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두 바퀴’를 발명한 이래 인간은 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얻게 된다. 자전거는 두 바퀴가 달린 물건들 중에서도 즐거움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이동수단이다. 자동차와는 또 다른, 자전거의 힘은 힘들고 고된 시간을 극복해 성취감을 발견하는 데 있다.
자전거, 인류 최고의 발명품
자유에 대한 갈망이 불러일으킨 프랑스 혁명이 발발한 2년 후, 1791년 프랑스의 귀족 콩트 메데 드 시브락Conte Mede de Sivrac은 자전거의 시초로 알려진 목마를 타고 파리의 팔레 루아얄 정원에 등장한다. 나무 바퀴 두 개를 연결하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탄 형태의 이 목마는 여러 논란 가운데서도 최초의 자전거로 기록됐다. 그가 만든 기계는 ‘빨리 달리는 기계’라는 의미의 셀레리페르Cé lé rifé re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곧 파리의 명물이 된다.
지금의 자전거와 유사한 형태가 등장한 건 19세기 초 독일의 카를 폰 드라이스 남작Baron Karl von Drais에 의해서다. ‘자전거의 아버지’로 불리는 드라이스 남작은 당시 바덴 대공국의 산림청 책임자로 일하며 자신이 관리하는 광활한 산림을 시찰하기 위해 새로운 탈것을 만드는 데 몰두했고, 1817년 드라이지네를 개발한다. 이전의 셀레리페르와 달리 앞바퀴에 방향을 전환하는 핸들을 장착했다. 그의 발명품은 드라이스의 이름을 본 따 ‘드라이지네Draisine’라고 불렀다.
드라이지네의 등장 이후 그의 발명품에 관심을 보인 이들은 자전거를 개량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고, 50년 후 드디어 자전거 페달이 발명됐다. 1860년대에 들어서 자전거는 비로소 스스로 굴러가는 기계로 발전했다. 페달 발명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 반적으로는 프랑스의 피에르 미쇼Pierre Michaux라고 알려졌다. 1867년 미쇼와 그의 아들은 페달이 달린 벨로시페드를 선보였으며, 페달식 자전거의 시초가 된다. 이때부터 ‘자전거’라는 이름이 등장했으며, 미쇼 부자는 자전거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1870년대에는 자전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더 큰 형태로 변형된다. 이러한 형태의 하이 휠 자전거는 속도가 빨라져 경주용이나 여행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앞바퀴가 커지면서 안전의 문제가 발생했고, 노인들과 여성들은 안전한 트라이시클 형태를 선호했다. 하이 휠 자전거를 개발한 제임스 스탈리James Starley는 1877년 트라이시클을 제작해 판매했으며, 특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이 자전거를 타면서 유명해진다.
속도는 빠르지만 위험한 하이 휠 자전거 대신 안전한 자전거에 대한 요구가 활발해졌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세이프티 자전거다. 체인으로 뒷바퀴를 돌려 굴러가는 세이프티 자전거는 1885년 제임스 스탈리의 조카인 존 켐프 스탈리John Kemp Starley가 개발한 ‘로버’가 대표적. 이 자전거는 개량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타는 자전거로 발전했다. 이 시기 공기타이어가 등장한다. 스코틀랜드의 수의사였던 존 덥롭John Dunlop은 아들을 위해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인 자전거를 고심했고, 공기타이어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1890년대는 자전거의 대유행기다. 실생활에 자전거가 광범위하게 사용됐으며, 가난한 서민들의 발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등장하며 자전거 산업은 위기에 빠진다. 빠르고 편리하고 편안한 자동차가 탈것의 왕좌를 차지한 것. 자동차 대중화가 이뤄지고, 미국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전거는 어린아이들의 놀이수단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여전히 건강하고 가성비 우수한 자전거를 꾸준히 발전시켰고, 자전거 대회가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는다.
반세기가 넘는 자전거 산업의 침체기 속에서도 기술의 발전은 계속 됐다. 우수한 변속기어가 개발됐으며, 보다 쉽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한다. 그리하여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산악 자전거와 BMX가 등장한다. 당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알루미늄과 티타늄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으며, 80년대에는 자전거 산업에서도 소재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알루미늄, 더욱 경량화된 티타늄과 카본이 자전거 소재로 사용됐으며, 자전거 부품 기술력이 더욱 발전하면서 첨단 제품으로 거듭난다.
자전거의 붐은 한 세기를 지나 다시금 불이 붙는다. 1970년대 세계 석유 파동으로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연료 값이 폭등하자 사람들은 다시 자전거로 눈을 돌린다. 두 발로 이동하는 자전거는 환경을 해치지 않으며, 건강상에도 이점을 챙길 수 있어 현대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한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자전거는 많은 이들의 취미생활을 책임지고, 건강을 담보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자전거 종류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끊임없이 발전해온 자전거는 여러 가지 종목으로 세분화됐다. 크게 로드바이크, 산악자전거MTB, 생활자전거로 분류하며, 이 안에서 또 다시 다양하게 나뉜다.
로드바이크 ROAD BIKE
로드바이크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해 MTB와 달리 포장된 도로에서 속도를 최대화하도록 제작한다. 자전거 프레임의 정석이 된 다이아몬드 형태의 프레임을 사용하고, 아래로 구부러진 드롭 핸들바를 적용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세부적으로 로드, 트렉, 타임트라이얼, 사이클로크로스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로드 자전거는 무게가 가볍고 타이어는 폭이 좁은 27인치, 드롭 핸들바가 특징이다. 선수들은 카본 프레임을 주로 사용하며, 시속 60~70km 까지 낼 수 있다. 트랙은 로드와 비슷하지만 트랙 전용으로 개발돼 기어가 하나뿐이며, 프리휠이 특징. 구조를 단순화해 달리는 기능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평지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타임트라이얼과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사이클로크 로스도 있다.
산악자전거 MTB
포장도로가 아닌 비포장도로와 산악 지형에서 안전하게 주행하도록 고안한 자전거다. 전천후 주행성능이 최대 장점으로 오프로드와 온로드 어디에서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기본형 MTB인 크로스컨트리, 크로스컨트리와 다운힐을 소화할 수 있는 올마운틴, 거친 내리막에서도 안정감 있게 주행하는 다운힐 등이 있다. 크고 두꺼운 타이어, 충격완충장치, 일자형 손잡이가 특징. 산악 지형이 많은 국내에서는 유독 산악자전거 인구와 시장규모가 큰 편이다.
생활자전거 CITY BIKE
취미용으로 접하는 다양한 자전거들을 통칭한다.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등이 있다.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의 장점을 결합해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고 실용적으로 주행하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프레임은 로드바이크 스타일로, 핸들바는 일자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생활형 자전거는 탑 튜브를 아래로 휘어지게 만들고, 바구니를 적용해 생활의 편의성을 높였다. 바퀴 지름이 20인치 이하인 미니벨로도 생활자전거로 인기가 많다. 가까운 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으며, 접이식과 비접이식으로 제작된다.
자전거 고르는 방법
프레임 사이즈 선택
의류에만 사이즈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에도 나에게 맞는 사이즈가 있다. 물론 대중적인 생활자전거는 원사이즈로 출시돼 대충 안장 높이만 조절해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로드바이크와 MTB는 다르다. 키와 팔다리 길이를 기준으로 사이즈를 골라야 더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자전거 사이즈는 프레임 크기가 기준이다. 프레임 사이즈는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가운데 상하를 가로지르는 시트튜브 길이로 표시하며, 탑튜브 길이를 기준으로 사이즈를 나누기도 한다. 시트튜브는 다리 길이, 탑튜브는 상체 길이에 맞추기 때문에 알맞은 프레임 사이즈 를 고른 후에도 정밀한 피팅 작업은 필수다. 프레임 사이즈를 고를 때는 신장이 중요하다. 신장 160cm와 180cm가 같은 자전거를 편안하게 탈 수는 없다. 신장이 같다고 프레임 사이즈가 동일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정확한 신체 치수를 확보해야 보다 완벽한 사이즈 선택이 가능하다. 신체 치수는 크게 세 가지를 잰다. 다리 사이의 가랑이에서 발끝까지의 길이인 인심, 어깨뼈부터 손목뼈까지의 팔 길이, 목의 가장 아래 부분과 가랑이까지의 상체 길이다. 신체 길이를 모두 측정했다면 적정한 탑튜브와 시트튜브 길이를 구할 수 있다.
적정 탑튜브 길이(mm)=(상체 길이+팔 길이)×(0.47~0.5)
* 곱셈 수가 클수록 허리가 많이 숙여진다.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은 0.5를, 편안한 라이딩 스타일을 원한다면 0.47을 곱하면 된다.
적정 시트튜브 길이(cm)=인심 길이-(36~42)
* 키가 작으면 작은 수를, 크면 큰 수를 빼자.
안장 높이
가장 적합한 안장의 높이는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아 밀었을 때 다리가 쭉 펴지는 상태가 최상이다. 초보자는 이 높이가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으니 라이딩을 하면서 조금씩 조절해도 좋다. 안장 각도는 수평이 기본이다. 라이딩 중 통증이 심할 때에는 안장의 앞쪽을 조금 낮춰보는 것도 괜찮다.
핸들바 조절
로드바이크는 핸들바가 안장보다 3cm 이상 낮아야 하고, MTB는 안장과 핸들바가 비슷한 것이 좋다. 라이딩 초보자들은 핸들바가 낮으면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 초반에는 핸들바를 다소 높게 세팅하고, 익숙해지면 조금씩 낮춰 적정 높이를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알맞은 라이딩 자세
자전거는 운전과 같아서 한 번 배워두면 몸이 기억하고 중심을 잡는다. 어린 시절 세발자전거에서 균형을 배운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손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문제는 전문적인 자전거로 전환한 이후다. 의자에 앉듯 핸들바가 높은 생활자전거에서 벗어나 속도를 내는 로드바이크에 입문하면 생각보다 빠른 속도와 급변하는 방향 전환에 긴장하기 일쑤. 라이딩 내내 긴장했던 몸 여기저기가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럴 땐 자전거를 내 몸에 맞게 완벽하게 피팅한 후 바른 자세로 라이딩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가 가장 많이 겪는 통증은 안장통이다. 딱딱한 안장에 앉아 오랜 시간 라이딩을 하다보면 초보자나 베테랑 누구나 안장통을 겪는다. 안장은 낮을수록 체중의 부하가 몰려 통증이 심해진다. 안장을 높이면 팔에 체중이 분산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체형에 맞는 안장을 고르는 것도 팁. 안장의 폭과 길이를 고를 수 있는 고급 자전거라면 무게가 좀 나가더라도 쿠셔닝이 좋은 제품을 고르고, 패드가 달린 전용 바지를 입자. 안장에 앉을 때는 앞쪽 보다는 조금 뒤에 앉아 체중을 골고루 분산시켜주는 것이 좋다.
손목과 팔의 통증도 간과할 수 없다. 손목 통증은 브레이크 레버의 위치가 좌우한다. 너무 높거나 낮아도 손목에 무리가 가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핸들바를 잡을 때는 팔꿈치를 살짝 구부려 충격에 완충작용을 하도록 해 손목, 어깨 부상과 통증을 예방하자. 페달링 할 때도 바른 자세는 필수. 페달 위의 발을 올리고 발목은 항상 90도를 유지하자. 발볼 부분으로 페달의 중심을 딛어야 힘이 잘 전달된다. 무릎이 벌어지거나 안짱다리로 페달링 하는 것은 부상의 지름길이다.
자전거 안전수칙
연료 없이 두 발로 자유를 즐기는 자전거. 동력원은 두 다리뿐이지만 40~60km까지 속도가 올라가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 안전수칙 습득은 필수다. 인도에서는 사람과 달리고, 도로에서는 자동차와 질주하는 자전거, 안전에 대한 경각심 없이는 큰 불행을 겪을 수 있다.
자전거도 엄연한 교통수단이다. 당연히 음주는 금물. 개인적인 위험은 물론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어 법적인 처벌 대상이다. 휴대전화 사용도 위험하다. 자동차 운전처럼 자전거도 휴대전화에 시선을 뺏기는 순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어폰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사용할 경우에는 오픈형 이어폰으로 외부 소리를 차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전거 라이더라면 언제나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 도로나 인도 어디서든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주자. 대인사고가 날 경우 자전거 라이더의 법적 책임이 무겁다.
당연히 교통 신호도 엄수해야하며, 도로 역주행도 금물이다. 사고 위험도 더 높고, 법적 책임도 무겁다.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건너야 하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이상 안전속도도 꼭 지키자. 야간 라이딩 시 전조등, 반사장치 등은 필수다. 전조등이나 라이트로 상대에게 나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알리자.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함께 달릴 경우 수신호를 통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은 필수다. 특히 여러 명의 라이더가 함께 라이딩할 경우 선두에 선 사람의 수신호가 유용하게 작용한다. 손가락 하나를 펴면 한 줄로 진행, 2개를 펴면 두 줄로 진행을 의미하며, 손바닥을 쫙 펴서 허리에 붙이면 간격을 좁혀 라이딩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행은 한 팔을 벌려 위아래로 흔든다. 오른팔을 펴서 손가락으로 우측을 가리키면 우측 진행, 왼팔을 펴서 왼쪽을 가리키면 좌측 진행, 손바닥을 펴 팔을 90도로 꺾어 들면 정지, 팔을 쭉 펴 손가락으로 노면을 가리키면 노면을 조심하라는 의미다.
● 자전거 라이딩 용품 ●
의류 CLOTHES
몸에 딱 달라붙는 자전거 의류는 초보자에게 자칫 민망할 수 있지만 라이더들이 입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자전거 상의, 저지는 흡습속건성이 우수한 소재로 제작하며, 라이딩 시 몸이 앞으로 숙여지기 때문에 뒤판이 앞판보다 길다. 또 휴대폰, 간식 등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어 편리하다. 간절기나 겨울철에는 윈드재킷도 필수다. 자전거 하의는 엉덩이에 패드가 달린 전용 의류가 좋다. 몸에 딱 붙는 형태라 하반신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전거 라이딩 중에도 가벼운 페달링을 유도하며, 안장통을 줄여준다.
헬멧 HELMET
자전거 헬멧은 오토바이 헬멧에 비해 무게가 현저하게 가볍다. 고밀도 스티로폼으로 제작하며 150~300g 내외가 대부분이다. 통풍을 위해 구멍이 뚫려 있으며, 고가의 헬멧일수록 통풍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풍구가 많다.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구비해야하는 아이템이다.
고글 GOGGLES
자전거 라이딩을 오래 하다 보면 속도가 빨라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강렬한 햇빛에 눈이 피로해지는 경우가 많다. 고글은 라이딩 시 눈을 보호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일반적인 선글라스보다는 눈 전체를 가려주는 스포츠용 고글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갑 GLOVES
자전거 라이더라면 장갑이 얼마나 중요한 용품인지 안다. 라이딩 중 넘어지게 되면 가장 먼저 지면에 닿는 부분이 손이다. 자전거용 장갑은 손바닥에 쿠션을 적용해 지면으로부터의 충격을 줄여주며, 노면의 이물질로부터 찰과상을 입는 것을 막아준다.
전조등과 안전등 LAMP
야간 라이딩 시 전조등과 안전등은 생명과도 직결되는 아이템이다. 전조등은 야간의 시야 확보를 도우며, 상대방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안전등도 마찬가지. 안장 밑에 다는 안전등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