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시선으로, Giverny
모네의 시선으로, Giverny
  • 고아라 | 사진 고아라
  • 승인 2024.07.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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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베르니




우리는 흔히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그림 같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지베르니에서의 그림 같다는 말은 표현이 아니라 사실이다. 파리 시내에서 차로 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지베르니에는 캔버스 밖에 존재하는 그림, 모네의 정원Les jardins de Claude Monet이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화가인 클로드 모네가 손수 가꾸고 캔버스에 담아낸, 걸작 속 그 정원이다.
정원에 들어선 순간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간 보아왔던 광활하고 정갈한 매력의 유럽 왕실 정원들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 한없이 평화롭고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모네의 정원은 누구라도 화가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베르니는 처음이라 그런지, 정원이 유독 아름다워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다음 사랑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파리가 첫사랑이라면, 지베르니는 현재 진행형의 사랑이랄까.
입구로 들어서자 연둣빛의 무성한 풀들이 포근한 품을 내어 주고, 길을 따라 수줍게 피어난 색색의 꽃들이 유혹의 손짓을 한다. 모네의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양귀비부터 수선화, 작약 등 익숙한 꽃들은 물론, 한 번도 본 적 없는 독특한 꽃까지 만개가 한창이다. 정원을 거닐다 보면 문득문득 모네의 작품 속 풍경이 데자뷔처럼 현실로 펼쳐진다. 모네는 이곳에서 43 년간 거주하며 수많은 대표작을 완성했고,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땐 정원을 가꾸며 시간을 보냈다. 돈이 생길 때마다 정원의 부지를 넓혔고 기찻길까지 커졌을 땐 땅 밑에 터널을 뚫어 건너편까지 연장했다. 현재 기찻길은 사라졌지만 터널은 여전히 남아 정원과 정원을 잇는다. 이렇듯 곳곳에서 정원을 향한 모네의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버드나무가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물의 정원Le Jardin d'Eau에는 모네의 그림에 자주 등장한 초록색 다리가 놓여 있다. 일본 문화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던 그가 설치한 일본식 다리다. 모네는 물의 정원에서 대표작 중 하나인 〈수련〉 연작을 완성했으며 일부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모네의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풍경 속으로 이끌리듯 걷다 보면 발걸음은 어느새 분홍빛 모네의 집에 닿는다.



모네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창밖으로 펼쳐진 지베르니의 풍경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고 여생의 절반을 보냈다. 참으로 예술가 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집 또한 예술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분홍빛의 사랑스러운 2층 집은 총 10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부는 실제 사용하던 공간과 가구, 소품들이 그대로 재현돼 있어 그의 삶과 당시 지베르니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실 겸 아틀리에가 나타난다. 모네 작품의 복제품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어 작은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계단 몇 개를 오르면 응접실, 부엌, 안방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공간들은 산뜻한 벽지와 색색의 타일,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꾸며져 있으며 진열장에 차곡차곡 쌓인 식기와 작은 촛대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지금 당장 빈티지 카페로 운영해도 무방할 만큼 여전히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다. 집 곳곳의 창문을 통해 비치는 정원의 풍경도 마치 인테리어의 한 부분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지베르니에서 모네의 정원만큼이나 중요한 명소가 하나 더 있다. 인상주의 미술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Musée des impressionnismes Giverny이다. 더군다나 올해인 2024년은 인상주의 태동 150주년이 아닌가.
지베르니에 인상파 미술관이 세워지게 된 것은 당연하게도 클로드 모네 덕이다. 1883년 모네가 지베르니에 정착한 이후 수많은 화가들이 그의 뒤를 잇고자 지베르니 마을이 있는 노르망디를 찾아왔던 것. 인상주의 화풍으로 노르망디 풍경을 담아낸 다양한 작품들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은 본래 1992년에 〈아메리캥 지베르니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약 16년 동안 미국 작가들의 인상주의 작품을 주로 전시해왔다. 이후 꾸준히 인상주의 작품들을 확충하면서 2009년, 세계 각국의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전시한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이 됐다.
모던하고 세련된 베이지색 건물 외관과 어우러지는 미술관 정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야외 정원은 다면적인 매력을 방문객들에게 뽐낸다. 모네에게 소중한 주제였던 양귀비와 색색의 튤립이 너른 들판을 수놓고 있는가 하면, 건초더미로 뒤덮여 장엄한 초원을 연상시키는 구역도 있다. 2006년에는 프랑스 의회 추천으로 문화공보부로부터 〈주목할 만한 정원Jardin remarquable〉 인증 받기도 했다. 모네의 정원과는 또 다른 매력의 미술관 정원은 관람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모네의 정원
84 Rue Claude Monet 27620 Give
09:30~18:00
11유로
fondation-monet.com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
99 Rue Claude Monet, 27620 Giverny
10:00~18:00
13유로
mdig.fr


▶아늑한 정원 속 식사
르 20 뒤 도멘Le 20 du Domaine

지베르니 여행 일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르 20 뒤 도멘에서의 저녁 식사를 추천한다.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지베르니의 유명한 호텔 ‘도메인 드 라 코르니체Domaine de la Corniche’에서 운영하고 있다. ‘절벽 위의 집’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호텔과 레스토랑 모두 산꼭대기에 위치해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한다. 특히 레스토랑은 오랜 주택을 개조해 아늑한 지베르니 주택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답게 요리와 와인도 훌륭하다. 전통 요리라기보다는 소고기 안심스테이크, 생선구이 등을 대담한 퓨전 스타일로 선보이는데 맛은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레스토랑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와인에도 일가견이 있다. 베누아의 엄선된 와인 리스트를 선보이며, 직원에게 요청하면 요리와 페어링 할 수 있는 와인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20 Rte de la Corniche, 78270 Rolleboise
12:00~21:45(BT 14:15~19:00)
domainedelacornic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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