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기다리는 일본
여름을 기다리는 일본
  • 김경선 | 아웃도어DB
  • 승인 2023.05.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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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 & 비에이 & 후라노

초록이 지배하고 색색의 꽃들이 정점을 찍는 일본의 초여름은 찬란하다. 높은 산과 드넓은 평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습원이 공존하는 이웃나라. 찜통 같은 더위를 피해 대자연을 만끽하려면 늦봄과 초여름의 경계가 정답이다. 아름다운 일본의 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 5월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혼슈 최대의 고층습원
오제

여름의 오제尾瀨는 각시원추리가 만발하고 참나리, 엉겅퀴가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한낮의 열기는 습지를 더욱 풍요롭게 어루만지고, 그림 같은 석양이 아쉬움을 남긴 채 산너울 너머로 사라지면 반딧불의 반짝임과 쏟아질 듯한 별빛이 오제의 밤을 가득 수놓는다.
오제는 일본 후쿠시마현과 군마현, 니가타현, 토치기현을 아우르는 규모 372km²의 국립공원이다. 일본 100대 명산에 속하는 동북부 최고봉 히우치가타케燧ケ岳(2356m) 산과 시부츠至仏山(2228m) 산 등이 둘러싼 고층습원은 도쿄돔 170개를 합쳐 놓은 거대한 분지로 일 년에 약 6개월(4월 말~11월 초)만 제 모습을 공개한다.
규모가 큰 오제 습원은 1박2일 여정이 적절하다. 보통 국립공원 북쪽에 자리한 오제미이케尾瀨御池에서 히우치가타케 산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둘레길 트레킹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시계 방향으로 돌아 동쪽 들머리 누마야마토오게沼山峠 고개로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추천 코스는 누마야마토게 고개를 시작으로 오에 습원~오제누마 호수~누마지리다이라~미하라시~류구~산조노타키 폭포~오제미이케로 이어지는 1박 2일 일정이다. 히우치가타케 산 둘레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다. 누마야마토오게를 들머리로 트레킹을 시작하면 울창한 숲이 등장한다. 오제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총 65km의 목도가 줄지어 있다. 폭 50cm의 목도를 따라 30여 분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면 드디어 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들판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오에 습원의 여름은 샛노란 각시원추리가 지천이다.


오제는 숲과 습원이 번갈아가며 지루할 틈 없는 풍경을 선물한다. 습원 곳곳에 작은 연못인 치토우가 자리하고, 수면 위에는 각시수련이 하얀 꽃망울을 새초롬하게 뽐낸다. 오제 습지에는 작은 연못과 늪을 가리키는 치토우池塘가 약 1800개에 달한다. 강이 남긴 흔적으로 오제 습원의 독특한 생성 과정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11월부터 5월까지 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약 2m가 넘는 눈이 오제를 뒤덮고, 봄이 돼 눈이 녹으면 풍부한 물을 공급해 습지 생태계를 지탱한다. 길은 산장촌 미하라시見晴에 닿는다. 미하라시는 오제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오제가하라尾瀬ヶ原 습원의 입구다. 오제가하라는 남북 3km, 동서 6km, 면적 8km²에 달한다.
오제의 석양은 귀하다. 한낮의 날씨가 맑아도 쉽사리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제가하라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습지에 반딧불 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산조노타키三条 폭포로 향하는 길은 숲길이다. 폭포까지는 표고차 150m. 급경사를 30여 분 내려가야 그 비경을 보여준다. 목도는 긴 숲을 지난다. 오제와 작별하는 길은 제법 힘들다. 지루한 숲길에 지쳐갈 무렵 나타나는 가미타시로 습원은 오제에서 만나는 마지막 습지다. 고립과 해방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변주를 멈추지 않는 오제의 길은 마지막까지 찬란하다.





형형색색 펼쳐지는 꽃들의 향연
홋카이도 후라노&비에이

대한민국 면적의 3분의 2 크기인 홋카이도는 다양한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섬이다. 후라노와 비에이는 지리적으로 섬의 중앙에 자리 잡아 ‘홋카이도의 배꼽’으로 불린다. 너른 대지에서 펼쳐지는 광활한 풍광은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특히 여름의 풍경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광활한 구릉 위에 색색의 꽃군락이 카펫처럼 펼쳐지고 밀밭, 감자밭, 수수밭이 대비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다.
후라노는 홋카이도 중앙 소라치 강 중류 지역에 위치하며 후라노 아시베쓰 도립자연공원에 속해 있다. 길가에 핀 물파초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봄, 라벤더 향기가 가득한 여름,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드는 가을, 다이아몬드 더스트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겨울까지. 후라노의 사계절은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후라노는 일본 최대의 라벤더 산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누와 향수를 만들기 위해 라벤더를 심었던 것이 지금의 관광명소로 발전했다. 후라노 들판을 달리다 보면 목가적인 풍경에 반하고 만다. 야트막한 언덕이 파도처럼 물결치고 들판을 가득 메운 초록의 향연이 감미롭다. 후라노의 풍경은 라벤더 밭에서 절정을 이룬다. ‘후라노의 여름’하면 떠오르는 보랏빛 라벤더는 7월 중순에서 하순이 가장 아름답다. 후라노에서 볼 수 있는 라벤더는 종류에 따라 피어나는 시기가 약간씩 달라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볼 수 있다.



팜 토미타는 라벤더 꽃밭의 대표격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명소다. 라벤더를 비롯해 계절에 맞는 꽃들이 자라고 있으며 겨울에는 온실에서 라벤더를 볼 수 있다. 농장에서 자란 라벤더를 이용해 만든 파스텔 보랏빛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팜도미타의 명물이니 꼭 맛보자. 사이카의 언덕에서는 6ha의 광대한 언덕에 14만 그루의 라벤더가 피어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개화 시기가 다른 8종류의 라벤더를 심어 오랜시간 라벤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숲속 요정들이 나올 것만 같은 신비로운 숲속 공간 닌구스테라스도 빼놓지 말자. ‘닌구르’는 홋카이도에 사는 전설의 요정이다. 30~40cm의 키에 사람과 흡사한 외모를 가졌으며, 숲과 물에서 생활한다. 닌구스테라스는 이 작은 요정이 사는 숲이다. ‘닌그루가 있을지 모르니 떠들지 말라’는 간판을 지나면 신비로운 숲속 마을이 나타난다. 숲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통나무 집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후라노와 비에이는 느낌이 다르다. 화려한 느낌의 후라노와 소박하고 평화로운 비에이. 가이드북에는 비에이의 명소를 OO나무, OO언덕, OO공원으로 분류했다. CF에 등장해 유명해졌다는 켄과 메리의 나무, 마일드세븐 담배 광고에 나와 유명해졌다는 마일드세븐 언덕, 세 그루의 떡갈나무가 부모와 자식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오야코 나무…. 어딜 가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제부르의 언덕은 약 8만㎡의 면적을 자랑하며 라벤더, 해바라기를 비롯해 팬지, 사루비아 등 연간 30여 종의 꽃들이 피어난다. 이곳에서는 버기카를 타고 꽃밭을 누비기도 하고 전망대에서 광고 촬영지로 유명해진 ‘켄과 메리의 나무’를 볼 수도 있다.
패치워크의 길은 완만한 경사 지대에 종류가 다른 농작물을 심어 밭 색깔이 달라 멀리서 보면 패치워크처럼 보이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광고 촬영지로도 유명한 ‘세븐스타의 나무’와 ‘켄과 메리의 나무’, ‘마일드 세븐의 언덕’ 등 유명한 관광 명소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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