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몇 번 닿았을 뿐인데 황량했던 땅에 따뜻한 불이 피어오르고 버려진 나무가 의자가 된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와일드 캠핑을 보여주는 부시리나. 그녀가 궁금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와일드한 캠핑을 즐기는 여성 캠퍼 부시리나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캠핑을 즐기셨나요?
원래 와일드 캠핑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해외 부시크래프트 영상과 TV프로그램 〈자연인〉 등의 와일드 콘텐츠를 좋아해 즐겨보다가, ‘보지만 말고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입문은 백패킹 비박이었어요. 직접 장비를 구매하고 제대로 시작한 지는 9년이 됐네요.
다양한 와일드 캠핑을 보여주는 ‘부시리나’ 채널로 유튜브 활동도 하고 있어요.
유튜브 활동은 22년도 8월에 시작해서 어느덧 1년 반 정도 되었네요. 부시크래프트, 와일드 캠핑은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캠핑에 비하면 스킬이나 장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네이버 카페 캠핑 커뮤니티에 종종 글을 올리며 캠핑 정보를 공유하곤 했습니다. 글을 올릴 때마다 많은 분들이 유튜브를 해달라고 권유하시더라고요. 몇 년 동안 꾸준히 유튜브를 추천하는 댓글을 보다 보니 캠핑 커뮤니티 속에서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폐쇄적이라 느꼈어요. 내가 가진 고급 정보를 캠핑하는 사람들에게만 공유할 게 아니라 대중에 게, 그리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알리고 싶었죠. ‘공유의 폭을 넓히자’고 생각했고, 그 방법이 유튜브였어요.
손재주가 엄청 좋으신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과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미술 공부를 했고 전공을 살려 현재 건축설계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 재능이 있다 보니 부시크래프트를 할 때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버려져있는 고사목의 형태를 보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리곤 뚝딱 만들어버리죠.
부시크래프트가 느리고 불편하고 쉬운 것은 아니잖아요.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나요?
두 가지 매력이 있어요. 첫 번째는 자연이라는 영역 안에서 나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적응하고 생존하는 여정 그 자체고, 두 번째로는 같은 것을 만들더라도(craft) 항상 다른 형태가 나오는 것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매번 만나는 자연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죠. 항상 새로움을 마주할 수 있어서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도 모험을 즐기는 편인가요?
모험심이 강한 성격인 것 같아요. 평범한 것보다는 남들과 다른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8년 전에는 배낭 하나 매고 혼자 인도 여행을 가기도 했었고, 작년에는 소셜 미디어 친구인 일본 부시크래프터와 캠핑을 하기 위해 무작정 떠나는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주저 없이 실행하며 모험을 즐기는 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일본 캠퍼와 함께 했던 날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공통된 취미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그날 밤 제 셸터 모닥불 앞에서 모여 노래도 부르고 위스키를 즐기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어떤 장소에서 부시크래프트를 즐기나요?
한국에서는 산림보호법과 자연공원 법의 규제로 인해 장소 선택이 제약적입니다. 사유지나 허가받은 곳 이외에 불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저는 대부분 사유지나 노지 캠핑장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부시크래프트를 하기 위해 그 장소에 꼭 있어야 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최소한의 장비로 잘 적응하는 것이 부시크래프트니까요.
캠핑 요리도 다양하게 즐기시더라고요.
‘와일드 캠핑요리’로 작년에는 생생정보TV에도 출연하고 FORD 행사에 쿠킹 강사로 초청되기도 했어요. 사실 요리 자체를 즐기지는 않아요. 보통 캠핑할 때만 요리를 하거든요. 장작 하나로 불 세기를 조절하며 직화로 요리하는 재미가 상당해요. 그중에서도 반합으로 밥을 지어 만든 반합 덮밥 요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원리는 냄비 밥 짓기와 비슷하고, 장작의 양과 쌓는 모양 그리고 바람을 이용해 불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매생이 낙지 덮밥, 항정살 덮밥, 굴 반합 덮밥 등 캠핑하면서 서른 번 이상 만든 것 같은데 반합을 태우거나 실패한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습니다(웃음).
부시크래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세 가지만 꼽는다면?
날붙이와 침낭, 응급키트를 꼽을 수 있겠네요. 나이프, 도끼 등의 날붙이는 고사목이나 돌, 나뭇잎, 나무줄기, 식량 등 자연에서 재료를 구하고 사용하려면 없어선 안 되죠. 또 최대한 바람을 피하고 생존하기 위해 현장 상황을 체크하며 자연의 재료로 잠자리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실시간 온도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기에 침낭은 필수입니다. 마지막으로 숙련자라고 하더라도 다칠 수 있는 상황이 많아 응급키트는 항상 휴대해야 합니다. 저는 바셀린, 소독약, 반창고, 테이프, 붕대 등은 꼭 가지고 다녀요.
부시크래프트 장인으로서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꿀팁’이 있다면?
대부분의 캠퍼 분들은 토치, 라이터, 가스로 불을 붙일 텐데요. 장비 없이 쉽게 불 만드는 방법을 공유해 드리고 싶네요. 과거 고대인들이 사용한 방법으로 파이어 스틸(금속 막대)을 긁어 마찰열로 불꽃을 만드는데, 습한 날씨에도 불이 잘 만들어집니다. 부싯깃으로 사용하는 장작 껍질이나 마 끈을 풀어헤친 뭉치, 나뭇잎, 관솔 등을 챙겨 다니면 토치나 라이터 등이 없는 비상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불을 만들 수 있어요.
어떤 사람들에게 부시크래프트 캠핑을 추천하고 싶나요?
도전하고 싶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보여 망설이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거든요. 하겠다는 의지와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연락 주세요. 함께하시죠(웃음).
부시리나에게 부시크래프트란?
부시크래프트란 저에게 ‘거울’입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부시크래프트를 할 때에는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되고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불편함과 한계 속에서 끝까지 버티며 해내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말이죠. 앞으로는 해외로 나갈 거예요. 각 나라마다 주어지는 환경이 다른데, 그 안에서 새롭고 또 다양하게 적응하며 세계를 누비는 여성 와일드 캠퍼로 살고 싶습니다.
▶부시리나의 5월 부시크래프트 추천 장소
강원도 홍천강
유유자적 카누를 타며 부시크래프트 캠핑을 즐겨보자. 카누를 타며 즐기는 낚시 또한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 홍천강 인근에는 부시크래프트를 즐길 수 있는 노지 캠핑장이 많으며,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