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는 술, 핫카이산 유키무로
자연이 빚는 술, 핫카이산 유키무로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5.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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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카이산 유키무로 八海山雪室

설국의 문화와 전통이 대대로 이어져 오는 우오누마 마을. 신성한 핫카이산 아래 눈처럼 맑고 깊은 사케가 익어가고 있다.




일본 여행 기념품으로 꼽히는 명품 사케, 핫카이산 준마이 긴조 유키무로 초조 산넨八海山 純米吟醸 雪室貯蔵三年은 눈처럼 새하얀 패키지와 섬세하고 우아한 맛으로 유명하다. 쌀이 맛있기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에 양조장이 있어 애주가라면 니가타 지명이 익숙할 정도. 사케는 쌀을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쌀이 맛있으면 술도 맛있다’는 말이 있 는데, 니가타에 딱 맞는 이야기다. 니가타에서도 우오누마 마을은 눈이 많이 내리고 깨끗한 물이 솟아 예로부터 사케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창고에 대량의 눈을 채워 넣은 천연 냉장고, 일명 ‘설중 저장고’에 3년간 술을 숙성시켜 부드럽고 매끈한 목 넘김과 풍요로운 맛이 일품인 사케를 낸다. 전기가 보급된 후에도 선조들의 지혜를 살려 냉장고 대신 설중 저장고에 술을 숙성시켰으며 그 방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핫카이산 사케만의 유니크한 맛이 여전한 이유다.



핫카이산 양조장은 핫카이산 아래 넓은 대지인 우오누마노사토魚沼の里에 자리 잡고 있다. 도로를 따라 핫카이산을 향해 들어가야 하는데, 달리는 내내 눈 덮인 설봉과 꽃잎을 터뜨린 나무들이 어우러져 황홀한 풍경이 이어진다. 이런 곳에서 나는 식재료라면 믿고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경치다. 끝없이 펼쳐진 논밭을 지나 우오누마노사토에 다다르니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기다란 건물이 등장한다. 핫카이산 준마이 긴조 츄키무로 초조 산넨이 만들어지는 핫카이산 유키무로다. 양조장이라고 하여 공장 같은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현대 미술관처럼 세련되고 깔끔한 외관과 인테리어에 연신 감탄하게 된다. 내부는 널찍한 복층으로 되어있으며 벽면 가득 사케가 진열된 카운터와 아기자기한 소품을 판매하는 숍으로 이뤄져 있다. 쇼핑은 잠시 미뤄두고 핫카이산 양조장의 하이라이트, 설중 저장고를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설중 저장고는 1층 카운터에서 견학 투어를 신청하면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30분마다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해 미리 시간을 알아보지 못했더라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모두 둘러보는데 약 15분 밖에 걸리지 않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투어 비용도 무료다. 다 만 설중 저장고인 만큼 투어 내내 기온이 낮은 곳에 있어야 하니 가벼운 겉옷은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투어가 시작되면 입구에서 우오누마 마을과 설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우오누마 마을은 냉장고가 없었던 시대, 일 년 내내 저온을 유지하는 설중 저장고를 사용했다.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 3m에 달하는 눈이 내려 설중 저장고 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겨울에는 야채나 식품을 보관해 어는 것을 막고, 여름에는 눈과 얼음을 팔기도 했다. 특히 핫카이산 설중 저장고는 약 1천 톤의 눈을 담을 수 있어 일 년 내내 실온이 2~4℃ 로 유지된다. 전기냉장고가 보급화 된 지금까지 이 방식을 따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친환경 시스템’과 ‘기계로는 낼 수 없는 맛’이다.
무거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대망의 설중 저장고가 펼쳐진다. 2층 규모의 공간에 1천 톤의 새하얀 눈이 가득 쌓여 있어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눈 옆에는 니가타산 고시히카리와 36만L의 사케가 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사케는 이곳에서 3년간 저온 숙성되면서 맛이 더욱 부드럽고 풍부해진다.




설중 저장고를 나오자 이번에는 벽면에 오크통이 줄지어선 저장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총 2만L의 저장 탱크 20개가 있는 이곳은 설중 저장고에서 나온 술을 장기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쪽 벽에는 손님 개개인을 위한 ‘메모리얼’ 술이 진열돼 있는데, 각자의 글씨체로 새겨진 상표와 보관 날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메모리얼 술은 오로지 개인을 위해 최장 5년간 이곳에서 숙성해 주기 때문에 기념일을 위해 구입하는 손님이 많다. 저장실을 나오면 시중에 판매되는 설중 저장고 출신의 사케를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는 카운터가 마련돼 있다. 핫카이산 양조장의 대표적인 술인 핫카이산 준마이 긴조 유키무로 초조 산넨부터 다이긴조, 준마이 다이긴조 등 다양한 사케가 있으며, 차를 가져오거나 술에 약한 이들을 위한 누룩으로 만든 식혜도 준비돼 있다.
시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방금 맛봤던 술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살 수 있는 상점으로 이어진다. 사케뿐만 아니라 쌀과 누룩, 발효를 콘셉트로 한 먹거리와 설중 저장실에 저장했던 야채, 과자, 고기 등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핫카이산 유키무로
〒949-7112 新潟県南魚沼市長森459
+81 257-75-7707
10:00~17:00
www.uonuma-no-sato.jp/facility/yukim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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