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싱그러운 빛으로 물드는 4월.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자연 속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하이킹 명소를 소개한다.
관악산
서울 관악구의 이름을 따 관악산이라 불리지만 경기도 과천시과 안양시에 걸쳐 있다. 곳곳에 암봉이 솟아있으며 깊은 골짜기가 있어 제법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하지만 산의 규모가 크지 않고 도심에서 가까워 서울 시민들의 하이킹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계절마다 매력도 제각각이라 어느 계절에 찾아도 만족스러운 풍경을 누릴 수 있다. 봄이면 벚꽃과 철쭉꽃이 무리 지어 산길을 수놓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과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더위를 날려준다. 가을에는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멋진 설경이 펼쳐진다. 같은 산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매력을 뽐내니 모든 계절에 찾아가 볼 것을 추천한다. 산 곳곳에 볼거리도 풍성하다. 정상에 자리한 지상 레이더 관측소를 비롯해 조선 태조 이성계가 지은 원각사, 연주암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벼랑 위에 자리해 아찔한 뷰를 자랑하는 연주대는 사진 명소로 유명하며, 관악산의 모든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꼽힌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왕산
서울의 명산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불리는 산. 산자락에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도심 속 자연’이라는 설명이 딱 맞는 곳이다. 도심에서 찾아가는 방법도 쉽고 거리도 가깝다. 독립문역, 자하문, 부암동 사무소, 홍제역, 옥인동, 세검정 들머리 등 여러 곳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분명 등산로 입구까지는 영락없는 서울의 도심 한복판인데,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던 바위 능선이 웅장한 자태로 맞이하고,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길은 마치 대자연의 품처럼 아늑하다. 자연 속에서 힐링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게 되는데, 한 눈에 펼쳐지는 서울 도심의 풍광이 이질적이면서도 감탄스럽다.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지만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3시간 이내면 마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도봉산
높이 740m로 도심 속에 자리한 산 중에서는 큰 편이다. 최고봉인 자운봉을 비롯해 만장봉, 선인봉, 주봉, 오봉, 우이암 등 울룩불룩 솟아있는 암벽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선인봉 암벽 등반코스는 37개 코스가 마련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유명해 ‘경기의 금강’이라 불리기도 하며,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초보자가 등산하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하이킹 코스가 다양한 만큼 난이도도 세분화되어 있어 쉬운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초보자나 가벼운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신선대 최단 코스. 도봉산 탐방지원센터에서 전축사와 마당바위를 지나 정상인 신선대에 오른 후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도봉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하이킹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 같은 명소들을 찾는 재미도 놓치면 아쉽다. 도봉산은 천축사, 망월사, 회룡사 등의 크고 작은 절을 비롯해 도봉계곡, 송추계곡, 오봉계곡, 용어천계곡 등 경관이 빼어난 계곡들을 품고 있다. 지하철 도봉산역에 내리면 바로 도봉산 공영주차장이 있고, 이곳을 지나면 등산로 입구가 나타나 접근성이 뛰어나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북악산
서울 한가운데 우뚝 서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다. 북한의 특수요원들이 북악산을 통해 청와대를 습격하면서 국가 보안 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1일, 북악산 성곽에서 북악 스카이웨이 구간의 탐방로까지 완전히 개방되면서 북악산은 도심 속 친근한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산 능선을 따라 성벽 길이 이어져 있어 산책하듯 여유로운 하이킹을 즐길 수 있기 때문. 성벽을 따라 걸으면 부암동에서부터 아름다운 도시 전망을 품은 북악 스카이웨이를 지나 성북구의 정릉까지 둘러볼 수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성벽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도심 풍경은 덤이다. 성벽 길의 반복되는 돌계단이 지겨워지면 말바위나 홍련사로 방향을 돌려보자. 숲속 낮은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한양의 사대문 중 하나였던 숙정문이 등장하는데, 누각에서 성북동의 평화로운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련산
높이 215m로 인근에 자리한 북한산, 안산, 인왕산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고즈넉한 흙길을 소복소복 걸을 수 있는 산이다. 홍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등산로 입구 바로 앞에 내릴 수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서대문구 홍은동 주민들이 산책 삼아 자주 오를 만큼 난도가 낮아 초보자도 부담스럽지 않은 곳. 등산로는 산과 나무가 어우러진 황톳빛 흙길로 이뤄져 있어 한적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뽀얀 얼굴을 드러낸 다양한 봄꽃들을 만날 수 있으며 정상에서는 북한산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펼쳐진다. 예전에는 응봉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신라시대에 창건한 사찰인 백련사가 있어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백련산 일대에는 공원이 조성돼 있어 하산 후 잠시 쉬어가기 좋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