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엘라벤 폭스 트레킹 in 남이섬
피엘라벤 폭스 트레킹 in 남이섬
  • 김경선
  • 승인 2024.06.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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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오롯이 즐기는 방법

자연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향긋한 숲의 내음과 고요함, 일렁이는 신록의 푸름, 좋은 이들과의 소통을 만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패킹이다. 피엘라벤의 폭스 트레킹은 백패커들에게 가장 행복한 경험을 선물하는 보물 같은 이벤트다.

ⓒ피엘라벤
ⓒ피엘라벤

바야흐로 봄, 트레킹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이 계절에 떠난 피엘라벤 폭스 트레킹. 취미를 공유하는 300여 명의 백패커가 만들어낸 하모니는 자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긴 여정 속 한계를 극복한 이들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는 순간, 누구 할 것 없이 큰 환호를 내지르며 모두의 여정을 축복했다.

ⓒ피엘라벤
ⓒ피엘라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5월 18일 청평역부터다. 하루 동안 21km를 걸어야하는 쉽지 않은 여정, 300여 명의 참가자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태프까지 포함해 약 330명의 인원이 참가한 피엘라벤 폭스 트레킹은 첫 날 청평역부터 남이섬까지 산 넘고 물을 건너야 하는 21km 난코스였다.

ⓒ피엘라벤
ⓒ피엘라벤

토요일 오전 7시, 청평역 인근 청평리치빌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출발 전 등록을 마친 후 피엘라벤에서 준비한 점심식사와 간식, 지도, 트레킹 패스 등을 챙겨 남이섬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피엘라벤의 폭스 트레킹이 쉽지 않은 이유는 1박에 필요한 야영 장비를 모두 짊어 메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춥지 않은 날씨 덕에 최소한의 야영 장비를 챙겼지만 참가자들의 배낭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였다.

호명산(632m)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조종천변을 따라 걸었다. 강을 건너면 금세 호명산 등산로 입구. 큼직한 배낭을 짊어 멘 참가자들이 하나 둘 스틱을 꺼내 들고 삼삼오오 등산로로 진입하자 조용했던 산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거리 약 2km. 길지 않은 거리지만 이곳은 가평. 경기도 산이라고 우습게봤다간 가평의 험난한 산세에 후회하기 십상이다. 산길은 처음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급한 경사로가 처음부터 등장하니 무거운 배낭에 짓눌린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어느새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길은 끊임없이 깔딱고개다. ‘헉~ 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길 2시간, 드디어 호명산 정상에 닿았다. 북한강변에 자리한 호명산에서는 가평 일대의 산군과 울창한 숲,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힘겹게 올라온 만큼 달콤한 풍경을 내어주는 호명산 정상에서 참가자들은 한숨을 돌리며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간식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기도 했다. 꽤 고된 초입 구간을 지났지만 여전히 남은 길은 18km. 여정을 생각하면 오랜 쉼은 사치다.

정상을 지나 호명호수까지, 길은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졌다. 5월 말, 무더운 날씨에도 숲길은 햇빛 한 점이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해 선선한 봄날을 만끽하기 그만이었다. 고된 오르막 이후의 능선에서 참가자들은 제각각의 속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피엘라벤 폭스 트레킹 참가자들은 모두 배낭에 노란색 참가 인증 표지기를 매달아 서로를 인증하니 드문드문 마주칠 때마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길은 이제 호명호수에 닿았다. 청평면 산군에 자리한 호명호수는 국내 최초의 양수식 발전소가 자리한 곳으로,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가 감싸 앉은 형세다. 호수까지 드라이브가 가능해 등산객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가평의 명소. 공원 주위로 산책로와 정원, 휴게광장, 매점 등이 자리하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폭스 트레킹 루트는 호수를 반 바퀴 ‘빙~’ 돌아 주발봉 등산로로 이어졌다. 다시 오르막이다.

아직 갈 길은 먼데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가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지만 조금만 더 가면 첫 번째 체크 포인트다. 능선을 따르는 등산로는 순하고 완만하다. 울창한 수목이 내어주는 피톤치드가 힘겨운 발걸음에 큰 위로가 되어준다. 체크 포인트를 앞두고 길은 고도를 낮추더니 호명산과 주발봉 안부를 가로지르는 상지로에서 드디어 첫 번째 체크 포인트를 만났다.

체크 포인트에서 만난 스태프들이 건넨 시원한 탄산음료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다. 참가자들은 체크 포인트에서 발열식 건조식으로 점심식사가 한창이다. 에디터도 자리를 잡고 꿀 같은 도시락으로 배를 채웠다. 다시 에너지 충전. 이제 9km를 왔으니 남은 거리는 12km다. 다행히 “앞으로 길이 좀 더 수월하다”는 스태프의 말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길을 나섰다.

주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다. 자꾸만 느려지는 발걸음을 다잡아 속도를 내본다. 그 사이 속도가 비슷한 참가자들은 앞지르고 뒤처지기도 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특히 커플, 부부 참가자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결같이 피엘라벤 트레킹 이벤트 덕후들이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열린 폭스 트레킹 행사는 처음이지만 피엘라벤 클래식은 여러 번 참가했다는 부부는 재작년 제주에서 열린 피엘라벤 클래식에 참가했다는 에디터의 이야기에 “우연히 마주쳤을 지도 모르겠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행사에서 자주 만나다보니 커뮤니티가 형성돼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산길은 가평역 인근까지 이어졌다. 이제 한 발 한 발 내딛는 일은 무의식의 영역이다. ‘언제 끝이 날까’ 생각을 지우고 걸음을 반복하는 사이 드디어 길은 산을 벗어나 도로를 만났다. 남이섬 선착장까지 30여 분을 더 걸어야하지만 몇 시간 만에 만나는 속세가 이토록 반가울 수가. 제일 먼저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사 터벅터벅 선착장을 향해 가는 길. 고된 여정을 끝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하자 두 번째 체크 포인트다. 트레킹 패스에 확인 도장을 ‘쾅’ 찍고 승선 티켓을 받아 배에 올라타니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남이섬이야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여행지니 섬을 왕복하는 배는 관광객들로 늘 인산인해. 배는 금세 남이섬에 도착했다. 폭스 트레킹의 피니시 지점이자 오늘의 야영 장소는 선착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섬 서쪽 강변산책로를 따르는 길, 중국굴피나무가 가득한 강변산책로는 지친 발걸음을 북돋을 만큼 울창하고, 언뜻 언뜻 보이는 북한강은 반짝반짝 윤슬 덕에 황홀하다.

ⓒ피엘라벤
ⓒ피엘라벤

이제 마지막 폭스 트레킹 팻말을 지났다. 저 멀리 피니시 지점에서 스태프와 참가자들이 환호를 보내온다. 쉽지 않은 폭스 트레킹을 완주한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사심 없는 환호. 누구 할 것 없이 순수한 축하를 보내오니 기쁨, 안도, 환호와 낭만…, 길의 끝에서 복합적인 감정이 폭발한다.

이제 마지막 도장을 찍고 나면 참가 기념 와펜과 배지를 받을 수 있다. 피엘라벤 폭스 트레킹 참가자들은 이미 배낭에 여러 개의 와펜과 배지가 훈장처럼 달려있다. 에디터에겐 두 번째 완주 기념 와펜와 배지. 소속감과 유대감의 이유가 충분히 납득되는 하루다.

ⓒ피엘라벤
ⓒ피엘라벤

세 개의 넓은 캠핑 구역은 캠핑을 하기에 환상적인 공간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수목 사이로 사이트가 마련돼 있어 타프가 없어도 시원한 그늘이 가득하다. 빠르게 텐트를 피칭하고 한 숨을 돌리며 참가자들의 귀환을 함께 맞이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 기쁨과 환희가 가득하다. 그 중에는 어린이 참가자도 여럿. ‘길고 긴 산행을 어찌 견뎠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무색하게 여전히 쌩쌩한 아이들의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사이 마지막 참가자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이제 폭스 트레킹의 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피엘라벤
ⓒ피엘라벤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는 사이, 행사장에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파티를 앞두고 BBQ와 샐러드, 빵, 과일 등으로 푸짐한 한상이 차려지니 맥주와 함께 행복한 저녁식사를 만끽할 수 있다. 파티에 음악은 디폴트. 밴드의 공연으로 더욱 뜨거워진 파티는 조명과 어우러져 낭만을 그려냈다. 함께 고생한 참가자들이 모여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사이 푸짐한 선물 추첨 행사가 이어지고, 행운의 주인공에게 진심을 다해 축하하며 그렇게 폭스 트레킹의 첫 날이 저물어갔다.

폭스 트레킹의 둘째 날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을 깨니 잔디밭 행사장에서 요가 수업을 시작한다는 공지가 들려왔다. 총 이동거리 21km, 획득 고도 1000여m의 힘겨운 트레킹을 마친 다음날, 뭉친 근육을 풀기에 요가만한 것이 없다. 인도의 요가 강자 꿀비르의 리드에 맞춰 1시간 동안 뭉친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내고, 아침 식사까지 마치면 드디어 폭스 트레킹이 끝이 난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함께 고생한 참가자들과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받아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힘겨웠던 만큼 뿌듯하고 행복했던 1박 2일의 시간이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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