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도시라면
첫사랑이 도시라면
  • 고아라 | 사진 고아라
  • 승인 2024.07.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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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센 강변을 걸으며 모닝커피를 마시고 모네의 정원을 걸으며 그림 속 풍경에 빠져든다. 심심할 땐 근처 아웃렛을 여유롭게 누비며 마음껏 쇼핑을 즐기다 돌아온다. 매일이 꿈같은 도시, 파리에서의 날들.


파리지앵처럼, Paris
누구나 한 번쯤은 파리에서의 삶을 꿈꾼다. 편안하지만 멋스러운 옷을 차려입고 센 강변을 걷다가 오후엔 볕이 잘 드는 테라스에 앉아 크루아상을 먹으며 책을 읽는 일. 영화 속 파리지앵의 모습은 도시의 낭만, 그 자체다. 에디터의 첫 해외여행지 역시 파리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낭여행자가 그렇듯, 첫 유럽은 고난과 배고픔의 연속이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파리를 백배 즐기기 위해 일출과 함께 깨어나 1유로짜리 빵으로 배를 채우며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다. 한국으로 돌아와 며칠을 앓아누울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으나 웬걸, 파리가 너무 보고 싶은 게 아닌가. 다시 파리를 찾기까지 파리에서의 사진을 몇 번이고 뒤적이며 그리움에 사무쳐야 했다. 이건 마치, 첫사랑과 같은 감정이었다.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짐했다. ‘여행자’처럼 여행하지 않고 ‘파리지앵’처럼 즐기겠다고. 파리 여행의 필수 코스는 이미 섭렵했으니 그동안 꿈꿔왔던 파리지앵의 삶을 닮아보자 싶었다. 시내로 들어서자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그 사이를 오가는 멋쟁이 파리지앵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언젠가 ‘파리의 할머니들은 하이힐을 신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데,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도 화보가 될 만큼 배경도, 사람도 아름답다.
파리에서의 첫날,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 카푸친스 점을 찾았다. 이곳은 파리의 스타벅스 1호점으로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어 여행의 시작점으로 삼기 좋다. 파리의 첫 스타벅스이기도 하지만 실내가 오페라 가르니에와 닮아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매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화려한 몰딩과 샹들리에로 장식된 실내로 들어서 노트북을 켜놓은 채 작업에 몰두한 파리지앵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나 지금 파리구나’.
커피 한 잔 후 길을 나서니 카페인이 충전되어서인지 주변 풍경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오페라 가르니에의 위풍당당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1875년에 완공된 오페라 극장으로 당시 무명의 건축가였던 샤를 가르니에가 지었다. 둥근 돔 형 천장을 장식한 샤갈의 천장화와 나폴레옹 3세의 관을 본뜬 청동 지붕으로 유명한 곳. 꼭 공연을 관람 하지 않더라도 가이드 투어를 통해 극장을 둘러볼 수 있다.
센 강을 향해 여유로운 걸음으로 5분 즈음 더 걸으니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둘러싼 너른 광장이 반긴다. 나폴레옹이 전승기념을 위해 세운 원기둥이 있는 방돔광장Place Vendôme 이다. 한눈에 담기지 않을 만큼 넓지만 건물이 사방을 감싸고 있어서인지 아늑하게 느껴진다. 건물에는 유명한 명품 브랜드와 보석 상점이 들어서 있어 잠시 쉬어갈 겸 쇼핑을 즐기기도 좋다. 열리려는 지갑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광장을 빠져나오면 이번엔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든 이곳은 파리 시 민들의 휴식처이자 피크닉 명소로 꼽힌다. 거대한 분수대와 곳곳에 놓인 조각상이 지난날 궁전 터였던 이곳의 화려한 과거를 짐작케 한다.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분수대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 본다. 고운 금발을 휘날리며 뛰노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는 부부, 독서에 푹 빠진 노인, 손을 꼭 잡은 채 무언가를 속삭이는 커플…. 모든 장면이 한 편의 프랑스 영화처럼 온화하고 사랑스럽다.



정원의 서쪽 출구로 나오자 익숙한 풍경이 손짓한다. 에펠 탑과 함께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의 유리 피라미드다.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되도록 관광지에 목매지 않기로 했지만, 역시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이유가 있다. ‘ㄷ’자 형태의 근엄한 건축물이 소중한 보물처럼 품고 있는 유리 피라미드의 황홀한 자태는 자연스레 발길을 끈다. 루브르 박물관은 1793년에 설립됐으며 고대 이집트의 유물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어린 마리아 마르가리타〉 등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유리 피라미드는 1989년 모더니즘 건축가 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것으로 지하 전시실로 향하는 입구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벅스 카푸친스 3 Bd des Capucines, 75002 Paris
오페라 가르니에 Pl. de l'Opéra, 75009 Paris
방돔광장 14 Pl. Vendôme, 75001 Paris
튈르리 정원 Pl. de la Concorde, 75001 Paris
루브르 박물관 99 Rue de Rivoli, 75001 Paris


센 강을 제대로 여행하는 법
파리에서 꼭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센Seine 강을 꼽겠다. 센 강 주변에는 루브르 미술관부터 에펠탑, 콩코드 광장, 그랑팔레, 프티팔레, 노트르담 대성당, 생트 샤펠 성당, 오르세 미술관까지 주요 건축물과 관광 명소가 모여 있다. 더불어 파리지앵들이 홀로 혹은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거나 조깅을 하고, 노을 질 무렵 맥주나 와인 한 잔을 즐기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파리 분위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센 강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퐁네프와 퐁데자르 등 다리를 직접 건너보거나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둘러보기, 센 강변에 자리한 테라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감상하기 등. ‘파리지앵처럼’을 모토로 한 여행이라 일정이 여유로우므로, 이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즐겨보기로 한다. 먼저 루브르 박물관과 이어지는 퐁데자르Pont des Arts에 올랐다. 퐁데자르는 철제로 지어진 아치형 보행교로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 학사원을 연결하고 있다. 나폴레옹이 제1통령이던 시절인 1804년 프랑스 최초의 금속 다리로 건설됐으며, 1984년 루이 아레슈Louis Arretche가 재건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퐁데자르는 ‘예술의 다리’라는 뜻을 품고 있는데, 당시 루브르 박물관이 예술의 궁전Palais des Arts라 불렸기 때문이다. 다리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빼어나 인기 명소가 됐다. 특히 퐁네프와 시테 섬의 낭만적인 풍경이 한눈에 담겨 화가, 사진작가, 시인 등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퐁데자르만 건너볼 생각이었으나 이름만큼이나 감미로운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발걸음은 어느새 퐁네프 다리로 향했다.
퐁네프Pont Neuf는 ‘새로운 다리’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현재 센 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1607년 완공됐으며 당시 파리의 기존 다리들과 달리 다리 위에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최초의 다리였다. 눈에 띄는 점은 다리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품들. ‘마스카롱Mascarons’이라 불리는 것으로 사람 얼굴을 한 조각품인데 무려 381개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다는 것. 익살스러운 표정부터 기괴한 표정까지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퐁네프의 또 다른 이름은 ‘연인의 다리’다. 다리 위에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로맨틱 한 파리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걸 보니 이해가 가는 별칭이다. 퐁네프는 오래전부터 모네를 비롯해 르누아르, 피사로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 등장했으며, 걸작으로 꼽히는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석조 테라스가 있어 센 강의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최근에는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이 테라스에서 찍은 화보가 화제를 모으면서 SNS 사진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서서히 다리가 아파올 때쯤 운명처럼 눈에 익은 카페를 발견했다. 넷플릭스 화제작 〈에밀리, 파리에 가다〉 속 에밀리가 동료와 만났던 르 플로르 앙릴Le Flore en l'Île 카페다. 파리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생루이 섬, 센 강변에 자리한 이곳은 프랑스 전통 요리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으로 아이스크림과 크레페가 특히 유명하다. 드라마를 워낙 재밌게 봤던 터라 성덕이 된 마음으로 에밀리가 앉았던 테라스 석에 자리를 잡고 크레페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카페 앞쪽으로 펼쳐진 센 강과 노트르담 대성당의 풍경은 더없이 평화로웠으며 디저트는 온몸이 사르르 녹을 만큼 부드럽고 달콤했다. 안에서는 고소한 크루아상 향이 수줍게 피어 나왔다. 더할 것도 덜어낼 것도 없이 완벽한, 파리의 브런치였다.
점심 식사는 파리의 시내가 한눈에 담기는 퐁피두센터의 조르주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파리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센터는 현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파리 시내 전망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퐁피두센터의 꼭대기 층인 6층에 오르면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360도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조르주 레스토랑이 등장한다. 우뚝 솟은 에펠탑 주변으로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한 지붕들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듯한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이 풍경을 배경으로 식사라니, 유럽식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음식도 훌륭하다. 다양한 라인의 와인은 물론, 와인과 페어링 한 메뉴들 덕분에 눈과 코와 입이 모두 즐겁다.
식사를 마친 후 소화도 시킬 겸 LV DREAM과 작은 서점, 액세서리 상점들을 구경하며 시내 산책을 즐긴다. 마지막 코스는 센 강의 하이라이트, 바토 파리지앵Bateaux Parisiens. 한강의 유람선과 비슷한 배를 타고 센 강을 따라 파리 전역을 도는 프로그램이다. 센 강에는 바토 무슈와 바토 파리지앵, 두 가지 유람선이 있는데 에펠탑 바로 앞에 선착장이 자리하고 있는 배가 바토 파리지앵이다. 두 유람선 모두 파리 전역을 돌기 때문에 코스는 큰 차이가 없으니 여행 일정이나 숙소 위치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유람선은 에펠탑에서 출발해 앵발리드, 프랑스 국회,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대성당, 콩시 에르쥬리, 파리 시청사, 루브르 박물관, 콩코르드 광장, 샤요 궁을 거쳐 다시 에펠탑으로 회귀한다. 저녁 일정을 선택하면 주홍빛으로 물드는 노을과 어둠이 내린 파리의 화려함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선착장에 위치한 선상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어 추천한다. 가만히 강 위를 떠다니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센 강변에 앉아 배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파리지앵들의 인사가 어쩐지 환영의 의미 같아 더 기억에 남는다. 화답하기 위해 같이 손을 흔들자 그냥 지나가던 시민들까지 합세해 두 손 높이 들어 인사해준다. 스무 살의 파리보다 더 지독한 파리 앓이에 시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퐁데자르 Pont des Arts, 75006 Paris
퐁네프 다리 15 Place du Pont Neuf, 75001 Paris
르 플로르 앙릴 42 Quai d'Orléans, 75004 Paris
조르주 퐁피두센터 Place Georges-Pompidou, 75004 Paris
바토 파리지앵 선착장 Port de la Bourdonnais, 75007 Paris


▶에펠탑 뷰를 품은 호텔
멜리아 파리 라 데팡스Meliá Paris La Défense

라데팡스 비즈니스 지구에 위치한 감각적인 호텔. 파리 중심부의 값비싼 숙박료가 부담스럽다면 이 호텔을 추천한다. 시내 중심의 호텔에 비해 저렴하지만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최신식 시설, 에펠탑 뷰까지 갖추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안한 파리의 밤을 보낼 수 있다. 그렇다고 관광지와 거리가 멀지도 않다. 개선문과 에펠탑 등 주요 명소까지 지하철로 10~20분 내외. 커넥팅 룸과 스위트룸, 패밀리 룸을 비롯해 총 330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19층에 위치한 라운지 바에서 에펠탑, 몽마르트와 함께 탁 트인 도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각 객실에는 미니바, 커피 메이커, 헤어드라이어, 세면도구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편리하며 피트니스센터, 기도실 등 부대시설도 알차게 품고 있다. Le Miroir 레스토랑에서는 지중해 요리와 홈메이드 디저트를 비롯해 유럽식과 할랄식 조식 뷔페를 즐길 수 있으며, 룸서비스로도 이용 가능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금액 제한 없이 5% 즉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3 Bd de Neuilly, 92400 Courbevoie, 프랑스
mel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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