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나무 작가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나무 작가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4.08.11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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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형준 우드 카빙 작가

그의 투박한 손이 움직임이기 시작하자 나무가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숨어 있던 표정이 살아나고, 잠들어 있던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내와 함께 우드 카빙 작가로 활동하는 용형준입니다. 2010년에 스웨덴 전통 목공예 학교에서 아내와 함께 4년간 유학한 후 한국에 돌아와 우드 카빙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5년 전이면 한국에서 우드 카빙이 생소했을 시기인데, 어떻게 유학을 결정했나요.
원래는 13년 동안 자동차정비사로 일했어요. 우드 카빙은 전혀 몰랐죠. 2006년 즈음, 집에서 쉬고 있는데, 아내가 미국 잡지를 보고 있다가 뜬금없이 “이거 하나 깎아줘”라고 말하더라고요. 대머리 산타가 전등갓을 쓰고 있는 소품이었어요. 아무래도 수공구 다루는 작업이 익숙하니 아내가 부탁을 한 거죠. 마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로수 정비 작업 후 길 한 편에 쌓아놓은 목재를 발견했어요. 나무 하나를 집어 들고와 조각을 만들고, 아내는 색을 칠했죠. 그렇게 우드 카빙을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아무 정보도 없이 시작했지만 재미있었고, 적성에도 잘 맞았어요. 제가 만들면 아내가 칠을 하고, 분업을 하면서 취미로 발전했죠. 우드 카빙 관련 책도 찾아보면서 작업을 이어갔는데, 어느 날 목조각 교본을 보다 배우고 싶은 작품을 발견했어요. 저자가 미국 교수였는데, 너무 궁금한 마음에 메일을 보냈죠. ‘이 조각을 당신에게 배울 수 있냐’고요. 그때 저가가 스웨덴의 전통 목공예 학교를 추천해줬어요. 그렇게 아내와 함께 스웨덴으로 유학까지 가게 됐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우나요.
스웨덴 전통 공예 학교에는 나무과, 대장장이과, 직조과, 의상과, 이렇게 네 개 과가 있는데, 저희는 나무과를 졸업했어요. 작업을 하려면 나무가 필요하죠. 숲에 있는 나무가 쓰임이 있을지 없을지 판단하고, 나무를 베고 해체하면 어떤 부위를 어떻게 사용할지 그런 것들을 배웠습니다.

우드 카빙하면 스웨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관련 브랜드도 스웨덴산이 많고요.
스웨덴에서는 우드 카빙이 일상이에요. 과거에는 집집마다 뜨개질을 많이 했잖아요. 스웨덴에서는 우드 카빙이 그런 느낌이에요. 누 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취미죠. 스웨덴은 200년간 전쟁의 피해가 없는 나라인데다 한국처럼 습하지 않은 기후라 여름과 겨울의 습도 변화가 적어서 좋은 목재가 많아요. 이케아도 ‘좋은 목재를 가공해서 팔테니 알아서 조립해 사용하라’는 취지잖아요. 국가적으로 산림자원을 잘 보존하고, 판매하기도 하고요. 스웨덴에는 실력 있는 대장장이도 많아요. 그래서 칼, 도끼, 기계류 등이 모두 다 수준이 높고요. 목공예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스타일과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드 카빙을 많이 즐겨요. 특히 북유럽은 다른 지역보다 해가 짧잖아요. 11월이 되면 오후 3시에 해가 지니 밤에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옛날부터 남자들은 양질의 목재로 목공을 하고, 여자들은 직조를 했다고 해요. 그 문화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죠. 그렇게 만든 북유럽의 목공예 소품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워요. 사고 싶게 만들죠.


한국에서는 우드 카빙이 다소 낯선 취미 활동 같습니다.
그래도 10여 년 전 한국에 돌아온 이후 우드 카빙 인구가 많이 늘었어요. 저와 아내가 2016년부터 파커스인터내셔널과 함께 우드 카빙 수업을 진행했어요. 초창기에는 많이들 낯설어하시고, 즐기는 인구도 많지 않았는데, 2~3년 후부터는 달라졌어요. 파커스인터내셔널에서 스웨덴의 우드 카빙 나이프 브랜드 모라나이프를 수입하고 있는데, 클래스를 몇 년간 진행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하더라고요. 본사에서도 갑자기 늘어난 판매량에 비결을 물었다고도 하고요. 클래스 참석자들도 많이 늘었죠.

초보자들이 우드 카빙을 시작할 때 꼭 갖춰야할 장비는 무엇인가요.
장비로는 우드 카빙용 나이프와 도끼, 톱 정도가 필요해요. 도끼 같은 경우에는 아무 도끼나 사면 힘들어요. 우드 카빙용 도끼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은 지속성이에요. 오랫동안 사용해야 하는데 무겁고 불편하면 작업이 이어지기 힘들잖아요. 전문가들은 스웨덴의 도끼 브랜드 그랑스포스 제품을 많이 사용해요. 가볍고 그립감이 우수해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좋아요. 사실 도끼는 수백 년 동안 진화를 해왔고, 최종 작업자, 즉 목수가 사용하고 브랜드에 피드백을 주면서 완성됐죠. 작업자가 사용하기 가장 좋은 상태의 디자인과 성능을 담고 있는 거죠.
재밌는 게 저희가 클래스를 열면 부시크래프트를 하는 캠퍼들이 많이들 오세요. 대체로 좋은 나이프, 도끼 같은 걸 구비하고 계신데, “어떻게 사용하세요?” 물으면 “그냥, 뭐 나무 쪼개는 데 사용해요” 하시더라고요. 그 좋은 장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처음에는 클래스를 들으면서 전문가에게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실력을 연마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우드 카빙을 할 수 있어요.

우드 카빙 수업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나요.
저희 작업실에 오셔서 수업하면 시간이 넉넉하기도 하고, 소수 인원이기 때문에 심도 있게 가르칠 수 있지만 행사에서 진행하는 클래스는 짧고 인원도 많아서 디테일하게 알려주기는 힘들어 요. 그래도 어떤 수업이든 기본적으로 나이프그립에 대한 교육은 꼭 진행하고 있어요. 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정말 위험하잖아요. 우드 카빙용 칼은 무척 날카롭기 때문에 나이프그립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크게 다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우드 카빙 수업을 하면 보통 숟가락, 도마 같은 걸 많이 만들어요. 일반적인 공방에서는 특히 가장 쉬운 도마를 주로 만드는데, 건조목에 본을 대고 깎고, 사포질을 해서 완성하죠. 숟가락도 월넛이나 수입 건조목으로 본을 대고 딴 다음 작업대에 놓고 깎아 만들어요. 저희는 생목으로 만듭니다. 수분이 빠지지 않게 냉동실에 넣어둔 목재로 작업을 해서 좀 더 수월하죠. 결과물은 비슷하겠지만 과정은 많이 다르죠.



숲 속 작업실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지천에 나무가 있어서 목수에게 이상적인 공간 같아요.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원주 치악산 자락에 작업실을 마련했어요. 저희가 사용하는 나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조달해요. 대량으로 필요할 때는 제재소를 통해 구입하고, 산주에게 필요한 나무를 사는 경우도 있죠. 종종 자연재해로 인해 쓰러진 나무를 사용하기도 해요. 국유림의 경우 인위적인 훼손이 아닌, 자연재해로 나무가 쓰러지면 사용할 수 있거든요. 물론 사진을 꼭 촬영해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꼭 밝혀야합니다. 나무가 뒤틀리게 자랐거나 하면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쓰러진 나무를 발견해도 10번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 것 같아요.

우드 카빙용 나무는 어떤 것들을 사용하나요.
생목의 경우 11~1월에 벤 나무가 좋아요. 겨울에는 나무가 월동을 위해 물을 아래로 내리고, 여름에는 성장을 위해 물을 빨아 들이죠. 나무에 수분이 많으면 가공 중에 터짐이 잦고, 부패도 잘 돼요. 나무가 촉촉할수록 가공하기 좋다고 하는데, 물을 내린 겨 울나무도 충분히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에는 지장이 없어요. 나무 밀도도 더 높고요. 작업을 위해서는 나무를 결대로 쪼개요. 톱으로 자르지 않죠. 숟가락이든 젓가락이든 어떤 소품도 결을 무시하고 만들면 강도가 약해져요. 우드 카빙은 나무의 성질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쪼갰을 때의 형태를 가지고 만드는 게 강도가 높죠.

작가님의 작품은 어디서 만나볼 수 있나요.
인사동의 KCDF 갤러리나 압구정, 성수의 편집숍에 납품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판매를 좀 더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실용적인 소품부터 저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도깨비 시리즈, 목각 산타 인형, 횡성군과 함께한 소 등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저희 블로그(blog.naver.com/skogsdraken)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보실 수 있어요.


도구의 중요성
우드 카빙 추천 장비

단단하고 거친 나무를 곱게 다듬기 위해서는 좋은 장비가 필수다. 작업이 용이하도록 손에 꼭 맞고, 정교하게 작업이 가능한 우드 카빙용 장비를 추천한다.


도끼
〈그랑스포스 브룩〉 대형 조각용 도끼(474-R)

스웨덴 외스터순드 지역에서 숙련된 대장장이들이 전통 방식으로 직접 단조해 제작하는 가장 대표적인 도끼다. 초보 우드 카버들을 위한 도끼이며, 대형 조각용으로 적합하다. 헤드의 무게는 600g이며, 손잡이는 37cm다. 카빙 시 손목을 이용한 도끼 사용이 용이하도록 손잡이의 검지 쪽이 들어가 있으며, 이 부분을 이용한 손목 스냅 스윙은 정교한 카빙 작업을 가능하게 만든다. 조금 더 노하우가 생긴다면 헤드 무게가 900g인 스웨덴 조각용 도끼Swedish Carving Axe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라나이프〉 120 조각도

모라나이프는 스웨덴 모라 지역을 대표하는 나이프 브랜드로 주방 용 칼부터 작업용 칼 그리고 아웃도어용 부시크래프트 칼까지 모든 상황에 맞는 나이프를 선보인다. 특히 전 제품의 90% 이상 로봇이 생산하며,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장 신뢰도가 높은 칼을 생산한다. 모라나이프는 칼 각도와 길이 등을 세계의 유명 카버들에게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중이다.
모라나이프의 120 조각도는 초보 우드 카버들을 위한 나이프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기 아이템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의 인기 제품인 만큼 우드 카빙을 위한 가장 적 합한 손잡이 모양과 날의 두께, 길이 등이 조정돼 왔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6cm의 날 길이는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부담이 없 으며, 안전하고 사용이 편리하다.
우드 카빙이 조금 숙련됐다면 106 조각도를 추천한다. 날 길이 8.2cm로 한 번에 더 길게 절삭할 수 있어 작업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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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2024-08-28 14:26:11
블로그가 링크도 안걸려있고 텍스트 복사가 안되서 불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