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가 꿈꾸는 마을

스노우피크 헤드쿼터스 캠프 필드
スノーピークヘッドクォーターズキャンプフィールド

설산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광대한 초원. 이곳에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꿈이 펼쳐진 공간이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수단이라는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철학이 실현된 마을, 스노우피크 헤드쿼터스 캠프 필드다.

캠퍼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캠핑 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전 세계 캠퍼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니가타 쓰바 메산조에 위치한 스노우피크의 터전을 찾아갔다. 인천공항에서 도쿄 나리타공항, 도쿄역에서 쓰바메산조역, 신칸센 역에서 스노우피크 헤드쿼터스 캠프 필드까지. 하루를 온전히 들여 달려간 그곳에는 시간도 체력도 무색하게 만드는 황홀한 자연 풍광과 광활한 대지가 있었다.

세계적인 오토 캠핑 브랜드의 탄생
쓰바메산조는 예로부터 제조 명인들의 마을로 유명했다. 에도시대부터 일본의 전통 칼과 가위 같은 금속가공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했다. 이는 쓰바메산조 역에 도착하자마자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역사 내에 이곳에서 태어난 금속가공 제품들이 전시되어있는 것. 세계적인 금속가공업을 자랑하는 이곳, 쓰바메산조에서 스노우피크가 탄생했다.
1958년 야마이 유키오가 철물 도매상을 만든 것이 스노우피크의 시작이다. 산을 사랑했던 그는 당시 이미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산을 오르내리며 필요한 등산 도구들을 직접 만들었다. 쓰바메산조는 이미 금속 기술이 뛰어난 장인들이 많았으며 스스로도 가설과 검증을 철저하게 하는 등 필드 테스트를 반복해 높은 품질의 등산 용품들을 만들었고, 자연스레 등산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후 1963년 〈스노우피크〉라는 명칭으로 상표를 등록하고 1976년에는 자사 공장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름처럼, 스노우피크는 설봉을 향해 오르듯 한 발자국씩 차근차근 브랜드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스노우피크가 오토캠핑의 영역을 개척하게 된 것은 야마이 유키오의 아들인 지금의 대표, 야마이 토오루가 입사한 1986년부터다. 그는 젊은이들의 아웃도어인 캠프에 주목하였고 가족을 더욱 결속시키는 풍요로운 시간의 도구로써 캠프를 제안했다. 아버지인 야마이 유키오처럼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을 스스로 만든다’는 신념 아래 하이엔드 캠프 기어를 만들기 시작하며 지금의 스노우피크로 나아갔다. 야마이 토오루의 캠프 기어는 쓰바메산조의 장인 기술이 뒷받침된 견고하고 럭셔리한 브랜드로 자리를 다져갔다. 평생 쓸 수 있다는 펙 ‘솔리드 스테이크’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화로 ‘화로대’ 등 이전에는 없었던 제품들을 만들어내며 일본에 오토캠핑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철학
캠퍼들이 스노우피크에 열광하는 이유는 창립 이후부터 견고하게 다져온 브랜드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스노우피크는 스스로의 사명을 ‘인간성 회복’이라 말한다. 자연과 사람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제품을 만들어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그 기쁨을 아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슬로건 역시 ‘삶 속에서 자연을...’으로 두고 캠프 필드뿐만 아니라 도시와 주택, 오피스 등 일상적인 공간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노우피크 유저 대부분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오토캠핑을 즐겼던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으며 어른이 된 후 자신의 자녀들과 자연을 즐기면서 그 추억을 이어 쌓는다. 자연이 일깨워 주는 풍요로운 시간을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것, 이것이 스노우피크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브랜드 철학이 새겨진 공간들
스노우피크 헤드쿼터스 캠프 필드에 도착해 가장 먼저 느낀 건, 어디서나 스노우피크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5만 평에 달하는 부지 곳곳에 자연과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으며, 실제 방문객들 역시 그 철학을 실현하듯 자연과 함께 풍요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방문객을 맞이하는 건 스노우피크 헤드쿼터스 스토어와 관리동, 그 뒤로 끝없이 펼쳐진 캠핑장이다. 스토어는 넓은 공간에 스노우피크의 캠핑 용품과 캠핑 의류를 진열하고 있으며 제품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만져본 후 구매할 수도 있다. 캠핑을 좋아하는 이라면 가슴이 설렐만한 인기 제품이 많아 오랜 시간 머물게 되는 공간이다. 제품만큼이나 공간도 인상적인데, 시멘트 벽 대신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드넓은 캠핑장의 한가로운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제품을 진열하는 가판대는 대부분 나무로 제작해 스노우피크의 제품이 얼마나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캠핑장을 오른쪽에 두고 산책하듯 언덕을 오르다 보면 현대적인 외관과 나무 장작으로 만든 지붕이 어우러진 독특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오픈한 온천 시설이 있는 스노우피크 필드 스위트 스파 헤드쿼터스다. 온천과 숙박,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복합형 리조트로 자연과 연결되는 것을 넘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디자인 이 특징이다. 어디서든 스노우피크 헤드쿼터스 캠프 필드가 품은 일본 300대 명산 중 하나, 아와가다케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져 식사를 하거나 온천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할 때에도 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온천 시설은 사우나와 내천탕과 노천탕을 고루 갖췄는데, 실내에도 아와가다케를 향해 통유리창이 나 있어 웅장한 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에디터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한 공간은 숙박 시설인 스노우피크 빌라다.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단정하면서도 호화롭다. 럭셔리한 리조트 빌라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다가도 펙 모양의 옷걸이나 장작으로 장식한 천정 등 숨은 요소들을 발견할 때마다 스노우피크의 정체성이 온전히 드러난다. ‘이런 곳에서 하루 머문다면 근심과 걱정 도 가벼운 봄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겠다’ 싶은 평화로운 풍경까지 품고 있다. 스노우피크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컵이나 커피포트, 테이블 같은 캠핑 용품도 구비돼 있다.
필드 스위트 스파 헤드쿼터스의 레스토랑에서는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철학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스노우피크 잇^{Snow Peak Eat}과 티 가이세키 코스를 즐길 수 있는 세포^Seppo 레스토랑이 있는데, 모두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낸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테이블과 의자 등의 가구 역시 지역에서 자란 나무를 사용했다. 스노우피크 내 다른 공간들과 마찬가지로 수려한 자연 풍경이 펼쳐지는 곳을 향해 통유리 창을 내 자연 속에서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즐기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노우피크의 역사를 한눈에
스토어 바로 옆에 비슷한 건물이 하나 더 있는데, 브랜드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스노우피크 뮤지엄과 직원들의 작업 공간인 사무실이다. 사무실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뮤지엄은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스노우피크 뮤지엄은 오토캠핑 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때부터 제품을 사용해온 유저들의 기부로 완성된 공간이다. 실내에는 시대별로 당시 출시된 스노우피크 캠핑 용품이 전시돼 있고, 벽면에는 창업자를 시작으로 역대 스노우피크 대표들의 사진과 이력이 기록돼 있다. 한쪽에는 창업자가 직접 만든 등산 용품과 초기 로고가 새겨진 나무 간판 등도 진열돼 있어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스노우피크 뮤지엄에 처음 들어섰을 땐 재고가 아닌 유저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제품을 전시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2020년대의 스노우 피크 오토 캠프를 재현한 풍경까지 보고 나자 그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이곳은 단순한 스노우피크의 역사와 산물이 아닌, 스노우 피크와 함께 추억을 쌓아온 유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공간이다. 도구가 아닌 경험을 전시한 셈. 스노우피크가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 유저들의 경험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스노우피크 HQ 캠프필드에서 놓치면 안 될 포인트 4>

1. 필드에서 바라보는 아와가다케의 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