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경건한 등반, 고토히라구
경건한 등반, 고토히라구
  • 신은정
  • 승인 2023.06.09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토히라구

다카마츠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고토히라에는 일본 전역에 있는 고토히라 신사의 총본산이자 돌계단으로 유명한 고토히라구가 있다.




고토히라구는 시코쿠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로, 일본 전역에 있는 고토히라 신사의 총본산이다. 바다의 수호신을 모시고 있어, 매년 수백만 명의 참배객이 찾아온다. 이정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그 위상을 가늠할 수 있지만, 고토히라구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아찔한 돌계단 때문이다. 고토히라는 조즈산의 산기슭을 따라 형성된 지역이라, 고토히라구도 조즈산 중턱에 위치한다. 본궁까지 가려면 785개, 오쿠샤까지 가려면 1368개의 돌계단을 오르는 긴 고행길을 거쳐야 한다. 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하는 과정이다. 보통 참배객들은 본궁까지 가서 참배한 후 돌아온다.



고토히라구로 향하기 위해서 상점가가 줄지어 있는 거리를 지난다. 시선을 훔치는 기념품과 음식들. 본격적인 참배로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위기를 겪는다. 마음을 다 잡고 지팡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앞으로의 긴 등반을 보장해 주는 지팡이를 상점가 곳곳에서 빌릴 수 있다. 귀여운 아이가 키만 한 지팡이를 들고 앞장서 간다. 참배로의 끝에서 돌계단이 시작됐다. 묵묵히 오를 일만 남았다.
365번째 계단에서 경내 입구인 다이몬을 만나니 반갑다. 본궁까지 반이나 올랐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뒤로 수십 그루의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 평지인 사쿠라바바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계단을 딛는 다리가, 배낭을 메고 있는 어깨가 욱신거릴 때마다 다음 목적지가 더욱 기다려진다. 사쿠라바바 주변에는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일본 가장 초기의 박물관인 미술품과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호모츠칸과 다카하시 유이치의 유채화를 전시하는 다카하시 유이치 미술관이 있다. 곳곳에 교복을 입은 일본 학생들이 나타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짧은 계단을 또 오르니 주인 대신 참배하러 온 강아지의 이야기를 담은 곤피라이누 동상도 보인다. 이 강아지는 에도 시대에 여행 허가를 받지 못한 주인 대신 식비와 헌금을 목에 걸고 고토히라구로 참배를 하러 왔다고 한다. 오는 사람마다 그 기특함에 쓰다듬었는지 이마가 반질반질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말 두 마리가 나른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다. 신이 타기 위한 말을 기르는 마구간인 신메다.
아사히사 앞에서 숨을 고른다. 본궁까지의 마지막 고비를 앞두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부지런히 발을 옮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여기까지 한 발을 내디디며 포기하고, 다른 발을 내디디며 의지를 다졌다. ‘조금만 더’를 머릿속으로 외우며 지팡이를 든 노부부 뒤를 따라 걷는다.



본궁에 도착하니, 맑은 박수 소리가 들린다. 본궁은 벽과 천장이 화려한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참배는 도리이 앞에서 일례(礼·경의를 담아 경례하는 것)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쵸즈야手水舎에서 간단히 손과 입을 씻어 몸을 깨끗이 하고, 5엔 동전으로 새전을 한 후 종을 울린다. 두 번 예를 올리고, 두 번 박수를 치고 다시 한번 예를 올린다. 이 과정을 2례 2박수 1례二礼二拍手一礼라고 한다. 본궁 옆에 있는 전망대에서 사누키 평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원섭섭하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으로 보상받는 많은 일들이 있지만,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 일들도 있다. 과정이 힘들수록 깨닫는 것이 많아진다. 고토히라구는 참배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돌계단을 오르는 지난한 과정 자체가 묘미다.

고토히라구 金刀比羅宮
〒766-8501 香川県仲多度郡琴平町892-1
06:00~18:00
+81 877-75-2121
konpira.or.jp


[참배 후 필수 코스]

고토히라의 맛
오이리 소프트아이스크림

카가와현의 전통과자 오이리를 얹은 소프트아이스크림. 오이리는 파스텔 색상의 동그란 모양의 작은 쌀 과자로, 겉에 설탕 가루가 묻어 있어 달콤하다. 고토히라구 상점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돌계단을 올라가는 길에 먹을 경우 갈증을 부추길 수 있으니 참배가 끝나고 내려오는 길에 맛보도록 하자.


주당들의 참새방앗간
킨료노사토 사케 박물관

참배로 초입에 있는 사케 박물관. 킨료는 술도가명이고 사토는 고향이라는 뜻이다. 사케 박물관은 오래전 사케를 만들던 방법부터, 도구 등을 전시해둔 공간이다. 박물관을 모두 관람하고 나면, 다양한 종류의 사케가 모여 있는 가게가 있어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다. 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일본의 전통주를 만나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766-0001 香川県仲多度郡琴平町 623
09:00~16:30
+81 877-73-4133
nishino-kinryo.co.jp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