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완연한 5월. 산과 들, 강과 바다 어디를 보아도 좋을 시기다. 생동하는 생명의 숨결을 만끽하고픈 여행자를 위한 국내 봄 여행지 다섯 곳을 모아봤다.
낭만의 여수
365개의 섬이 점점이 수놓은 여수는 밤바다와 낭만으로 귀결되는 봄 여행의 진수다. 일출 명소 향일암과 아름다운 비렁길이 있는 금오도, 미각을 자극하는 맛집과 수려한 해안 풍경 등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땅 여수는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봄의 매력은 특별하다. 푸릇한 신록이 가득한 봄, 날씨가 맑으면 맑은 대로, 흐르면 흐린 대로 농담을 달리하니 짙푸른 남해와 맞닿은 섬의 매력은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여수는 자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최근 핫플로 떠오른 고소동 천사벽화마을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 명소다.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뷰가 펼쳐지는 벽화마을에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감각적인 카페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골목골목 가득한 벽화의 향연은 뷰파인더를 어디에 두어도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힘이 있다. 총 9개 구간에 다양한 벽화가 가득하다. 특히 3구간: 허영만 화백 거리, 7구간: 이순신 장군 일대기, 8구간: 여수 10경이 대표적이다.
여수의 수많은 섬 중에서 오동도를 빼놓을 수 없다.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붉게 빛나는 섬이다. 물론 동백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섬 정상의 오동도 등대 맨 위층에는 섬 전체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고, 1층에는 오동도와 이순신 장군의 역사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있다. 섬을 돌아보는 데 약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외에도 여수세계박람회장, 한화아쿠아플라넷 여수, 낭만포차거리, 해상케이블카, 여수 수산시장, 소호 동동다리 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놓치지 말자.
고즈넉한 품격의 완주
고택의 한적함을 만끽하고, 호젓한 풍경을 벗 삼아 전통주로 취기에 빠져본다. 소박한 일상으로 힐링을 얻는 도시 완주는 고즈넉한 품격의 도시다. 노령산맥에서 뻗어 나온 운장산과 만덕산, 모악산, 대둔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빼어난 자연경관이 펼 쳐지는 고장이다. 기암괴석이 가득한 대둔산과 도시 재생 사업의 결과물인 다양한 문화공간, BTS 덕에 아미들의 선택까지 더해져 조용한 동네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완주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버려진 시간 속 새 로운 문화를 디자인하다’라는 모토 아래 지어진 복합문화공간 산속등대는 40년 가까이 버려져 있는 제조공장에 조성된 문화공간이다. 미술관과 카페, 공연장과 체험장이 들어서 있어 여행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옛 양곡창고를 개조한 삼례문화예술촌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삼례지역은 일제 강점기 양곡 수탈의 중심지로 당시 삼례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전 보관하던 장소가 지금의 삼례문화예술촌이다. 낡은 외관과 달리 깔끔하고 현대적인 내부에는 카페와 책 공방, 목공소, 미술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완주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아원고택이다. 갤러리와 한옥스테이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전망이 탁월한 것은 물론 고택의 분위기까지 운치 있어 한국적인 미가 고스란히 투영됐다. 몇 달 전에 예약해야 묵을 수 있을 만큼 인기니 여행을 계획 하고 있다면 서두르자.
청보리밭의 고창
푸른 봄의 향기가 가득한 고창은 봄이 되면 청보리로 뒤덮인다. 봄의 청보리밭은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고 연둣빛 청보리가 가득하다. 온통 꽃향기가 가득한 농원은 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고창 보리나라 학원농장에서는 매년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4월 15일부터 5월 7일까지 23일간 진행되며, 15만평에 달하는 공원에 가득한 청보리밭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축제 때마다 매년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을 만큼 인기다. 보리밭 사잇길 걷기, 보리피리 만들어 불기, 포토존에서 사진 찍기, 농산물 전시 관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다. 보리가 자라지 않는 8~10월 사이에는 하얀색 물결이 일렁이는 메밀밭이 펼쳐져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겨울에 심은 보리는 4월이 되면 싹을 틔우고 싱그러운 이파리를 드러낸다. 농원 가득한 청보리밭에 취해 사잇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힐링이 찾아온다. 농원 초입에서 바라보면 약간의 경사가 있어 청보리밭이 하늘에 닿아있는 듯한 신비로운 모습도 볼 수 있다. 보리밭에는 12개의 돌 조각이 동그랗게 모여 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의 십이지 조각이다. 탄생한 띠의 동물 조각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고 잘 간직하면 부적의 효과를 내서 오래도록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니 재미 삼아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말자. 농원 곳곳에 작은 연 못과 오두막이 중간중간 자리 잡고 있어 쉬엄쉬엄 걷다 휴식하기에도 좋다.
한국의 알프스 평창
평창이 겨울만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명답게 고원 지대의 목가적인 풍경은 평창의 봄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특히 선자령은 자연이 허락한 파라다이스다. 드넓은 초원,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풍력 발전기, 평화로운 양떼 목장이 어우러진 선자령 일대는 뚜벅이 여행자에게도, 캠퍼들에게도 천국 그 자체다.
선자령(1157m)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경계에 걸친 고개로 백두대간 주요 능선에 자리한다. 과거 대관령에 길이 나기 전 영동 지역으로 넘어가려던 나그네들이 지나던 고개로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는 계방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강릉 시내와 동해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드넓은 초원과 곳곳에서 보이는 풍력 발전기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니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아웃도어의 성지 같은 곳이다.
선자령 하이킹 코스는 국사성황사~재궁골삼거리~샘터~선자령~전망대~KT송신소~국사성황사로 이어지는 약 10km 구간이다. 선자령은 1157m의 고 지지만 트레킹 시작점이 800m 지점이라 고도차가 적어 길이 순하고 완만하다. 정상까지 약 2시간이면 도착하니 백패킹이나 하이킹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단 선자령의 바람은 만만치 않다.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아 늘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풍력발전기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니 여벌의 보온 의류는 필수다.
자연이 빚은 충주
거대한 호수를 품은 충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여행지다. 충주호는 충주시와 제천시, 단양군에 걸쳐 있는 인공 호수로 충주에서는 충주호, 제천에서는 청풍호라고 부른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평화로우면서도 고고한 충주호의 풍광을 만나는 최고의 방법은 비봉산 전망대다. 비봉산은 봉황이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호수 한가운데 우뚝 솟은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짙푸른 호수와 초록빛 산자락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발품을 팔아도 좋지만 좀 더 편안하게 전망을 감상하고 싶다면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자. 10분이면 청풍면 물태리에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또 다른 즐거움으로 온천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 온천수가 있는 수안보 온천은 충주의 명물이다. 조선 제1대 임금인 태조 이성계가 악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수안보 온천을 자주 찾았을 정도. 수안보 온천은 지하 250m에서 용출되는 수온 53°C 산도 8.3의 약 알칼리성 온천 원액으로 리튬, 칼슘, 나트륨, 불소, 마그네슘 등 인체에 이로운 각종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하루종일 충주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여행을 만끽했다면 뜨끈한 온천수 여독을 풀어보자. 여행의 마무리로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