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는 길목
여름이 오는 길목
  • 고아라 | 아웃도어DB
  • 승인 2023.06.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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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산책길

티셔츠 하나 걸치고 가볍게 산책에 나서는 이 계절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일 년에 한 번뿐인 초여름, 지금 놓치면 아쉬울 국내 여행 명소를 모았다.




삼척
초곡용굴 촛대바위길

청량한 여름 바다를 기다려왔다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해안 절경이 펼쳐지는 초곡용굴 촛대바위길을 걸어 보자. 원래 군사 지역이라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으나 2019년 7월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비경이 공개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간 장호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볼 수 있던 황홀한 풍경 속을 직접 걸어 볼 수 있게 된 것. 초곡용굴 촛대바위길은 초곡마을 어판장에서부터 이어진다. 왼편으로는 나란히 선 고깃배가, 오른편으로는 명태가 줄지어 걸린 식당가가 펼쳐진 길을 지나면 데크로 연결되는 계단이 등장한다. 데크 길에는 총 3개의 전망대가 있으며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명소는 제1전망대다. 바다 위 거대한 바위 꼭대기까지 이어진 계단을 올라 정상에 서면 초곡용굴 촛대바위길의 전체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어 절벽을 따라 걸어가면 촛대바위길의 자랑거리인 출렁다리가 등장한다. 바다 위 움푹 들어간 절벽 사이를 가로지르는 투명 유리 다리로 길이 56m, 높이 11m의 규모를 자랑한다. 다리 위를 걸으면 발아래로 절경이 펼쳐지고 위아래, 좌우로 흔들려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리를 건너 모퉁이를 돌면 촛대바위, 거북바위, 사자 바위, 용굴 등 독특한 기암괴석의 향연이 펼쳐진다. 총 30여 분이 소요되는 짧은 거리지만 끊임없는 황홀경에 감탄하다 보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길 236-4



담양
죽녹원

뜨거운 햇살, 도시의 소음, 북적이는 인파를 피해 한적하고 선선한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곳을 꼽는다면 단연 담양의 죽녹원이다. 하늘 높이 뻗은 빼곡한 대나무 사이에 잠시 몸을 숨기면 바깥세상과 전혀 다른 자연의 품속을 느낄 수 있다. 2005년 개원한 죽녹원은 약 31만㎡의 넓은 면적을 가진 울창한 대나무숲이다. 입구에서부터 한층 시원해진 공기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곧이어 빽빽하게 뻗은 대나무가 줄지어 안내한다. 대나무숲은 산소발생량이 높기 때문에 온도가 바깥보다 4~7도 정도 낮고, 일반 숲보다 음이온 발생량이 10배가량 많다. 이는 명상할 때와 같은 편안한 상태로 만 들어줘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죽녹원에는 8개의 길이 서로 이어져 있으며 총 2.4km다. 운수대통길, 사색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길, 추억의 샛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다양한 길은 각자 다른 의미를 지녔다. 기분에 따라, 함께 걷는 이가 누군지에 따라 고를 수 있으니 자신만의 산책로를 만들어 걸어보자. 대나무숲 곳곳에는 정자가 있어 중간중간 휴식과 사색도 즐길 수 있다.
대나무숲을 걷는 내내 물소리가 발걸음을 따라 흐르는데, 숲 안에 자리한 죽림폭포의 것이다. 시원한 물줄기 사이에는 귀여운 판다 모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배가 고프다면 죽림 폭포 근처에 자리한 서원주막에서 주전부리로 요기를 해결해도 좋다. 죽녹원에 대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정문 근처에 디지털 영상 미술관인 이이남 아트센터가 있어 예술 산책도 누릴 수 있다.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으로 자연 속에서 미디어 예술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쌓아보자.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공주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자연과 예술을 좋아하는 이에겐 더없이 좋은 산책 명소. 새하얀 벽 대신 탁 트인 숲이, 시멘트 냄새 대신 풀 내음 가득한 향이 반기는 숲속 미술관이다.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에는 흙과 나무 사이에 예술작품이 툭툭 놓여있는데,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이 마치 숲에서 태어난 생명체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묘한 충격을 준다. 숲에 설치된 예술작품들은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가 주관해 연미산에서 개최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이다. 행사가 끝난 후 작품을 치우는 대신 언제든 감상할 수 있도록 미술공원으로 조성한 것. 설치 작품들은 숲의 생명들이 그러하듯 그곳에 살다가 수명이 다하면 그 해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된다. 덕분에 관람객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작품의 모습도, 새롭게 탄생한 작품도 지켜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작품의 형태도 의미도 감상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관람객들은 아무래도 실내 전시가 익숙한 탓에 작품에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의 작품들은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 작품 앞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세요’라는 푯말이 보이면 조형물 안에 들어가 보거나 위로 올라설 수 있다. 산에 지어진 미술관이라 경사가 많고 부지가 넓지만 신비로운 작품과 즐길 거리가 다양해 힘들진 않다.
공주시 우성면 연미산고개길 98


가평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수령 90년 이상의 잣나무들이 빼곡한 숲. 여름비가 한바탕 내린 후면 숲의 향이 한층 더 짙어져 매력을 더한다. 잣향기푸른숲은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m에 위치한 산림휴양지이자 치유의숲이다. 국내 최대의 잣나무림이 분포하고 있어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걷기 좋은 곳이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된 힐링을 누릴 수 있지만 이곳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숲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성인과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맞춤 산림치유프로그램부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트레킹 코스까지 마련돼 있다. 주차장에서 짧은 오르막길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데크길이 오솔길처럼 길 외곽을 따라 설치돼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잣향기푸른숲은 면적이 153ha에 달하는 만큼 길이와 난이도에 따라 코스가 다양하게 나뉜다. 축령산과 서리산으로 가는 등산로 코스도 2개가 있지만 딱히 정해진 코스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걷는 것도 좋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빼곡한 잣나무숲은 물론, 전국 최초 잣나무와 잣 관련 전시관인 축령백림관, 목재 소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잣향기 목공방 등을 만날 수 있다. 더욱 깊숙이 들어가면 잣나무 피톤치드길이 청량한 향기로 발길을 이끈다. 피로회복을 촉진시켜 면역 기능과 자연치유력을 높여준다는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며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기 가평군 상면 축령로 289-146


정선
만항재 하늘 숲 공원

계절마다 색을 달리해 사계절 내내 매력적인 명소로 알려진 공원.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 도심에선 볼 수 없던 아름다운 야생화가 넘실대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정상이 1330m에 이르는 높은 고개 꼭대기에 자리해 있는데 다행히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어 자동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만항재는 국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고개로도 유명하다. 만항재 내 하늘 숲 공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300여 종의 야생화가 피고 지며 수시로 옷을 갈아 입는다. 벌개미취, 용담, 투구꽃, 제비동자, 자주꽃방망이 등 이름도 낯선 들꽃들이 두 팔 벌려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국에 온 듯 아름답고도 아련하다. 몇 걸음 더 숲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분명 길목이 잘 다져진 산책로인데 주변은 완벽한 원시림이다. 뜨거운 여름의 햇살을 가려줄 만큼 빽빽한 소나무와 무릎 언저리까지 자란 각종 풀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기분이다. 자연이 사방을 감싸고 있으니 자동차 소음조차 희미하다. 대신 바삐 옮겨 다니는 곤충 소리와 경쾌한 새의 지저귐, 선선한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잔잔하게 깔린다. 만항재는 일출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해가 뜨기 전 부지런히 만항재를 오르면 새벽 안개가 낮게 깔린 정원의 몽환적인 풍경과 더불어 온세상이 붉은 빛으로 번져오르는 일출 풍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865


인제
소양강 둘레길 3코스

인제 소양강 둘레길은 소양강의 상류 지역에 만든 둘레길로 소양강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누릴 수 있는 산책길이다. 총 3코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1코스는 살구미마을에서 시작해 돌탑과 들꽃을 만날 수 있는 정겨운 길로 총 8.5km다. 산을 넘어가는 하늘길과 강변을 따라 걷는 내린길로 구간이 나누어져 있고, 하늘길과 내린길을 연이어 걸으면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2코스는 가장 완만해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길로 총 9km다. 38대교에서 출발해 전망대, 충혼비, 이정표를 지나 소류정에 도착한다.
3코스는 산책로가 소양강변에 자리해 소양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 감상할 수 있는 길로 총 4.9km다. 코스가 너무 길지 않고 잔잔한 강을 끼고 있어 여름철 간단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가장 좋다. 3코스는 자유수호희생자위령탑공원에서 출발해 전망대, 용바위쉼터, 바람골, 병풍폭포바위를 거쳐 군축교로 향한다. 자유수호희생자위령탑 공원에는 한국전쟁에서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위령탑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헌신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참전유공자기념탑 등이 있다. 오솔길을 지나면 인제 시내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선선한 바람이 걷느라 붉어진 뺨을 식히고 소양강은 발아래에서 유유히 흐른다. 그야말로 힐링의 공간이다. 전망대의 감동이 채 사라지기도 전, 뒤이어 용바위쉼터의 화려한 절경이 다시금 감탄을 자아낸다. 군축교로 향하는 길은 마지막 구간답게 다소 험난하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춘 황홀한 원시림이 펼쳐지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온전히 나만의 순간을 즐길 수 있어 피로는 금세 씻겨 내려간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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