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자유가 만나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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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사진·김진아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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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대륙, 남미를 가다 ⑥ 아콩카구아 트레킹 & 멘도자 와인축제

▲ 북면 베이스캠프인 플라자 데 물라스. 트레커들을 맞이하는 베이스캠프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베이스캠프 트레킹 3박4일 코스…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갖가지 와인

글 사진·김진아 여행가 sogreen78@hotmail.com

아르헨티나는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라다. 열정적인 도시와 한적한 시골 마을, 아름다운 빙하지대와 뜨거운 대지, 이런 상반된 풍광이 공존하는 아르헨티나는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Aconcagua, 6962m)는 원추화산 모양을 하고 있어 오랫동안 화산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화구도 분화의 기록도 없는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사화산이다. 이 매력적인 산에 오르기 위해 전 세계 트레커와 전문산악인들은 멀고 먼 아르헨티나까지 날아온다. 이 아름다운 산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아콩카구아를 오르기 위해 멘도자(Mendoza)로 향했다.

아콩카구아로 통하는 도시 멘도자는 관광객들이 머물기 적합한 곳이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과 청결한 숙소, 깨끗한 환경은 트레킹 전 충분히 쉬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평온함을 선물했다. 게다가 트레커들을 위한 등산장비점도 많고 여기저기 대형할인마트가 있어 트레킹을 준비하기 편리하다.

아르헨티나는 한반도의 75배나 되는 커다란 나라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콩카구아가 있다. 빙하와 바람의 산, 마치 우주 공간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풍광은 아콩카구아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경이로운 아콩카구아 풍광을 마음에 담아보고 트레킹에 지친 몸을 멘도자 와인축제에서 달콤한 와인으로 달래봤다.

▲ 푸엔타 델 잉카에 있는 자연 다리. 유황온천수로 형성된 다리의 모습이 독특하다.

아마추어에게도 절경 선물하는 베이스캠프 트레킹
아콩카구아 트레킹은 페닌텐테스(Penintentes, 2700m)나 푸엔타 델 잉카(Puenta del Inca)에서 시작한다. 트레킹을 위해 멘도자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푸엔타 델 잉카로 향했다. 푸엔타 델 잉카는 ‘잉카의 다리’라는 의미로 온천에 함유된 광물이 굳어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교다. 황토색의 온천수가 흘러내리는 잉카의 다리는 관광객들의 눈을 현혹시킬 만큼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했다.

잉카의 다리를 지나 10분 정도 걸으니 입산신고 사무실이다. 간단히 입산허가서를 기록하고 드디어 아콩카구아로 첫발을 내디뎠다.

아콩카구아 베이스캠프는 두 곳에 있다. 트레커와 전문 산악인들이 주로 찾는 북면 베이스캠프 플라자 데 물라스(Plaza se Mulas, 4230m)와 인적이 드문 남면 베이스캠프 플라자 프란시아(Plaza Francia, 4200m)다. 두 코스를 다 가보고픈 욕심에 베이스캠프 트레킹 코스의 갈림길인 콘푸렌시아(Confluencia, 3200m)를 중심으로 양쪽 베이스캠프를 모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 아콩카구아 국립공원 입구에서 바라본 아콩카구아. 날씨가 좋아 정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국립공원 입구에서부터 첫 번째 숙소인 콘프렌시아까지는 고도차가 크지 않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호수에 비친 설산의 모습과 색색의 야생화가 남미의 건조함을 날려버렸다. 등산로 옆으로는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이 오르코네스(Horcones)계곡을 따라 큰 소용돌이를 치며 흘러내렸다.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콘푸렌시아에 도착했다. 넓은 공터에는 크고 작은 텐트가 가득했다. 여행사를 통해 트레킹을 하는 트레커들은 지정된 장소에서 텐트나 침대를 배정받았고, 개인 트레커들은 공터에 텐트를 설치했다. 아늑한 텐트 속에서 맞이하는 아콩카구아의 밤은 아름다웠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무리와 정적뿐인 캠핑장, 남미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메디컬센터로 향했다. 아콩카구아 베이스캠프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검진을 통과해야 했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베이스캠프로 갈 수 없는데, 콘푸렌시아에서 북면 베이스캠프인 플라자 데 물라스까지 8시간 이상 걸릴뿐더러 고도도 1000m 이상 차이나 고소적응이 되지 않은 사람들의 트레킹을 금지했다.

▲ 플라자 데 물라스의 캠프장 전경.

테스트를 통과한 후 플라자 데 물라스로 향했다. 갈 길이 먼 관계로 오전 7시에 짐을 꾸려 출발했다. 오르코네스 계곡을 따라 걸으니 오른쪽으로 아콩카구아 남벽이 아침 햇살을 받아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고, 얼어붙은 오르코네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멋진 풍광을 펼쳐보였다. 그런데 아름다운 풍광도 잠시, 빙하가 얼어붙은 계곡에서 바람과 먼지가 끝없이 불어 닥쳤다. 선글라스가 아니었다면 눈 뜨고 걷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건조한 계곡이 오후 2~3시가 지나면 빙하와 눈이 녹아 거짓말처럼 수량이 풍부해진다.

멀리 베이스캠프의 텐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목적지가 눈앞에 보인다고 안심은 금물. 몇 분이면 다다를 것 같던 베이스캠프까지 급경사 코스가 이어져 4시간을 힘겹게 올라야 했다.

고된 오르막의 끝, 드디어 플라자 데 물라스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신고를 하고 들어서니 마치 커다란 마을에 온 느낌이다. 식당 텐트, 다이닝 텐트, 창고 텐트, 위성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PC방 텐트, BAR 텐트, 레스토랑 텐트 등 현지 대행사가 트레커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플라자 데 물라스에서 바라본 빙하와 설산.

베이스캠프는 각국의 등반대들로 활기가 넘쳤다. 다이닝 텐트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붉은 석양으로 물들어가는 아콩카구아를 바라봤다.

그렇게 두 번째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하산을 시작했다. 또 다른 베이스캠프인 플라자 프란시아로 가기 위해 두 베이스캠프의 갈림길인 콘푸렌시아로 갔다. 플라자 프란시아까지 짧지 않은 코스기 때문에 콘푸렌시아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플라자 프란시아로 향했다. 이 코스는 플라자 델 물라스 코스보다 짧아 5시간 정도면 베이스캠프까지 다녀올 수 있다.

남쪽 베이스캠프인 프란시아로 가는 길에는 우주의 행성 위를 걷는 듯 독특한 풍광이 펼쳐졌다.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지천에 널려있고 삐죽삐죽한 빙하가 곳곳에 있어 낯선 풍경이었다. 플라자 프란시아는 트레커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한적한 베이스캠프에서 아콩카구아의 절경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다. 플라자 프란시아를 되돌아 나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안데스산맥에 안녕을 고했다.

▲ 남면 베이스캠프인 플라자 프란시아로 가는 길에 보이는 아콩카구아의 위용이 힘차다.

달콤한 와인의 도시, 멘도자
아르헨티나 북부에 위치한 멘도자주는 안데스산맥의 고원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일 년 내내 건조한 기후를 유지하며 일교차가 심해 최상급 포도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라피체(Traopiche) 와인의 생산지가 바로 멘도자주다.

멘도자주에서는 매년 풍성한 포도수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1936년부터 와인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뽑아 여왕으로 추대하는 와인축제의 전통 때문에 멘도자 주민들은 자신의 가문에서 포도 여왕이 탄생하는 것을 일생일대의 영광으로 여긴다.

▲ 트레킹 셋째 날, 플라자 데 물라스에서 콘푸렌시아로 하산 길에 만난 말 떼.

멘도자 와인축제는 여왕선발과 각종 공연을 위해 매년 수용인원 3만석 규모의 전용극장을 건설한다. 포도의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과정을 표현한 대규모 뮤지컬은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할 만큼 열정적이다.

공연뿐만 아니라 축제기간 중에 빼놓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와인엑스포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엑스포는 와인애호가라면 빼놓지 말아야할 코스. 여러 종류의 와인을 직접 시음하며 독특한 향과 맛에 취해 봐도 좋을 것이다.

매년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뽑아 여왕으로 추대하는 와인축제의 전통 때문에 멘도자 주민들은 자신의 가문에서 포도 여왕이 탄생하는 것을 일생일대의 영광으로 여긴다.

▲ 와인축제 행사를 위해 건설한 대규모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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