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아야 잘 사는 시대가 온다
잘 놀아야 잘 사는 시대가 온다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4.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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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ㅣ한국인 여가생활 실태

▲ 최근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같은 ‘길’이 유행하면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등산을 비롯해 캠핑·자전거 하이킹·해양 스포츠 등 선진국형 레저활동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의 여가활동은 열악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OECD Facebook, 2009>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316시간으로 방글라데시(2301시간)나 스리랑카(2288시간)보다 많다. 반면 가계 오락·문화비 지출/GDP 비중은 약 3.7%로 국제 순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아이러니다.

평균 여가시간 휴일 7시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여름 15세 이상 남녀 30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평균 여가시간은 평일 4시간, 휴일 7시간이다. 그나마 TV 시청이나 인터넷 검색, 영화감상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렇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여가로 시간을 때운다.

▲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웃도어 활동은 등산이다. 약 1900만 명의 한국인이 등산을 즐긴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은 2010년 3분기까지 가계 오락·문화 실질 소비액이 34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인들은 여가를 위해 돈을 쓸 능력은 있지만, 어떻게 쓸 줄은 모른다는 이야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윤소영 연구원은 “2004년 주 5일제 시행 이후 주말 여행 문화가 생겼지만 진짜 여행을 즐기는 문화보다는 영화를 보거나 소비하는 문화가 확대됐다”며 여가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노는 것’과 ‘쉬는 것’의 차이를 혼동한다. 쉬는 것과 달리 노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취미가 등산인 사람은 쉬는 날마다 몇 시간씩 사서 고생을 할 것이고,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꼼꼼히 여행 계획을 짜 휴일을 보낼 것이다. 어떤 취미든 즐기기 위해선 크고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가 선진국으로 알려진 유럽인들의 여가생활은 어떨까.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들은 오랜 세월 동안 주거·교통·생활 분야에서 갖가지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여가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인 안정화를 기반으로 꾸준히 문화와 레포츠 인프라를 구축해 다양한 여가산업이 발달해왔다. 특히 트레킹·하이킹·해양스포츠·항공스포츠 같은 활동형 여가환경이 다양하게 구축돼 있다. 정부에서 기울인 오랜 노력이 국민들에게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반면 한국은 등산을 제외한 활동형 여가환경이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등산인구는 19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해양스포츠나 항공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아웃도어 활동은 아직까지 소극적인 것이 사실. 이제 경제적 수준에 걸맞게 여가활동도 선진국형으로 도약해야할 시점이다.

여가란 ‘일상생활에 소요되는 필수·의무 생활시간을 제외한 시간’이다. 사실 삶의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여가는 사치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한국인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여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토캠핑 역시 돈 없으면 즐기기 힘든 럭셔리한(?) 여가생활이 아닌가.

▲ 각종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면서 최근 열풍처럼 캠핑 인구가 늘어났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캠핑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걷기·캠핑 등 활동형으로 전환 중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면 ‘스포츠 분야’의 키워드는 걷기·자전거와 캠핑, 사회인 야구로 모두 활동형 여가에 속한다. 제주도 올레길·지리산 둘레길·북한산 둘레길 등 다양한 길들이 걷기 열풍을 이끌었고,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같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캠핑 열풍을 부추겼다. 여기에 최근 지자체들이 열성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자전거 도로에 힘입어 자전거가 새로운 취미생활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여가시간의 확대와 소득의 증가로 인해 여가가 다양화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최경운 연구원은 “TV를 보거나 책을 사는 것이 여전히 여가시간과 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부 활동으로 편중되는 경향이 점차 약화되고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과 지출이 배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여가산업은 아웃도어 분야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등산은 물론이거니와 캠핑과 자전거족 등 활동형 여가족들의 활약이 커질수록 아웃도어 시장 규모도 자연스레 확대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원은 “앞으로 여행과 자기계발 등 활동형 여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 7월부터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주5일제가 확대되면 활동형 여가 산업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바이크, 수상스포츠, 스노스포츠.

질적 성장이 시급한 아웃도어 시장
2010년 아웃도어 시장 규모 3조원. 아웃도어 시장이 2006년 1조원 시장에서 2009년 2조원 시장을 거쳐 2010년 3조원에 이르기까지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50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매출과 인기를 구가하며 전 연령층들한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토종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가 4200억 원, <케이투>가 3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아웃도어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골드윈코리아 성기학 회장은 “<노스페이스>의 5000억 돌파는 아웃도어 업계뿐만 아니라 패션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아웃도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아웃도어 시장이 활황을 맞다보니 대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2000년 이후 LG패션·이랜드·LS네트웍스·휠라코리아·제일모직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아웃도어 시장에 진입했다. 아웃도어의 미래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질적 성장이다. 국내 아웃도어는 현재 등산 위주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될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여가환경이 선진국형으로 발전하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아웃도어가 활성화되고 시장 역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여가산업의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한다. 여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진짜 놀 줄 아는 사람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늘어났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캠핑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4 스노스포츠 시장도 처음에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 레포츠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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