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프랑스 여행, 오베르뉴 론 알프 ①브레스, 보졸레
맛있는 프랑스 여행, 오베르뉴 론 알프 ①브레스, 보졸레
  • 고아라 | 사진 고아라 취재 협조 오베르뉴 론 알프 관광청, 카타르항공
  • 승인 2023.11.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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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관광지의 화려한 풍경보다 맛과 향기로 기록된 여행이 더 깊고 짙게 새겨진다. 브레스의 명품 닭 요리부터 프랑스 미식 도시 리옹의 부숑, 온 마을에 고소한 향이 감도는 보졸레의 오일까지, 오베르뉴 론 알프를 걸으며 새긴 소중한 맛의 기억들.



¶ 브레스 BRESSE


보나 미식 마을
GOURMET VILLAGE OF VONNAS

그림책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아기자기한 풍경이 매력적인 마을로 리옹 생텍쥐페리 공항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담한 호수와 벽돌로 지은 2층 집들, 파스텔 톤의 건물들, 색색의 꽃과 나무가 머무는 내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곳이다. 보나 미식 마을 중심부에는 마을 속 마을, 블랑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요리 대가인 조르주 블랑Georges Blanc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그의 고향이자 보나 마을을 미식 마을로 명성을 떨치게 한 레스토랑과 호텔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조르주 블랑은 1943년 보나 마을에서 태어나 대를 이어 레스토랑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무려 42년간 미쉐린 3스타를 놓친 적이 없다고. 전설의 시작은 조르주 블랑의 증조할아버지인 장 루이 블랑Jean Louis Blanc의 작은 카페였으며 할머니인 엘리자Elisa의 레스토랑으로 본격적인 미식 사업이 시작됐다. 블랑은 1990년 엘리자를 기리기 위해 ‘랑시엔 오베르주’라는 식당을 오픈하기도 했다. 블랑의 명성에 따라 보나 미식 마을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여행객들을 위해 호텔, 스파, 상점, 식료품점 등을 하나둘 오픈한 것이 지금의 블랑 마을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스파에서 수영을 즐기고, 미쉐린 3스타에 빛나는 레스토랑에서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친 후 아기자기한 상점을 둘러보자. 해가 저물면 아담한 벽돌집에서 깊은 잠에 청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동화 같은 하루다.
Vonnas, France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
DOMAINE DES SAVEURS LES PLANONS

보나 미식 마을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농장. 프랑스 명품 닭인 ‘브레스 닭’이 자라는 곳이다. 보나 미식 마을의 명물인 닭 요리도 이 브레스 닭으로 만든다.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의 역사는 브레스 닭의 명성만큼이나 깊다. 한눈에 보아도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정겨운 건물이 눈에 띄는데, 무려 중세 시대에 지어졌다. 브레스 닭 역시 15세기부터 길러졌으며 명품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부터다. 브레스 닭 요리를 한 번 맛보면 ‘닭이라고 다 같은 닭이 아니다’라는 걸 단번에 느끼게 된다. 육질은 촘촘한데 식감은 부드럽고 풍미가 깊다. 이유는 철저한 관리에 있다. 브레스 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 마리당 최소 10m2의 목초지를 갖춰야 하고 최소 4개월간 방목해야 한다. 먹이는 브레스 지역에서 생산한 우유와 옥수수로 만들어야 한다. 도맨 데 사뵈르 레 플라농을 방문하면 자유롭게 풀밭을 노니는 닭을 볼 수 있는데 이땐 목소리와 발소리를 낮춰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명품 닭이 되기 위한 조건이다.
브레스 닭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놓치면 아쉬울 볼거리도 한가득이다. 브레스 지역과 브레스 닭의 역사를 다룬 박물관과 기념품 숍이 있어 흥미로운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넓고 푸른 정원에서는 ‘피크닉’을 주제로 한 야외 전시도 즐길 수 있다.
987 Chem. des Seiglières, 01380 Saint-Cyr-sur-Menthon, France


브루 수도원
MONASTÈRE DE BROU

16세기의 정교한 고딕 양식이 돋보이는 수도원. 브레스 여행 필수 코스로 프랑스 현지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화재 1위에 오른 적 있다. 내부는 하얀 석회암으로 지어졌으며 화려한 장식을 더해 우아한 분위기. 20m의 높은 층고는 웅장함을 더한다. 계단을 올라 층고와 가까워지면 예배당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그 풍경 또한 일품이다. 아름다운 건축 양식 덕분이기도 하지만 수도원에 담긴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특히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501년 마르그리트 도트리슈가 사부아 공작 필리 베르 2세와 결혼했는데, 3년 만인 1504년 사부아 공작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됐다. 남편을 무척 사랑했던 마르그리트는 그를 기리기 위해 1506년 이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다. 교회 내에는 남편의 무덤과 함께 자신이 머물 공간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수도원이 채 완공되기 전 숨을 거두게 되면서 마르그리트와 사부아 공작, 공작의 어머니의 석관이 함께 놓이게 된 것. 그 때문인지 예배당은 아름답고 아늑하면서도 어딘가 애잔한 분위기가 감돈다.
63 Bd de Brou, 01000 Bourg-en-Bresse, France



¶ 보졸레 BEAUJOLAIS


샤토 드 라 셰즈
CHÂTEAU DE LA CHAIZE

‘보졸레’ 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와인.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가장 처음 생산한 햇 와인인 ‘보졸레 누보’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다. 예부터 보졸레 지역에서는 갓 생산된 포도주를 통에서 바로 부어 마시는 전통이 있었는데, 1951년 지역 축제로 승화시키면서 지금의 보졸레 누보 축제가 됐다. 이렇다 보니 보졸레의 와이너리라면 응당 보졸레 누보를 생산할 것 같지만, 샤토 드 라 셰즈는 그렇지 않다. 다만, 보졸레 지역의 최상급 포도 생산지를 일컫는 크뤼Cru를 10개 중 4개나 생산하고 있다. 브루이, 플레리, 꼬뜨 드 브루이, 모르공이 바로 그것. ‘보졸레의 베르사유’라 불릴 만큼 멋스러운 성과 정원도 샤토 드 라 셰즈의 명성에 힘을 보탠다. 1676년에 지어진 것으로 성은 베르사유 궁전을 건축한 쥘 아르두앵 망사르Jules Hardouin-Mansart가, 정원은 역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조경한 앙드레 르 노트르Andre Le Notre가 설계했다. 이후 1771년부터 와이너리로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리옹의 한 사업가가 소유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면 150ha 규모의 광활한 포도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도밭의 구역을 구분해놨는데 같은 땅이라도 위치에 따라 해와 바람이 드는 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눈에 띄게 구분해 놓은 곳은 문화재로 지정된 포도밭이다. 포도밭까지 모두 둘러보고 나면 투어의 마지막 순서인 테이스팅 룸으로 향한다. 방금 밭에 서 본 포도로 만든 와인들이니 왠지 맛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시음 후 마음에 드는 와인이 있으면 이곳에서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Odenas, France


윌레리 보졸레
HUILERIE BEAUJOLAISE

셰프들이 선택한 오일로 잘 알려진 윌레리 보졸레 오일의 산지. 견과류로 만든 냉압착 오일이 유명하며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해 자연적인 풍미와 풍부한 영양을 유지한다. 윌레리 보졸레의 오일은 좋은 견과류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최상급의 견과류만을 골라 원재료를 분쇄 후 약간의 가열 과정을 거친다. 이후 유압 프레스를 사용해 오일을 추출하는데, 3~5시간 동안 천천히 압력을 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얻은 오일은 3~4일 정도 자연 디캔딩 해 침전물과 분리한다. 필터링 작업까지 거치면 윌레리 보졸레의 명품 오일이 완성된 다. 보졸레에 자리한 윌레리 보졸레 매장에서는 오일을 직접 시음해 보고 구입할 수 있다. 인기 상품은 한국에도 론칭했던 피스타치오 오일과 바닐라 오일. 올리브나 해바라기씨도 아닌 오일을 어디에 쓰나 싶겠지만, 어느 요리에나 마무리 터치로 곁들이면 풍미가 훨씬 깊어진다. 윌레리 보졸레에서 진행하는 오일 제조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윌레리 보졸레 오일로 만드는 디저트 시연 후 옛 제분소를 방문해 전통 오일 제조법을 배우고 윌레리 보졸레 매장에 들러 다양한 종류의 오일을 시음하는 것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총 3시간이 소요되니 반나절 투어로 제격이다.
Rue des Echarmeaux, 69430 Beaujeu, France


우앙 마을
OINGT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된 곳으로 금빛 건물의 향연이 인상적이다. 보졸레 지역은 석회암에 산화철이 함유돼 금빛을 띄는 돌이 많은데, 대부분 이 돌로 집을 지어 온 마을이 금빛이다. 인구가 700명이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중세 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치형 입구를 지나면 본격적인 우앙 마을 투어가 시작된다. 독특한 중세 건물들이 양옆으로 늘어선 골목길이 이어져 있으며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생활공간과 아담한 테라스를 갖춘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상점들이 어우러져 있다. 금빛 외벽에 걸린 화분이나 빈티지한 문패, 아치형 창문 등 소소한 장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난다.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자연스레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생 마티유 교회에 닿는다. 교회 옆에는 우앙 마을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탑이 있는데, 무려 12세기에 세워졌다. 우앙 마을의 진가는 해 질 녘에 드러난다. 금빛 건물들 위로 따스한 가을빛이 내려앉으며 더욱 황홀한 풍경을 자아낸다. 아침 일찍 보졸레에 도착했다면 와이너리와 윌레리 보졸레 투어 후 해가 저물기 직전에 우앙으로 가면 된다.
Val d'Oingt, France


르 사비니 호텔 앤 스파
Hôtels Le Savigny & Spa

보졸레 중심부에 자리하며 리옹과도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옛날 와이너리 석조 건물을 개조해 빈티지한 매력이 특징. 흙길을 오르면 아기자기한 테라스를 지나 프런트가 있고, 프런트 윗층과 주변 건물은 모두 객실이다. 객실은 외관과 달리 모던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반전 매력을 더한다. 특히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객실 타입은 컴포트 더블룸, 슈페리어 더블룸, 슈페리어 3인룸, 스몰 스위트 등 4가지로 총 15개 객실을 갖췄다. 야외에 풀이 있어 날씨가 좋은 날이면 여유로운 수영도 즐길 수 있다.
Pl. de Verdun, 69460 Blacé +33 4 74 67 52 07 lesavig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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