을 보면 원래 ‘집순이’였다는 말이 믿기지 않아요. 자전거를 즐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친구도 한두 명만 깊게 사귀고,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학교 때 우연히 탄 자전거가 계기가 된 거죠.
디자인과 특성상 과제가 엄청 많았어요. 그렇게 과제를 하던 어느 날, 너무 답답해서 한강에 나가서 자전거를 빌려 탔죠. 바람도 시원하고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그때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조그만 미니벨로를 10만 원 주고 샀어요. 달리다 보면 속도가 나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걸로는 안 되겠다’ 하고 로드 바이크로 입문하게 됐습니다. 원래 낯도 많이 가리는데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되게 편하고 재밌어요.

취미로 사이클링을 하는 것과 아마추어 선수가 되는 것은 굉장히 다를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자전거 국토 종주길 스탬프를 찍으러 다니면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게 재밌더라고요. 일반적인 친목 동호회는 풍경이 예쁜 곳 아니면 예쁜 카페가 있는 곳, 맛집이 목적지인데 실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다 보니까 대회를 대비해서 비슷한 코스로 라이딩을 한다든지 훈련을 목적으로 하게 되죠. 예전에는 훈련하고 대회도 같이 출전하는 팀이 많이 없었는데 요즘은 되게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그 팀에 입단하는 경우도 많고요.
초창기에 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대회를 나가게 됐습니다. 아마 대관령힐클라임 대회였을 거예요. 당시에 10명 중 여자는 0.5에서 1명 정도의 비율일 만큼 사이클을 즐기는 여자가 많이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조금만 열심히 타면 되게 잘 탄다고 해주는 시대였는데, 막상 대회에 나가보니 저보다 잘 타는 여성분들이 엄청 많은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욕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훈련하기 시작했죠. 훈련할 때랑 대회에 나갈 때는 또 다른 나로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평소에 참고 있었던 것들을 자전거로 분출하는 것 같아요.

©김미소

©김미소



요즘은 여성의 사이클 유입이 많은 편인가요?
10명 중 그래도 3~4명 정도로 예전에 비해서 많아진 것 같아요. 자전거는 피부도 많이 타고 엉덩이도 아플 것 같고 다리가 두꺼워질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오히려 러닝보다 재미있고 몸도 더 예뻐지는 운동인 것 같아요. 칼로리 소모도 엄청나서 다이어트에 좋고 엉덩이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힙업 효과도 뛰어나거든요(웃음).

부상이 무섭지는 않나요?
두려움보다 한계를 깨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더 커요. 마스터즈 사이클 대회가 엄청 경쟁적이에요. 성별로 나눠서 타야 하는데, 여자 선수들이 워낙 적어서 그냥 같이 달리게 됐죠. 초창기인 19년도에 그 대회에 출전했을 때, 대회 경험이 별로 없어서 부담감이 엄청 들었어요. 출발하자마자 다들 빠르게 달려 나가니까 따라잡겠다고 내리막에서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쇄골이 부러졌어요. 그때 수술을 해야 해서 한동안 자전거를 못 타게 되고 엄청 속상했는데, 한 달 있다가 다시 탔어요(웃음). 보통 그렇게 부상을 입으면 소심하게 타게 되는데, 저는 그 넘어지는 시점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다 기억이 났거든요. ‘천천히 가야 하는 지점에서 너무 무리했다’고 생각하면서 반성하고 더 잘 타고 싶어지는 거죠. 무서운 것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경쟁에서 살아남고 대회를 완주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김미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남자친구와 대만에서 한라산의 3배 정도 되는 높이의 산을 오른 적이 있어요. 산 아래의 온도랑 정상의 온도가 많이 달랐죠. 출발할 때는 여름이었는데 정상은 겨울이었어요. 남자친구랑 가볍게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갔다가 정상에서 비를 쫄딱 맞은 거예요. 그때 기온이 4~5도밖에 안됐거든요. 저체온증이 와서 머리가 멍해질 즘에 산 중턱에서 경찰서를 발견했어요. 거기서 대만 경찰 아저씨들이 들어오라고 하고 따뜻한 차와 쿠키를 내주면서 젖은 옷을 말리라고 온열기와 드라이기도 주셨어요. 그때 대만 사람들이 되게 친절하다고 느꼈고, 감동받았어요. 그 이후로 대만 경찰분들께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한 번 더 가려고 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잘 안됐었어요. 그러다 한국 남편, 대만 부인 분이 같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당시 조난당했던 영상을 보고 저와 인터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대만 경찰분 들한테 들려주고 선물도 대신 전달해 드렸어요. 그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미소사이클링’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블랙박스로 사용하려고 자전거에 달아둔 액션 캠 영상을 올리면서 일기장처럼 시작했어요. 라이딩 하는 것이 되게 동적이니까 영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30초에서 1분, 1분에서 2분으로 점점 영상 길이를 늘려갔어요. 그런데 그 영상을 보고 되게 재미있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당시 여자 크리에이터나 여자 라이더도 많이 없었던 시기라 큰 관심을 받았었죠. 지금은 어떻게 훈련을 하고 어떤 장비를 쓰고 어떤 코스를 탔고 대회 때는 어떻게 탔는지를 자전거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공유하고 싶어서 라이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포커스를 잡고 있어요. 자전거가 얼마나 재밌는지, 한국에 얼마나 좋은 코스가 많고 다양한 대회들이 있는지 같은 전문적인 정보들이요. 자전거 코스를 멋지게 촬영해서 올리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런 영상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어떤 코스에서 어떻게 타면 몇 분이 나오는지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측정해서 올리는 훈련 콘텐츠나 정보를 담은 대회 영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김미소


사이클의 매력은 뭘까요?
페달을 굴린 만큼 움직이는 게 정직한 것 같아요. 저도 거짓말을 못하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성격이라 그런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자전거는 훈련한 만큼 성과도 나고 계속 움직이면 언젠가 정상도 나오고 신나는 내리막도 탈 수 있고요. 집순이였을 때는 국내 여행도 잘 안 다니는 성격이었는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삶의 반경이 확장되고 세상이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일상에서도 더 여유로워졌죠. 대중교통이나 차를 타면 하루의 시작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데 자 전거는 자유로운 느낌을 많이 받아서 좋은 것 같아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도 좋아요.

사이클로 꿈꾸는 최종 목표가 있다면?
대회나 기록은 사실 신체적인 한계가 있어요. 30대 중후반이 넘어가면 이전처럼 회복력이 빠르지 않아서 퍼포먼스적인 요소는 떨어질 수 있죠. 아마 지금이 피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앞으로 자전거를 꾸준히 즐기고 그 시점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사이클이 야구나 축구처럼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잖아요. 사이클 선수들도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어요. 작년에 해외에서 선수들도 만나보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선수나 국가대표이면서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해외에서는 그런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자전거만 타야 하는 거예요. 자전거를 좋아해서 탔다가 그 시스템에 너무 지쳐서 자전거가 싫어지고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안타까워요. 우리나라에서도 사이클이 메이저 스포츠가 될 수 있게 대중화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사람들이 자전거의 매력을 많이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있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사이클의 모습들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크리에이터가 있어야 겠죠. 그게 저에게 미션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올해부터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하는 대회가 생겨서 저도 출전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어요. 대회 장면과 선수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라 많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국내 사이클이 홍보가 되어서 기업에서 투자를 하고 대중화가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김미소




▶사이클 초보자에게 전하는 TIP

Q 라이딩 하기 전과 한 후에는 어떤 운동이 필요할까요?
A 라이딩 할 때는 골반, 무릎, 발목 등 관절을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미리 관절을 풀어주는 동적 스트레칭을 해 주시면 몸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부터 고강도로 시작하지 말고 저강도에서 천천히 속도를 올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라이딩이 끝나고 나서는 근육이 많이 수축된 상태기 때문에 근육을 늘려주고 이완시켜주는 정적인 스트레칭이 필요하죠. 그리고 라이딩을 할 때는 허리와 어깨가 말린 자세로 타게 되거든요. 그래서 반대 방향으로 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업힐을 잘하려면 근육을 먼저 키워야 할까요?
A 업힐에서는 자전거 자체의 무게와 함 께 몸무게도 같이 실리다 보니까 평지에서 탈 때보다 더 힘들죠. 물론 근육이 있으면 더 좋지만, 선수 수준의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오르막을 자주 타면 필요한 근육들이 자연스럽게 발달해요. 먼저 훈련을 선행한다면 기어를 높여서 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죠. 코어 근육도 중요해 요. 페달을 발로 미니까 다리 힘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몸통을 잘 써야 힘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가장 중요한 장비를 꼽는다면?
A 가장 중요한 장비는 생명과 직결된 헬멧이죠. 헬멧 다음은 패드 바지예요.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한 번 입어보고 나면 자전거 탈 때 편안함이 완전히 다를 거예요. 몸이 불편하지 않아야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데 자전거는 30분 타고 내릴 게 아니니까 긴 시간 동안 편해야 하죠. 그래서 패드 바지는 필수입니다. 안 입으면 엉덩이에 불나요(웃음). 패드 바지는 속옷을 안 입고 입어야 합니다. 속옷을 입고 패드 바지 입으면 땀이 더 많이 차고 속옷 경계선 쪽으로 마찰이 일어나면서 피부 트러블이나 발진이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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