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청계산 트레킹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청계산 트레킹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4.06.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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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옛골-원터골 트레킹

자연 깊숙이 내려앉은 햇볕과 한껏 생기를 품은 숲, 이처럼 트레킹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서울에서 가장 맑은 숲이라 불리는 청계산에서 이제 막 도착한 초여름을 마주했다.




6월의 트레킹 코스를 정하는 데에 큰 고민은 없었다. 이맘때쯤 떠오르는 트레킹 코스는 단연 청계산이었다. 사방에 초록빛이 만연하고 만물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생기를 띠는 곳. 딱 기분 좋을 만큼 땀을 흘리고 나면 짜릿한 정상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초여름의 등산 코스, 청계산 옛골 코스다. 심지어 서울시와 성남시가 만나는 곳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나며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아갈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 오랜만에 뜨거운 햇볕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어느 화창한 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청계산 옛골 입구로 향했다.
청계산은 오래전부터 서울과 근교 시민들의 주말 등산 코스로 사랑 받아 왔다. 어느 정도냐 하면 근처 회사 대부분의 야유회가 이곳에서 열리고 주말이면 등산복을 갖춰 입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실제 수치를 살펴보면 청계산은 주말마다 6만 명 이상의 등산객들이 찾고, 연간 등산객은 500만 명에 달한다. 조금이라도 더 여유로운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평일을 골랐음에도 ‘서울 남부의 허파’라는 명성에 걸맞게 꽤 많은 등산객들이 함께했다.
보통 청계산 트레킹이라고 하면 원터골에서 시작해 옛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옛골 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 이 수봉을 거쳐 석기봉과 망경대, 매봉을 찍고 원터골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원터골의 등산로는 계단으로 되어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고 옛골 등산로는 대부분 흙길로 되어 있어 산길의 정취를 느끼며 오를 수 있는데, 원터골 입구가 지하철 청계산입구역과 가까워 하산 후 집에 돌아갈 때 편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초여름으로 물든 자연을 마주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이름도 정겨운 옛골 마을
옛골 등산 코스는 옛골 마을에서 시작된다.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옛골 마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남’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최첨단 도시를 지향하는 성남에 아직 이런 마을이 남아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옛 강원도 산골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정겨운 풍경과 더불어 유명 인사들도 즐겨 찾는 맛집이 모여 있어 주말과 평일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옛골 마을에는 작은 천이 흐르고 있는데, 청계산과 인릉산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유입되는 상적천上笛川이다. 도심 속 잘 정비된 하천과 달리 풀과 돌들이 자유롭게 놓여 있어 한적한 시골마을을 연상케 한다. ‘상적’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다. 산 중에 피리 부는 호걸들이 다니던 곳이라는 뜻으로 깊고 푸른 청계산이 절로 떠오른다. 꼭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상적천을 따라 평화로운 옛 마을을 산책하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다 보면 주말을 힐링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겠다.


푸른 용의 전설
상적천을 따라 마을 깊숙한 곳을 향해 걷다 보면 어느덧 초록빛 세상에 눈이 밝아진다. 청계산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청계산은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하며 성남시, 과천시, 의왕시와 맞닿아 있다. 때 묻지 않은 온전한 숲을 품고 있어 물이 맑기로 유명한데 ‘청계淸溪’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물이 얼마나 맑았으면 조선시대에는 푸른색 용이 승천했다 하여 청룡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청계산의 능선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으며, 주봉인 망경대를 비롯해 옥녀봉, 청계봉, 이수봉 등 여러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망경봉은 고려가 망했을 때 충신이 청계산 정상에서 북쪽 고려의 수도인 송도를 바라보며 세월의 허망함을 탄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수봉 은 무오사화에 연루된 정여창이 이곳에 숨어 위기를 두 번이나 모면 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또한 옥녀봉은 추사 김정희가 초당을 짓고 살던 터로 유명하다. 트레킹 코스에 역사와 전설이 더해지니 걷는 재미가 두 배다.
옛골 입구에서 출발했으니 첫 번째 목적지는 정여창의 목숨을 두 번이나 살려준 이수봉이다. 이수봉에 오르는 철쭉 능선은 비교적 편안하다. 사람의 발길로 잘 다져진 흙길과 싱그럽게 물든 나뭇잎이 만들어낸 터널이 펼쳐져 오르는 내내 자연의 품처럼 아늑하고 고요하다. 길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걷기만 해도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다. 옛골로 하산하는 이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피로를 풀기도 한다. 산길은 조금이라도 가파르다 싶은 곳엔 작은 계단이 있어 여유로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나뭇가지가 비켜선 전망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놓여 있다. 친절한 산길에는 음악이 필요 없다. 따뜻해진 날씨에 밖으로 나온 온갖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청량한 새의 지저귐과 무성한 나뭇 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 산책하듯 유유히 흐르는 계곡물소리, 출처 모를 작고 귀여운 울음소리가 유튜브에 ‘자연의 소리’를 검색한 것 마냥 비현실적이다. 정말, 어디선가 푸른 용이 슬며시 등장한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이수봉에서 방향을 틀어 오른쪽으로 향하면 청계산의 정상인 망경대로 가기 전, 석기봉을 만날 수 있다. 석기봉은 번지 점프대처럼 암석이 바깥쪽으로 살짝 튀어나와있어 사진 명소로 꼽힌다.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지만 아름다운 전망을 만나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석기봉과 망경대는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오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석기봉으로 향하는 길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돼 지루하진 않지만 발과 다리에 피로가 금방 쌓인다. 그래도 중간중간 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위엄한 자태의 석기봉이 기대를 부풀게 해 힘을 내본다. 학창 시절, 어느 학교에나 있었던 ‘개구멍’을 지나자 사진 속에서 보았던 바위와 함께 청계산의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순간 지쳤던 몸과 마음이 한숨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해진다. 이래서 산에 오르는구나. 오르는 동안에는 발 앞에 펼쳐진 길에 집중하기 바빴는데, 이 순간만큼은 집중해야 할 것이 사라진다. 바위의 가장 끝자리에 서니 아찔함과 동시에 해방감이 밀려온다. 산의 능선이 발아래 굽이치고, 초여름의 싱그러운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이 정도의 감동이라면 그간의 험난한 산행은 충분히 감내할만하다. 바위 끝자락에 걸터앉아 신이 된 기분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며 잠시 숨을 돌리니, 이제야 오른편에 자리한 망경대가 눈에 들어온다. 청계산의 진짜 주인공, 정상인 망경대를 가까이서 조망하니 그 위엄이 한층 더 강렬하게 전해진다. 석기봉에 오르며 들었던 ‘망경대는 패스한다!’는 다짐은 사라지고 어느새 저 위에 서 있을 스스로의 모습을 그린다.


초여름 날의 꿈
청계산의 정상은 원래 망경대(616m)지만 국가 보안시설이 설치되어 접근이 불가능해 망경대 옆에 위치한 매봉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일반인도 접근이 가능한 망경대가 따로 마련돼 있기 때문. 망경대를 돌아 나와 정상으로 가는 포장길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뒤로 돌아서 조금만 올라가면 개방된 망경대가 나온다.
망경대에 오르는 길은 한층 더 고되다. 밧줄에 의지해 바위를 오르고 발 디딜 흠을 찾는 일의 연속이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자칫 추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진행을 더디게 했다. 석기봉에 오르기 전이라면 금세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맛을 알아버린 이상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석기봉에서 바라봤던 망경대의 황홀한 자태를 떠올리며 조심조심 바위를 올랐다. 놀라웠던 점은 망경대에 다다를수록 등산객의 연령대가 갑자기 높아진다는 것. 나이 지긋한 등산객이 신속 정확 한 움직임으로 바위를 오르며 30대인 에디터를 앞지른다. 세월의 단단함이 이 산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거대한 마지막 바위에 오르자 다시금 시야가 탁 트인다. 석기봉 바로 옆에 자리했는데도 풍경은 전혀 다르다. 굽이굽이 능선이 늘어선 석기봉과 달리 이번엔 자연과 어우러진 도심 전경이 펼쳐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공원과 경마장, 과학관이 보이고, 도시를 감싸 안듯 관악산과 수리산의 푸른 능선이 이어진다. 발아래 세상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이 꿈만 같아 혹여라도 깰 세라 숨을 낮춘다. 서울에서 이토록 황홀한 조망이라니, 청계산에 감사할 따름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매봉에 다다르자 청계산 등산객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데 모여 있다.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은 원터골에서 계단으로 올라 매봉을 찍고 회귀하기 때문에 청계산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매봉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비석이 보이자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이나 간식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우리도 적당한 바위를 골라 미리 챙겨온 도시락을 펼쳤다. 장장 4시간 만에 맛보는 식사 시간. 오늘의 메뉴는 김밥과 샌드위치, 컵라면이다. 미리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컵라면에 붓고 면이 익길 기다리며 김밥 하나를 입에 넣었다. 산 정상에서만 누릴 수 있는 쾌청한 바람과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 풍경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매봉에서 원터골로 내려가는 길, 거대하고 독특한 모양의 바위를 만났다. 두 개의 바위가 ‘ㅅ’ 자처럼 서로 기대고 있는데, 마치 관문처럼 놓여 있어 꼭 그 사이를 통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알고 보니 청계산에서는 유명 인사로 꼽히는 돌문 바위로, 이 사이를 세 번 지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합장 자세로 세 바퀴를 돌았다. 깊은 산 중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라니. 트레킹 내내 전설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청계산은 하산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원터골 입구에서 매봉을 오르는 이들이 ‘깔딱 고개’라 부르는 구간이 있는데, 무려 1405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계단에 입성하고 나서야 ‘숨이 깔딱 넘어가는 고개’라는 뜻인 걸 깨달았다. 오르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500개쯤 내려왔을 무렵에는 무릎에 통증이 오고야 말았다. 매봉에서 만난 등산객 대부분이 양손에 등산 스틱을 쥐고 있었는데, 그제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등산은 장비 발이라는 말을 체감하며 무릎을 감싸쥐고 하염없이 계단을 내려왔다.



TREKKING ITEM
<청계산 트레킹 메이트>




승모’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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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드예 라이트 45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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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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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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