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고, 가장 어려운 간헐적 단식
가장 쉽고, 가장 어려운 간헐적 단식
  • 고아라
  • 승인 2024.06.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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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간헐적 단식.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간편한 다이어트지만 말이 쉽지, 공복이 길어질수록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효과에 대한 의심은 커져간다. 간헐적 단식, 정말 효과적일까?


걸치는 옷이 얇아지면서 급하게 다이어트에 돌입한 에디터의 선택은 간헐적 단식이다. 바쁜 일상과 잦은 출장을 핑계로 헬스나 필라테스는 엄두조차 내지 않았는데, 간헐적 단식은 말 그대로 간헐적으로 단식만 하면 되니 이보다 쉬울 수가 없다. 시간을 낼 필요도, 금액을 지불할 필요도, 미리 구비해야 할 준비물도 없다. 강한 의지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나 막상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자 강한 의지의 ‘강한’ 정도를 얕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복 6시간이 넘어가자 온몸에 힘이 빠지고, 11시간이 넘겼을 땐 어지럼증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16시간이 지난 후 첫 식사를 했을 땐 빠지는 듯 보였던 몸무게가 다시 원상 복구됐다. 역시 쉬운 다이어트는 없다는 깨달음과 함께 의구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 정말 다이어트가 되고 건강에 유익한 게 맞을까.

간헐적 단식이란
간헐적 단식間歇的斷食, Intermittent fasting은 식이요법의 일종으로, 일정 시간 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한 후 식사를 하는 방식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는 단식이다. 사실 우리는 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먹는 행위를 반복하기 때문에 정의만 보면 늘 해오던 단식과 다를 게 없다. 중요한 건 ‘공복 시간과 식사 시간의 비율’. 시간과 비율을 철저하게 지켜가며 식사와 단식을 번갈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간헐적 단식이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신체가 몸속에 저장되어 있던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케토제닉ketogenic 상태가 되는데, 약 20시간의 공복 상태를 유지하면 인슐린 분비가 저하되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려는 변화가 일어난다는 당뇨병 치료 연구 결과가 이론적 근거가 되어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한 식이요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 간헐적 단식의 가장 일반적인 비율은 23:1 단식(1일 1식) 또는 16:8 단식으로,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비율을 조금씩 바꿔 가며 시도하기도 한다.
간헐적 단식은 2012년 BBC 다큐 〈Eat, Fast and Live Longer〉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적은 일종의 민간요법이나 유행 정도로 인식돼 특별한 사유 없이 의도적으로 끼니를 거르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다. 이후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공복이 신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간헐적 단식을 추천하거나 직접 시행하며 효과를 입증하는 전문가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임상적으로도 내과 의사들이 비만 환자에게 간헐적 단식을 권장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시선이 달라졌다. 한국에서는 2013년 3월 18일 SBS 스페셜 프로그램 〈끼니 반란〉을 통해 다시 유명해지기 시작했으며 최근에 들어서는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에겐 어떤 간헐적 단식이 좋을까?
간헐적 단식은 무조건적인 방식이 아니다. 스스로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복 시간과 식사 시간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특히 지병이 있거나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시행해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성인이라면 보통 두 가지 간헐적 단식을 선택한다.
하루 24시간 중 23시간 단식하는 23:1 단식법은 1시간 식사를 할 수 있는데, 한 끼를 먹는 것으로 간주해 1일 1식인 셈이다. 아침, 점심, 저녁 중 원하는 시간대를 정해 그때에만 식사를 하는 단식법인데, 초보자에겐 저녁 1식을 추천한다. 보통 아침에는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입맛이 없고 낮 시간에는 업무를 하느라 공복을 참을 만하다. 또한 밤에 공복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며 다음날 활동할 힘이 생긴다. 단 저녁 식사 때 폭식을 할 경우 비만 등 각종 대사 질환에 노출될 수 있어 식욕 절제가 어려운 사람은 추천하지 않는다. 반면 점심 1식은 식사 후 오후 활동을 하기 때문에 양 조절에 대한 부담이 적다. 다른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면 폭식의 우려가 적어 더 효과적이다. 다만 밤과 아침에 공복감이 커 적응될 때까지 괴로울 수 있다. 아침 1식 가장 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따로 식사 시간을 내기 어려워 건너뛰거나 간단하게 해치우는 경우가 많아 영양 불균형에 노출되기도 쉽다. 물론, 저녁이 되면 견디기 힘든 허기감이 찾아온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16:8 단식법은 16시간 단식 시간과 8시간 식사 시간을 반복하는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하루 두 끼를 먹는 방식이며 아침이나 저녁 중 한 끼를 거른다. 23:1 단식법에서 완화된 방식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간헐적 단식이다. 아침을 거르는 경우 오전 10~오후 12시, 오후 6~8시 중 점심과 저녁을 먹으며, 저녁을 거르는 경우 오전 6~7시, 오후 2~3시 중 아침과 점심을 먹는다.



간헐적 단식의 장점
과거에는 식량이 부족한 시기가 오면 자연스럽게 단식의 순환이 이루어졌지만, 현대인들은 만성적인 영양 과다 상태에 노출돼 있다. 간헐적 단식은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 현대인들의 고칼로리 식사로 인한 수많은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간헐적 단식이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변화시켜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장내 세균 환경의 변화나 식생활 방식의 변화를 통해 체질 개선과 체중 감량 등 유익한 효과가 있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나열하자면, 빠른 케톤증ketosis 유도, 인슐린 민감도 향상, 지방조직의 감소, 유전자 발현 변화로 인한 수명연장, 자가포식autophagy에 의한 자정효과, 항산화 효과와 세포 내 염증 감소, 인지 기능 향상, 암세포 및 암 전단계 세포의 감소 등이 있다. 공복 시간 동안 위산 분비로 인해 위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위산 분비 시간을 줄여줘 현대인들의 만성 질병 중 하나인 역류성 식도염과 속 쓰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간헐적 단식이 혈압 조절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미국 버밍엄 앨라배마대 연구팀이 25세부터 75세까지 비만 환자 90명을 간헐적 단식을 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식사를, 나머지 그룹은 12시간 이상 식사를 하게 한 것. 실험 기간 내 음식 섭취량과 신체 활동량을 같게 했을 때, 14주 후 식사 시간이 8시간인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 보다 2.3kg의 체중을 더 감량했다. 더불어 체지방은 1.4kg, 확장기 혈압은 4mmHg 더 감소했다. 분노 행동,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여러 다이어트 방법 중 가장 쉽다. 가령 섭취한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여러 번 나눠서 소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게다가 단식 시간이 아닐 때에는 일반식을 즐길 수 있다. 따로 돈이나 시간이 들지 않아 평생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한 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간헐적 단식 중이라면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이다.

간헐적 단식 중 주의할 점
여느 다이어트가 그렇듯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의 중요성이 간헐적 단식에도 적용된다. 식사 시간에는 자유롭게 먹어도 되지만, 폭식은 금물이다. 공복 시간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급하게 대량의 음식을 섭취할 경우 인슐린이 빠르게 증가해 간헐적 단식의 효율이 떨어진다. 더불어 공복으로 인해 영양을 축적하려는 신체 반응 때문에 다이어트 효과도 줄어든다. 탄수화물부터 시작하는 대신 단백질과 지방, 야채 위주로 천천히 시작하면 단식의 역효과를 피할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의 목적이 다이어트라면 더더욱 식사 시간이 중요하다.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다이어트식으로 식사 시간을 채우면 다이어트 효과는 배가 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한다면 저지방, 고탄수, 고단백 식사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즐긴다면 저탄고지(키토제닉) 식사가 적합하다.
간헐적 단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식 시간 동안 완벽한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의 핵심은 단순히 식단 관리를 통해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공복 상태로 만들어서 체내의 탄수화물 기반의 에너지원을 모두 소모시키는 것에 있기 때문. 실제로 완전한 공복 상태는 세포의 자가수복(오토파지)을 촉진하며, 비만인의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식사 시간 외에는 물과 소금 이외에 어떤 것도 먹고 마시지 말자.
단식을 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한 근력 운동을 통해 근손실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체중 감량만이 목적이라면 식전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고, 체지방 감량 시 근 손실을 최소화시키고 싶다면 식후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해주는 게 효과적이다. 간헐적 단식과 근력 운동이 딱히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단식의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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